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의 경영권 보장위해 끼워 맞춰진 생보사 상장안

생보사 상장 관련 2차 공청회 발표 내용에 대한 참여연대의 의견

1. 12월 13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생보사 상장 관련 2차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보사 중 상장에 필요한 기술적 조건을 갖춘 생보사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뿐이다. 그런데 이들 생보사의 상장 문제는 생보산업의 내부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특히 삼성자동차 처리 및 이재용씨로의 변칙상속 문제) 및 대우그룹의 구조조정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생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재벌개혁·금융개혁의 촉진을 위해 명확한 경제논리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여 생보사 상장 원칙이 조속히 확정되어야 할 것이다.

2. 그런데 2차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은 1차 공청회와 비교해 볼 때 크게 후퇴한 것이며, 결국 기존 대주주(특히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일가)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정부와 재벌이 밀실에서 타협한 것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3. 첫째, 2차 공청회 발표 내용에서는 주주와 보험계약자 사이의 적정 이익분배 비율에 이론적·현실적 접근이 완전히 배제되었다. 1차 공청회에서는 경영대가설과 이자보상설에 입각하여 주주와 보험계약자에 대한 적정 이익분배율을 삼성생명의 경우 4.8 : 95.2, 교보생명의 경우 5.1 : 94.9로 계산한 바 있다. 물론 적정 이익분배율의 계산 결과 자체는 접근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인 바, 무릇 공청회란 이처럼 의견이 갈라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2차 공청회에서는 적정 이익분배율에 대한 논의 자체가 배제됨으로써, 결국 과거의 이익분배가 과연 적정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완전히 봉쇄된 채, 단지 회계장부상의 숫자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지극히 협소한 문제로, 나아가 밀실에서의 타협의 대상으로 축소시켜 버리고 말았다.

4. 둘째,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89년(교보생명), 90년(삼성생명)의 자산재평가 차익 중 보험계약자의 몫이 사내유보된 부분(자본잉여금으로 계상)의 처리 방법도 크게 후퇴하였다. 여기서는 자기자본을 구성하는 3가지 구성요소(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중 무엇을 기준으로 주주 및 보험계약자 사이의 분배율을 계산하고 그 중 보험계약자 몫을 어떤 방법으로 분배하는가(보통주 또는 우선주 또는 현금)가 논란의 초점이 된다.

1차 공청회에서는 여러 대안 중의 하나로 사내유보된 보험계약자 몫의 자산재평가 차익을 보통주로 자본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기존주주 대 보험계약자의 보통주 지분율이 삼성생명의 경우 53.2% : 46.8%, 교보생명의 경우 51.5% : 48.5%로 변동된다. 이 경우 최대주주가 변동됨은 물론 경영권의 변동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2차 공청회에서는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외에 이익잉여금까지 합한 91.3월말 현재의 자기자본 대비 사내유보금액의 비율로 보험계약자 지분을 산정’하는 1안(이에 따를 경우 보험계약자 지분은 삼성생명의 경우 30.2%, 교보생명의 경우 24.7%로 하락)과 ‘사내유보금액 중 자본전입한도내(2년전 자본금의 30% 이하)에서만 보험계약자 지분을 자본전입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배분’하는 2안(이에 따를 경우 보험계약자 지분은 삼성생명의 경우 21.9%, 교보생명의 경우 23.1%로 하락)을 제시하고 있다.

1안의 경우 90년 이전에는 이익잉여금 처리기준이 제정되지 않아 전액 주주 몫(삼성생명 813억원, 교보생명 1216억원)으로 처리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애초에 보험계약자 몫으로 배분되었어야 할 부분까지 주주 몫으로 인정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한편, 2안의 경우 재평가적립금의 자본전입을 2년전 자본금의 30% 이하로 제한한 유가증권상장규정 15조 1항 9호의 취지가 상장 직전에 주식가치를 과도하게 희석하여 기존대주주가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한 것임을 감안할 때, 기존주주의 부당한 이익을 제한하고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분배 몫을 산정하기 위한 이번 경우에는 동 규정을 적용해서는 안되며, 필요하다면 유가증권상장규정을 개정하여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결국 1안이든 2안이든 2차 공청회에서 제시된 내용은 기존대주주의 이익, 특히 기존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계약자의 지분을 30% 이하로 제한하는 밀실협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5.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국내 생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리고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생보사 상장문제는 조속히 확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가 밀실에서 졸속으로 마무리되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보다 공개적인 절차에 따라 이견을 수렴·조정할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6.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생보사 상장문제를 금융기관의 소유지배구조 건전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원칙을 확립하여야 한다. 즉 기존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억지로 이익분배율을 뀌어 맞출 것이 아니라, 성장기여도에 따라 주주와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분배 몫을 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보험계약자의 몫은 현금이나 우선주 형태가 아니라 반드시 보통주로 분배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과거의 보험계약자에 대한 이익분배는 공익재단에 대한 출연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공익재단이 상장생보사 기존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안정주주로 전락하지 않도록 그리고 상장생보사의 기업이미지 홍보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공익재단 자체의 소유지배구조를 건전하게 설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조속히 공개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보사의 대주주는 보험계약자의 돈을 사금고화하고 변칙상속수단으로 악용하고 나아가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로 활용하는 천민적 기업윤리를 조속히 교정하여야 한다.

자세한 문의 : 김상조 교수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한성대 무역학과)

전화 760-4059, 015-8575-4059

경제민주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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