[성명] 기아사태에 관한 성명 발표

기아사태에 대한 성명

정부는 23일 부도위기에 몰린 기아그룹에 대하여 국가채무보증 등의 재정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직접지원이 없이는 기아의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부방침은 최종적으로는 기아그룹의 3자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기아는 30대 재벌 중에서는 유일하게 전문경영인에 의해서 운영되고 주식분산이 잘 되어있는 소유분산 우량기업으로서, 총수의 전횡으로 왜곡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한 중요한 실험이 되어 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아는 적극적으로 살려내야 할 기업이다. 이미 기아그룹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일반시민들까지 나서서 ‘기아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취지이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 크라이슬러사의 사례처럼 채무보증 등과 같은 직접적인 재정지원으로 기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기아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거부함으로써 기아를 살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으며, 결과적으로 3자인수 방향으로 사태를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이전부터 기아에 눈독을 들여온 삼성에 기아를 넘겨줄 것이라는 항간의 추측을 뒷받침하는 것이며, 고의적으로 기아를 부도유예대상기업으로 지정했다는 음모설조차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재정경제원 장관인 강경식 부총리가 삼성의 신호공장추진위원장을 맡았었다는 사실이 그러한 의구심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국민적 비난을 무릅쓰고 자동차 업계에 무리하게 진출하여 과잉중복투자를 불러오고 결국 오늘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킨 장본인인 삼성재벌이 그나마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유지해온 기아를 인수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한 일이다. 여기에 정부가 나서서 편을 들어준다면, 과거 노태우 정권이 그 말기에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정부의 마지막을 또다시 특정재벌에 대한 특혜 문제로 얼룩지울지 모를 일이다.

기아에 대한 정부지원과 국민주모집 등의 방식으로 기아를 정상화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아를 실질적인 국민기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사외이사제 도입, 소액주주와 노동조합 대표의 이사회 참가 등 독점적 경영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들을 정착시켜 민주적 경영의 모범으로 자리잡게 해야 할 것이다.

‘기아 살리기’ 운동은 단순히 기아그룹 하나를 건져보자는 발상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으려는 전국민적 염원이 담긴 운동임을 정부측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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