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재벌개혁방안에 대한 입장 발표

지주회사 설립 허용 반대, 소액주주권리 보다 강화해야

김당선자와 그룹총수들과의 합의에 대한 입장

1. 김대중 당선자측과 재벌그룹 총수들이 회동을 갖고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조기 해소, 결합재무제표 도입 등 재벌개혁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한다. 경제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인 재벌문제가 적기에 개선되지 못하여 이처럼 극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서는 통탄할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만 우리 경제가 위기를 딛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벌개혁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2. 먼저 재벌들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로서, 철저하게 책임을 지는 자세로 뼈를 깎는 자기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13일 회동에서 합의된 사항들은 정상적인 시장경제하에서는 당연한 조치로서 그동안 재벌의 이해를 보장하기 위해 유보되어온 것들이다. 재벌들은 이번 합의만으로 자기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재벌 총수들의 퇴진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리해고제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기업부실화의 책임을 떠맡게 된 상황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재벌 총수들이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지배체제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재벌개혁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다. 또한, 총수와 그 일가족들의 재산을 기업과 사회에 헌납하고 재벌소유의 공익법인을 완전 독립시키는 등의 조치로 실제로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3. 김대중 당선자측이 이번에 발표한 재벌개혁방안 중에서 지주회사설립 허용 방침은 재벌체제를 오히려 영속화하는 것으로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재벌문제는 근본적으로 총수 1인 체제에서 비롯된다. 총수의 퇴진이 전제되지 않은 채로 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된다면, 총수체제를 뒷밤침하고 있는 그룹비서실이나 기획조정실이 지주회사로 전환되어 총수의 지배를 더욱 공고히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지주회사 설립은 각 계열사가 완전히 분리독립된 상태에서 검토되어야할 사항이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 주식 분산,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체 확립 등 기업지배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 또한, 경영 감시 장치로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한다고 하였으나, 대표소송 제기 요건에 단독주주권을 도입하지 않은 것은 개선의 실효가 없다.

대표소송은 당사자에게 돌아오는 실익이 없는 공익적인 것이기 때문에 단독주주권으로 하지 않으면 실제로 행사되기 어렵다. 또한 패소했을 경우 피고측의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등 남소를 방지할 수 있는 요소를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굳이 요건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장부열람권 행사 등 다른 소수주주권 행사의 경우 그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지분 이상의 주식 보유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 대신 대표소송은 주주라면 누구나 제기할 수 있도록 해서 경영감시 기능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5. 이번 김대중 당선자-그룹총수들 간의 합의사항은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어온 경제를 정상궤도로 돌려놓기 위한 단지 출발점일 뿐이다. 진정으로 재벌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벌의 철저한 자기반성 및 시정 계획과 신정부의 보다 개혁적인 정책들이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혁방안에 포함되지 않은 비서실·기획조정실 해체를 포함한 기업 지배구조 개편방안, 노동자 경영참가제도, 재벌의 언론사 소유 금지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재벌개혁안을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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