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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정책&제도
  • 2004.11.26
  •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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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재경위의 한국투자공사법안 심사 관련 성명



26일 국회 재경위 공청회를 시작으로, 한국투자공사법안에 대한 심의가 본격화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부실한 자산운용으로 인해 국민의 자산인 외환보유액과 연기금의 손실을 초래할 개연성이 매우 큰 한국투자공사법안의 국회통과를 반대한다.

참여연대는 ‘일정 위험허용 한도내에 운용자산의 국제구매력의 극대화’라는 목표를 위해 한국투자공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국투자공사에 선진적 지배구조나 고도의 투명성이 보장되어, 외화보유액이나 연기금의 운용과 관련된 불신이 말끔히 해소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재의 법안에는 참여연대가 지난 7월에 지적한 지배구조나 투명성의 여러 문제점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최근의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이나 무리한 환율방어에 따른 외국환평형기금의 손실이 불거지자, 한국투자공사의 운용자산(특히 국민연금이나 사채를 발행하여 조달한 원화자금)이 ‘제 2의 외평기금’이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당국의 사금고’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면서 한국투자공사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 정부법안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는 자산의 운용과 조달에 있어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고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스스로 원화부채(법 25조 1호)로 원화자금을 조달해서, 이를 외국환평형기금처럼 외환시장에 개입(법 27조 4호ㆍ5호)할 수 있으며, 국민연금으로부터 원화자산을 위탁받아 국내 경기부양을 위해 주식투자(법 27조 3호)나 SOC투자(법 27조 6호)를 할 수도 있다.

반면에 이러한 ‘목적외 사용’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전무하다. 외평채는 국회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요하는데 비해, 한국투자공사는 법상 아무런 제한없이 사채를 발행할 수 있으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기금관리기본법의 개정없이도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연기금의 주식투자나 SOC투자를 위해 한국투자공사를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차단하기 위해 사채발행를 포함한 원화자산의 조달과 원화자산에의 투자 모두를 금지시켜야 한다.

한국투자공사는 기본적으로 외환보유액이라는 “이미 조성된 자금”의 운용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드는 조직이지, “새로운 자금을 조성하여 운용하기 위해 만드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투자공사가 원화자산에 투자하려 한다면 그에 앞서 그동안 발행한 통안채나 외평채를 먼저 상환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특히 원화 자산의 운용과 관련하여 이미 시장에 다양한 간접투자기구가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굳이 한국투자공사를 설립하여 직접 자산운용업무에 나설 이유가 없다. 연기금 역시 자산의 위탁운용이 필요할 경우 시장의 간접투자기구를 이용하거나 기획예산처 관리하에 있는 연기금 투자 pool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투자공사가 재경부 산하에 있는한, 재경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이에 대한 시비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특히 투명성과 지배구조가 취약한 현재법안대로 한국투자공사가 설립되어 연기금을 포함한 원화자산의 조달과 원화자산에의 전면적인 투자를 허용한다면 국민의 자산인 연기금이 관료와 정치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계속해서 ‘외환보유액 운용이라는 특수성’을 명분삼아 한국투자공사의 거의 모든 활동에 대한 정보접근과 국회등 외부 감시에 차단막을 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는 ‘적정보유액’을 초과하는 외환보유액과 연기금을 위탁받아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이러한 논리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오히려 정부 스스로가 투명성을 제고하여, 국회나 외부감시를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투자공사의 운영과 관련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를 위해 공개의 범위를 시행령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이를 법률에 규정하여 법률에 의해 투자공사의 운영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만에 하나 원화자산의 조달과 운용이 허용될 경우에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등 다른 간접투자기구와 동일한 규제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감시와 관련하여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위탁자에 의한 감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돈을 위탁한 자가, 국가나 일반 시민에 비해 감시의 유인이 큰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현재 정부법안은 공사와 위탁기관간 개별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에도 다시 대통령령에 의해 제한하도록 되어 있어(법 제 26조), 사실상 위탁자가 아닌 재경부가 계약의 내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탁자에 의한 통제를 불가능할게 할 뿐 아니라, 자산을 위탁한 계약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이다. 따라서 국회는 반드시 이 조항을 삭제하고 위탁자의 자유로운 계약체결권을 보장해야 한다.

현 법안에서 상정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시스템은 집권여당과 관료의 부당한 개입을 차단하고 내부비리를 예방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상 한국투자공사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에는 한국투자공사가 일반 시민의 이익이 아닌, 관료, 특히 재경부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운영될 것이라는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현재 법안에 정부의 영향력을 차단할 장치들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조금도 신뢰하지 않는다.

지난 재경부 국감때 산업은행의 LG카드 지원논란을 보라. 산업은행법 어디에 산업은행의 LG카드 지원을 허용해주는 규정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경부는 공문을 보내, 산업은행의 LG카드 지원을 채근하는 식으로 신종 관치금융을 부활시켰다. 또한 한국투자공사가 설립되면 벌써부터 재경부의 ‘인공위성’중 누가 ‘낙하산’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기까지 하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현행법은 한국투자공사 사장에 대한 제청, 감사의 임면, 정관의 인가를 재경부장관의 권한으로 규정하는 등 기존의 낙후된 공사법체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일반기업의 사외이사에 해당하는 민간위원 추천도 정부부처들이 주도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자격요건마저도 법이 아니라 재경부가 통제할 수 있는 대통령령에 포괄위임하고 있다.결국 관료로부터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독립적인 운영을 위해서 법의 대폭적인 손질은 불가피하다.

국회는 선진 각국의 대형연기금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투자공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겉으로 표방하는 목표와는 달리 한국투자공사는 관료와 정치권의 왜곡된 목표에 봉사하는 ‘사금고’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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