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1999-01-29   701

[청문회 1일평가] 99.1.29.

29일 경제청문회 평가

증 인 : 이신행 전 기산 사장, 유시열 전 제일은행장

1999. 1. 29. A.m 10:00 – p.m 6시

Ⅰ. 오늘의 쟁점과 우리의 주장

1. 정경유착

기산 비자금 조성 목적을 묻는 과정에서 이신행 의원은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떡값, 인사치레 때문에 비자금조성이 필요하며 비자금 조성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사용처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증언을 회피하였다.

이에 대해 질의에 임한 의원들은 더 이상의 추궁을 하기보다는 의원들 역시 관행을 이해한다면 비자금의 조성과 사용을 당연시 하는 태도를 일관하였다.

이신행 의원은 기업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정치적 힘이 필요했다며 자신의 정치적 진출을 정당화 했다. 그러나 이는 정경유착을 스스로 자인하는 증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정경유착의 현실 자체를 관행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청문회에 나선 정치인들이 적어도 자신들의 문제에 관한 한 청문회에 나선 다른 분야 증인들과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비자금 조성과정과 사용과정에서 사회전반적인 문제점이 질의 응답을 통해 밝혀진 것은 성과라 할 수 있다. 비자금의 조성과정에서는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의 저해와 부동산 매입비리, 하도급 수주관련 리베이트 등의 문제점이 밝혀졌다. 비자금의 사용과정에서는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정치권 유입과 하도급의 리베이트제공으로 인한 부실경영, 인허가를 둘러싼 공무원의 부정부패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또한 의원질의 과정에서 기아그룹 차원에서 이신행 의원의 총선을 지원한 것이 드러났다. (한나라당에서 각 재벌그룹 출신의원 1인씩을 총선에 출마시키자는 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장성원)

2.재벌체제

1) 그룹의 핵심 기업의 경영권 행사

부실한 기산을 기아그룹에 편입함으로써 기아그룹의 부실화 – 부채비율 증가와 지급보증의 확대로 인한 – 촉진시켰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2) 무리한 투자를 통한 확장

기업의 외형상 확장(무리한 투자)이 기업 부실화을 촉진했다는 접이 확인되었다. 유시열 전 제일은행장은 기업의 부실화는 은행의 대출심사로 방지할 수 있으나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와 은행권의 감시기능부재로 인해 기업 부실화를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3) 내부거래

이신행 증인은 기산은 기아그룹내 내부수주를 통해 유지되다가 기아를 통한 내부수주가 끊기자 외부수주를 위해서 과다한 투자와 리베이트가 필요해 과다한 부채를 지게됐다고 증언했다. 이는 내부거래사실과 불공정 거래를 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4) 그룹내 금융계열사의 보유

기아가 자금난을 겪은 것은 금융계열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신행의 주장은 금융기업이 재벌의 사금고화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으로 현 재벌기업 경영인의 기본적인 경영마인드의 문제점을 드러내 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원들은 별다른 반론이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5) 분식회계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대한 책임추궁이 여전히 미흡했다.

사실 오늘 밝혀진 이러한 문제는 비단 기아뿐만 아니라 30대 재벌그룹 모두에서 공히 드러나는 문제점으로서, 이에 대한 추궁 없이는 과잉중복투자와 이에 따른 경제전반의 부실화를 설명하기 힘든, 경제위기의 핵심요인이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미 최소한 5대재벌 총수와 비서실, 핵심 계열사 경영진과 자금담당 이사들이 경제청문회 증인으로 소환되어야 함을 주장한 바 있다.

3. 기아처리지연의 문제가 누구의 책임인가?

부도유예협약결정과정에서 주 채권 금융기관들의 의사결정과정에 누구의 입김이 작용했느냐가 질의의 초점이 되었으나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유시열은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제일은행의 주도하에 결정했다고 석연치 않은 증언을 했다. 그러나 질의과정에서 강경식 및 청와대의 개입부분을 밝혀내려 했으나 충분한 성과를 보지는 못했다.

Ⅱ. 이걸 더캐내라

1. 비자금 조성과 사용과정 :

조성과정에서 연루된 인사가 누구인가?

비자금 사용에 관련된 정치인과 공무원은 과연 누구인가? (정우택 의원은 리스트를 공개해야 한다)

2. 기산의 기아 편입을 주도한 사람은 누구인가? 의도는 뭔가?

김선홍과 이신행 의원은 당시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주체는 누구인가?

3. 부도유예협약 적용 결정, 집행과정 상 지연의 외압실체 및 주채권은행의 판단자율성 여부가 더 밝혀져야 한다.

이런 질의응답은 곤란 (시민전화)

“원론적이고 상식수준의 질의가 너무 많다…. 구체적인 추궁은 못하면서 그림표만 그린다.”- 채 00씨

“증인을 신문하는 건지, 증인이 신문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증인의 답변태도에 아주 불쾌감을 느낀다.” -이신행 의원 강00씨

“의원들이 노조위원장에게 반말투로 얘기하는 것은 오만불손한 것” “노조위원장은 힘이 없어서 깔보는 것 아니냐”

– 28일 저녁 기아노조위원장 에 대한 질의태도에 대해, 박00씨

Ⅲ. 총평

“기업들이 경영활동상에 정경유착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신행주장)”

“그런 점(정경유착과 비자금조성)은 우리도 이해하는데….”(질의 의원)

기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었다는 미명하에 정경유착과 비자금 조성을 너무나도 당연시 여기는 기업인과 또 이를 인정해 주는 국회의원들의 태도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기업활동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비자금을 조성하여 로비할 수 밖에 없는 기업환경, 또 이를 당연시 여기는 정치권, 이러한 정경유착이 오늘의 경제위기를 부른 주된 원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치권 스스로 외환위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경제위기의 진상규명과 위기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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