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6월말 카드대란 또 온다”

참여연대, 정부의 카드사 대책 강도높게 비판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개입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금융위기를 방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방기한 ‘직무유기’다. 문제는 최종 대부자 기능의 원칙이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5조원의 유동성이 공급되었음에도 채권시장은 정상화될 기미가 없다.

그런데도 관련부처를 비롯해 청와대는 이 카드사 대책이 잘됐다는 분위기다. 무엇이 원칙에 위배되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결정의 최종 결정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이 상태로라면 카드채 만기가 다시 도래하는 6월말에 금융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지난 3-4월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2차례에 걸쳐 내놓은 카드사 대책에 대해 참여연대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5월 12일에 정부대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부처에 전달한 후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이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LG카드와 삼성카드가 전체 수혜액의 65.7% 차지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먼저 “최종 대부자로서 금융시장을 보호해야하는 정부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그러나 이 역할에도 원칙은 있다”고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부실여부 구분없이 모든 금융기관을 구제하려는 시도로 금융시장 전체 위기를 초래한 점, 부실경영과 불법행위에 대한 제제조치가 전혀 없었던 점, 감독에 실패한 관료가 미봉책을 주도함으로써 시장에 불신감을 준 점”을 이번 정부대책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4월 3일 정부의 금융안정대책의 핵심이었던 금융회사와 보험회사가 브리짓론 형태로 카드채와 CP를 매입해 투신사에 유동성을 공급한 것에 대해 참여연대의 지적은 이어졌다. ‘브리짓론’방식을 선택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수혜원칙과 과정의 투명성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LG카드가 1조4천670억 원, 삼성카드가 1조3천809억 원을 수혜받아 총액의 65.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재벌그룹 카드사가 가장 큰 수혜자라는 것이다. 나머지 7개 카드사의 수혜비중은 17.3%,5.3%,2.2%, 0.2% 등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5조 원에 달하는 이번 유동성 지원은 간접적인 공적자금이었다. 결정은 정부가 해놓고 자금은 은행예금에서 가져왔다. 즉 국민예금으로 재벌카드사를 지원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5조원 쏟아부어도 채권시장 불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무원칙한 대응은 결국 다른 위기를 조장한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실제로 유동성 지원결정 이후에도 카드채 거래는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김 소장은 “시장에 자금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국공채 외에는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단순한 불확실성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 카드사 경영실적에 상응하는 가격형성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며 이는 “경영실적 평가에 따른 제재 부과없이 일괄적 지원을 했던 정부의 도적적 해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카드사 문제가 전체 금융위기를 불러올 만큼 심각해진 데는 카드사 경영실태에 대한 정보가 시장에 제공되지 못해 차별화된 가격이 형성되지 못한 점과 옵션CP 등의 위법행위에 대한 감독실패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감원의 책임을 심각하게 물었다. 미리 정해진 기준 미달시 자동적으로 적용되어야하는 적기시정조치가 자의적으로 유예된 점, 이미 자체내에서 위법행위로 구분한 옵션CP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대표적인 책임방기로 꼽았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는 이제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김 소장은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판단하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은 전혀 다르게 진행되는 상황을 하루빨리 인지할 것”을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불안정성과 도덕적 해이의 악순환을 근절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금융불안 해소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각 카드사의 경영실태 관련정보를 시장에 제공하고 법령기준에 미달하는 카드사에 대해서는 예외없는 적기시정조치를 할 것, 투신사와 카드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엄중히 제제할 것”을 주장했다. 동시에 “5조원의 은행자금으로 일부 재벌카드사만 수혜를 주는 정책차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추궁”을 요구했다.

또한 카드사와 투신사에서 비롯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비은행 금융기관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이를 막기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비은행 금융기관 실태를 엄격하게 재점검하여 필요하다면 공적자금 등의 근본적 조치를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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