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2004-02-11   1607

“이헌재 부총리, 같은 실수 되풀이 말아야”

[인터뷰/김상조 교수]



“이 부총리의 과거 정책, 결코 개혁 원칙에 충실했다고 볼 수 없다”

4.15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김진표 장관 후임으로 이헌재 씨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임명되었다. 이헌재 신임 부총리는 정치권, 관계, 재계, 금융시장 등으로부터 비교적 긍정적 평을 받고 있는 인사이다. 특히 전임 김진표 부총리가 산적한 경제현안들을 눈앞에 두고서도 부처간 정책조율에 실패하고 정책집행의 타이밍을 실기하는 등 ‘별로 잘 한 일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비추어볼 때, 이 부총리의 리더십과 추진력은 상대적으로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부총리에 대해서는, 그가 과거 금감위원장 및 재경부장관 재임 시절 이른바 ‘구조조정의 전도사’로서 추진했던 정책들이 대부분 미완성 내지 실패로 귀결되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은 “이헌재 부총리에 대한 시중의 평가는 상당부분 과장되어 있다. 환란이라는 특수한 상황하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그의 구조조정 정책은 법과 원칙을 위배한 관치의 요소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었다. 그가 기존의 여타 경제관료에 비해 시장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를 시장론자라고 평할 수는 없다. 오히려 관치의 세련된 기술자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를 경제부총리로 임명한 것도 바로 이러한 그의 능력에 기대어 경제현안을 해결하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적 안정화 과제 위해 장기적 구조개혁 과제 희생하는 일 없어야

이 부총리의 과거 정책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김 소장은 대우그룹 처리 문제를 들었다. 김 소장은 “당시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사실상 부도상태에 이른 대우그룹의 처리를 거의 1년 가까이 지연시키면서 오히려 부실을 키웠는데, 99년 7월 대우그룹의 문제가 표면화될 때까지도 아무런 위기관리 대책(contingency plan)을 세우지 않았음이 드러났고 결국 관치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대우그룹을 워크아웃으로 밀어 넣은 것은 정밀한 사전 기획의 산물이 아니라, 막다른 골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그것도 너무 늦었다. 대우그룹 처리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로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이 크게 왜곡·지연되었으며, 특히 대우채 처리 및 투신권 구조조정 실패의 후유증은 아직까지도 한국경제의 암초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또다른 정책실패의 사례로 “삼성자동차 처리를 삼성생명 상장 문제와 연계시키려 한 점”과 “누가 보아도 불가피했던 2차 공적자금의 조성·집행을 정치적인 이유로 1년 가까이 지연시킨 점” 등을 들었다. 이러한 사례는 그가 재계의 로비 내지는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김 소장은 2000년 들어 이헌재 당시 재경부 장관이 성급하게 IMF위기 극복을 선언하고 경제정책의 초점을 경기부양 쪽으로 전환한 것도 결국 김대중 정부 후반기의 개혁후퇴와 버블양산(부동산 및 가계신용)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결국 그가 경제부총리로서 해결해야 할 당면 경제문제 중 상당부분이 그 자신으로부터 연유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부총리의 과거 정책은 비록 구조조정을 목표로 했을 지는 모르나, 결코 개혁의 원칙에 충실했다고 할 수는 없으며, 그 결과 많은 부작용을 낳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고 김 소장은 평가했다.

이 부총리의 과제는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

그는 이헌재 부총리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다.

“이헌재 신임 경제부총리의 리더십과 추진력은 대단한 강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의 근원일 수도 있다. 현재의 경제환경은 98년, 99년과는 너무나 달라졌다. 재벌·금융부문의 개혁 등 장기적 구조개혁 과제의 필요성은 조금도 변함이 없고 가계부채·청년실업 등 단기적 안정화 과제의 엄정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위기극복을 위한 비용분담의 사회적 공감대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법과 원칙을 위배한 정부정책을 감내할 사회구성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부총리의 경제개혁 과제는 복잡한 것이 아니다. 법과 원칙을 엄정하게 집행하면 된다. 다시 말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기적 안정화 과제를 위해 장기적 구조개혁의 과제를 희생하는, 특히 시장안정의 미명하에 공정위나 금감위 등 감독기관의 감독권 행사를 유보하고 관치의 칼을 휘두르는 구태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부총리의 과거 구조조정정책과 경기부양정책이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실패한 전례가 있기에, 이번에는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김 소장은 “경제부총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잘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시장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클린턴 행정부의 루빈 전 재무성 장관처럼 시장에서 일하다가 관료로 봉직하다가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는 미국적 상황과 한국은 너무 다르다. 따라서 세칭 ‘이헌재 펀드’를 비롯한 시장의 비즈니스로부터 이헌재 부총리는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 아울러 앞으로 부총리를 그만둔 이후에도 재계와 관련을 맺거나 정치에 입문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승희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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