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1997-12-03   1086

위기 극복을 위한 연대 결의문

경제난국은 공정한 고통분담으로 극복할 수 있다 !

그러나 실정을 책임지는 사람없이 공정한 고통분담 없다 !

근본 원인을 묻고 실정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서민들은 더 이상 졸라맬 허리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IMF 긴급구제금융 신청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경제현실이 200억불의 외부 지원금으로 간단히 개조될 수 있는가? 시급한 금융개혁과 재벌경제의 개혁을 지금까지 미룬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한보철강의 부도에 이은 현대의 철강업 진출, 기아자동차 사태와 병행된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에서 드러나는 과잉중복 투자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러한 비정상적 투자를 지지.옹호했던 현 3당 후보는 과연 근본적인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할 지도력을 갖추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문민시대의 가장 주요한 과제로서 부패척결과 재벌경제의 개혁, 정경유착의 근절과 사회복지의 확충을 꼽아왔다. 그러나 개혁의 의지를 조기에 상실한 문민정부의 독선적 통치와 그 뿌리인 야합정치의 관행은 결국 우리 사회의 민주화 및 개혁의 저력을 근본부터 약화시켜 경제를 큰 혼란에 빠뜨리고 말았다. 이 혼란과 실정의 책임을 우리는 분명히 물어야 한다. 정부는 그 책임자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국민은 준비되어 있다. 이번 경제위기를 경제개혁의 절호의 기회로 삼도록 하자

지금 우리 국민의 모습을 보라. 우리 국민 모두는 근검절약하고 상부상조해서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가려는 자세와 의지를 이미 보이고 있다. 반면 아직도 정부의 관치.특혜 금융과 재벌의 과잉중복 투자, 과소비가 한국경제의 가장 큰 해악이라는 국내외의 지적에 귀기울이지 않는 특권층과 졸부세력이 있는 것이 큰 문제다. 현재 단기적인 처방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구조적 경제개혁을 수반하지 않는 ‘대증요법’식 처방은 장기적인 또다른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경제위기를 국민의 힘으로 극복하는, 경제개혁의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대적 과제는 정경유착의 완전근절과 재벌경제의 대개혁에서 출발하여 중소기업과 서민경제를 살리는 총체적 경제개혁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 위에서 우리는 현재의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첫째, 우리는 실정의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한다. 경제난국의 우선적인 책임은 개혁에 귀기울이지 않는 재경원과 재벌에 있다. 그중에서도 무리한 고성장정책, 재벌특혜금융정책을 유지하고 금융개혁과 부패방지제도 도입에 반대한 공직자와 정치세력, 그리고 끊임없는 정치자금 비리사건에 직면해서도 정경유착의 범죄를 근본적으로 발본색원하지 못한 검찰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재경원은 해체되어야 하며 정부와 각 정당은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척결을 위한 대책, 재벌기업의 정상적 경영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진실된 자기반성을 통해 지역감정 조장, 세몰이, 흑색선전, 권력 나눠먹기, 명분없는 이합집산 등 야합정치를 즉각 중단하고 고용불안을 해소할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둘째, 우리는 공정한 고통분담을 위하여 반드시 국민적인 의견수렴과정을 거칠 것을 촉구한다. 국민적 의견수렴을 생략한 일방적 구조조정은 새로운 갈등을 심화.재생산하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제 구제금융에 따른 외부의 지시가 국론을 더욱 분열시키는 것을 막기 위하여 노.사.정 3자와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함께 하는 “경제력 회복과 국민통합을 위한 진지한 협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고용 및 물가불안 문제에 대하여 안정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그 일차적 의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는 재벌의 반성과 일대변혁을 촉구한다. 지금껏 가장 큰 특혜를 누려온 최대의 경제적 수혜자가 앞장서서 자신의 병리를 치료하고 책임을 분담하지 않는다면 어떤 다른 사회계층도 고통분담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의 위기가 국민 모두가 일치된 노력을 기울일 때에만 극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벌기업들의 총체적 자기반성과 혁신의 노력은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재벌들은 경제위기를 악용하여 금융실명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등 책임전가식의 자세를 버리고, 외부의 지시보다는 스스로의 판단을 통해 선단식 경영, 족벌 경영구조를 종식시켜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장하여야 한다.

넷째, 우리는 특권층과 졸부계층의 망국적 소비를 규탄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과소비와 과다수입, 조기유학붐과 사치행각에는 쐐기를 박아야 한다. 정부와 국민은 특단의 의지를 가지고 고급자동차와 술, 보석과 모피를 비롯한 사치성 소비재의 소비를 강력히 억제하고 망국적인 과도한 혼수를 절제하여 잘못된 소비문화는 추방해야 한다.

다섯째, 급격한 금융시장 개방이 가져올 장기적인 경제종속을 경계하며 우리 국민의 저력으로 경제난국을 헤쳐나갈 것을 촉구한다.

대다수 우리 서민들과 공무원, 그리고 노동자들은 공정한 고통분담으로 난국을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국력이 아래로부터 모아지는 의미심장한 상황으로서 경제세계화시대에 난국 돌파의 핵심적인 계기이다. 그러나 정부당국과 경제권에서 자기 반성위에서 공정한 고통분담을 추진하는 대신, 급격한 금융시장 개방와 외국자본 유입을 통해 하향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이같은 국민의 에너지는 소진될 것이며 장기적인 경제종속을 야기할 것이 뻔하다.

우리는 경제회복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국민적으로 조달할 것을 촉구한다. 중복투자비용, 투기성 자금, 지하자금, 엄격한 과세를 통한 세수, 뇌물 등 온갖 낭비성 자금을 줄인다면 우리는 외국자본의 한국경제지배를 피하는 현명한 선택을 국민의 힘을 바탕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은 현재의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일로서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국민들과 함께 이 난국을 근본적으로 헤쳐나가는데 앞장설 것이다.

1997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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