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계열사간 소송 문제 등 현대그룹 구조조정 관련 입장

정씨 부자는 신뢰할 수 있는 자구노력을 조속히 가시화하라

1. 7월 25일 현대중공업은 현대전자의 해외자금 조달과 관련된 손실금을 회수하기 위해 현대전자·현대증권을 상대로 법적구상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97년 7월 현대전자는 보유 중이던 현대투신 주식 13,000,000주를 CIBC(Canadian Imperial Bank of Commerce)에 매각하는 형태로 자금(1억 7500만 달러)을 조달하였는데, CIBC는 3년 후(2000.7.24) 연 7.875%의 금리를 가산한 금액(2억 2063만 3598 달러)으로 동 주식을 되팔 수 있는 Put Option계약을 현대중공업과 체결함으로써 결국 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의 차입자금 조달에 지급보증을 선 셈이며, 현대전자 및 동 거래를 중개한 현대증권은 현대중공업에 대해 어떠한 재정적 부담도 지우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현대전자 측은 CIBC와 현대중공업 간의 Put Option계약은 원 거래와는 별개의 것이며, 각서는 그룹 차원의 손실분담을 위한 것으로 현대전자가 현대중공업의 손실을 보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 위 사건에 대해 참여연대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1) 참여연대는 현대중공업과 CIBC간에 체결된 계약서를 검토한 결과, 위 사건은 현대전자가 주식매각의 형태로 외자를 유치하는 외형을 취하였으나 현대중공업이 별도의 Option계약을 통해 지급보증을 선 사실상의 상업차관 도입으로, 삼성그룹의 PP(Pan-Pacific Industrial Ltd.) 관련 사건(PP의 삼성자동차 주식 인수에 대해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전관 등이 이면계약으로 원리금 지급 보장)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특히 97년 2월 외자도입법의 개정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관계를 전제하지 않은 유사 외자도입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도록 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97년 7월 현대전자의 사실상 상업차관 도입은 외자도입법 상 허위신고에 해당한다. 이러한 유사 외자도입으로 막대한 국부가 유출된 점, 이와 유사한 편법 외자유치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는 점 둥을 고려할 때 재경부의 고발과 이에 따른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

(2) CIBC와 현대중공업 간 Put Option계약의 성격에 대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 중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이냐 와는 무관하게, 현대전자·현대증권이 현대중공업에 대해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공한 것은 현대전자·현대증권이 우발채무를 부담한 것으로서 증권거래법상 공시의무위반인 동시에 주주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한다.

(3) 위 사건은 현대중공업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들의 강력한 이의 제기에 의해 공론화되었다. 이것은 계열사별 독립경영과 투명경영을 위해 사외이사들이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한다. 다만 위 사건으로 인한 손실을 완전히 구상하지 못하는 경우 현대중공업 경영진, 특히 97년 7월 Put Option계약을 체결한 경영진은 주주대표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4) 지난 몇 년간 현대그룹 계열사 중 자금사정이 양호했던 기업은 현대중공업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비단 위 사건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에 현대중공업이 여타 계열사의 자금조달에 지급보증 등의 지원을 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차제에 현대중공업은 불투명한 계열사 지원의 사례를 모두 공개하고 독립경영·투명경영의 전기를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3. 최근 현대그룹은 구조조정 부진과 관련하여 시장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것은 현대그룹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현대그룹은 정씨 3부자 동시퇴진 등의 자구노력을 약속하였으나, 오히려 형제간 경영권 분쟁만 심화되는 등 시장과 국민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고 있다. 현대그룹의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참여연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1) 현대건설·현대상선·현대전자·현대증권·현대투신·현대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의 현금흐름 및 수익상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

(2) 3부자 동시퇴진 약속에도 불구하고 몽구·몽헌 형제는 주주 자격이라는 명분 하에 계속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 이것은 은밀히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신 경영상의 명시적 책임은 회피함으로써 오히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정씨 3부자는 이른바 주주 자격의 경영개입 범위와 수단, 그리고 그 책임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나아가 경영위기에 봉착한 계열사의 회생을 위해 정씨 부자의 보유주식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자구노력을 조기에 가시화하여야 한다.

(3)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기업의 진정한 회생을 위한 자구노력을 충실하게 집행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거의 부실책임을 봉합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익치 회장, 김윤규 사장, 김재수 위원장 등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들을 유능하고 독립적인 전문경영인으로 즉각 교체하여야 한다.

(4)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계열분리가 예정되어 있는 계열사의 분리를 위한 조치를 조속히 이행함으로써 계열사간 부당지원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아가 한 계열사의 경영위기가 타 계열사로 전이되는 위험을 차단하여야 한다.

(5) 정부는 기업부실과 신용경색의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진정한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기초로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미봉적 대책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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