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상법 개정안 형해화시키려는 김병욱 의원 발언, 당장 철회돼야

여당 간사, 재계 눈치보며 상법개정안 형해화 발언, 당장 철회해야
공정경제 3법, 기업옥죄기 아닌 재벌총수와 기업경영 분리하는 법
집권여당의 법안 통과 의지 의심케해, 지금이라도 전력투구해야

 

지난 11월 4일,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법 일부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대해(https://bit.ly/3etYIZU) “재계 의견도 반영해서 기업을 옥죄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 상법 개정 취지를 왜곡하는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 공정경제 3법은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적은 지분으로 지배력을 남용하고,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좌지우지해 사익을 추구해온 재벌총수와 기업의 경영을 분리해 총수의 전횡을 방지하여 기업을 잘되게 하는 법안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공정경제’라는 국정과제를 누구보다 힘써 밀어붙어야 할 정무위원회 여당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벌써부터 재계 눈치만 보는 발언으로 상법 개정안을 형해화시키려는 행태를 보인 것을 강하게 규탄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수일가의 전횡을 방지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키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상법 개정안의 경우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법무부가 이미 △집행임원과 이사회 의장의 분리, △집중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등의 내용까지 포함해 입법예고한 바 있으나, 재계의 반발로 당시에도 무산되었다. 20대 국회에서는 개원 초, 여⋅야 의원 122명이 참여한 상법 개정안을 김종인 전 의원(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의하기도 했다. 또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은 여야의 합의가 이미 이뤄졌다고 보아도 무방한 법안이다. 게다가 지금 여당이 174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강하게 추진하면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날 발언 중 김병욱 의원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에서 2가지 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사회와 감사위원을 완전 분리하자는 것”과 “최대주주 합산 3%가 아닌 개별 3%로 하자는 절충안”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안은 현행 상법의 이사회, 감사위원의 권한과 기능까지 퇴색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철저히 재계만을 위한 맞춤 수정안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 상법이 의도하는 이사회는 원칙적으로 회사 경영을 ‘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라, 경영진을 ‘감시·감독’하고, 법령이나 내부적 주요 의사결정에 한해 최종적인 결정을 하는 기구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적은 지분만으로 기업집단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가 스스로 이사회 구성원이 되거나, 떄로는 구성원도 아닌 채로 이사회의 권한과 기능을 무력하게 했기 때문에, 이사회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거나, 기업활동의 집행기구로 오해받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적 개선의 주요 목표는 언제나 ‘이사회 감시·감독 권한 강화’에 있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과거의 상법 개정 논의에서도 당연하게 전제된 것이다. 그런데 “이사회-감사위원 분리”는 반대로 이사회에서 감시·감독 기능을 분리하자는 주장이므로, 지금까지의 ‘회사 지배구조개선’ 논의를 명백하게 역행하는 것이다. 기업활동의 일상적 집행을 지배주주 등이 임의로 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집행임원’ 등 이미 상법이 두고 있는 기구를 강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편, 분리선출된 감사위원이 이사회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도대체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실효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합산 3%가 아닌 개별 3%라는 절충안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30%가 넘는 상황에서 개별 특수관계인마다 3%의 표를 보장한다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의미는 완전히 퇴색되고 만다. 모든 주주에 대해 개별 3%로만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것은 최대주주 이외에 외국 대규모 투자기관이 경영권 탈취를 국내 대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주장 등에 기반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을뿐더러, 이를 통제하려고 한다면, 최대주주 여부와 없이 공히 ‘합산 3%’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개별 3%는 김병욱 의원이 주장하는 우려를 해소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3%룰’을 무력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절충안을 여당 정무위원회 간사가 내놓았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부적절한 일이다. 김병욱 의원은 당장 해당 발언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으로 기업의 의사결정과 이익을 과도하게 독식하는데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의 문제가 있기에 상법 개정안의 통과는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력 집중과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이 심한 경제환경에서 총수 일가의 사익에 복무하는 대기업 집단의 불법행위 등은 한국 경제의 균형있는 발전과 중소기업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약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내놓은 상법 개정안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의 법무부 발의안보다 내용이 후퇴하기까지 했다. 이에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당시의 안을 반영하여 △집행임원과 이사회 의장의 분리, △집중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단독주주권 인정, △노동이사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은채 재계의 입장만 반영하여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형해화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는 사실상 무의미한 상법 개정안이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대야당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재벌총수들이 아닌 진짜 ‘기업’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통과 시키는 데에 전력투구하길 바란다. 참여연대는 여야 및 국회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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