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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개혁/경제민주화
  • 2005.02.27
  • 882
  • 첨부 1

‘낙하산’, 외환시장의 편법개입, 경기부양을 위한 동원 우려 여전해



지난 25일(금) 국회 재경위원회는 찬성 11인, 반대 7인으로 한국투자공사(KIC)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의 한국투자공사법안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운용자산의 국제구매력 극대화’라는 본래 설립 취지와 달리 한국투자공사가 정부의 편법적인 외환시장 개입이나 단기 경기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공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보완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애초 정부안에 비해 일부 진전은 있으나, 본질적으로 작년 12월 재경부가 제출한 ‘수정안’보다도 후퇴한 함량미달의 법안이다. 참여연대는 현재의 한국투자공사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반대하며, 본회의 표결에 앞서 여ㆍ야가 다시 한번 법안의 문제점을 검토하여 이를 보완한 후 법안의 표결을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

현재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하 상임위안)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투자공사의 설립 목적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것이다. 상임위안은 “금융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법안의 유일한 목적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위탁자산의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지난 12월의 재경부 수정안(이하 12월 수정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이처럼 목적 자체를 모호하게 규정하고서는 이후 한국투자공사의 자산운용 실적이 부진하다 하더라도, 그 책임을 따질 수 없으며 이로써 운용주체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다.

둘째 현행 상임위안에는 관료, 특히 재경부 출신인사의 낙하산을 방지할 장치가 없다. 물론 능력과 경험을 갖춘 전직 관료가 사장이나 감사로 내려와 한국투자공사를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가 집권당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사금고(私金庫)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관료, 특히 재경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퇴직공직자는 일정 기간 공사의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도록 하는 등과 같은 낙하산 방지책은 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상임위안에 들어있지 않다. 재경부는 낙하산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으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재경부가 진정으로 낙하산으로 내려갈 마음이 없다면 왜 임원(혹은 감사)의 자격요건을 “금융기관 경력자와 일정한 자격증 소지자로 한정”하자는 국회 재경위 수석전문위원의 수정의견은 무시하고, 이를 굳이 “금융 또는 투자관련 분야의 10년 이상 종사자”로 모호하게 규정하여 관료들이 임원으로 선임될 수 있는 길을 터주려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법안심사를 담당한 재경위 소위 위원들 역시 어떠한 생각으로 이를 허용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본회의 통과 전이라도 국회는 한국투자공사가 재경부를 비롯한 퇴직자들의 정거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임원의 자격 요건을 반드시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상임위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투자공사의 자산운용의 용도를 규정한 부분이다. 애초 12월 수정안에는 "위탁받은 외화표시자산을 원화표시 자산으로 전환하여 운용할 수 없으며, 위탁받은 원화표시자산을 외화표시자산으로 전환하여 운용하는 경우 외환정책적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규정이 있었는데 이번 수정안에서는 이것이 빠져 있다.

대신 "공사는 위탁받은 자산을 외화표시자산으로 운용하여야 한다. 다만 일시적으로 불가피하게 원화표시자산으로 운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며, 이 경우 금융기관에의 예치, 국공채 매입 등 안정적으로 중립적으로 운용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들어가 있다. 즉 외환정책 목적으로 원화표시자산을 외화표시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이로써 국회의 동의 없이(외평채는 발행에 있어 국회의 동의를 요한다) 재경부가 외환시장에 편법적으로 개입할 길이 열린 것이다.

물론 재경부는 2007년 1월 1일부터 한국투자공사가 원화자산을 위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이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는 점에서 어불성설이다.

또한 위탁받은 외화표시자산을 원화표시자산으로 운용하도록 허용하는 요건이 지극히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규정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일시적’이고 ‘불가피한 경우’란 무엇이며, 이 경우 허용되는 금융기관의 범위와 예치의 의미는 무엇인지 법률로 전혀 규율되지 않음으로써 이를 악용할 소지를 열어준 것이다.

물론 위탁받은 원화자산을 외화자산으로 전환하는데 약간의 시차가 소요될 수 있으므로, 이 과정에서 원화자산을 일시적으로 보유할 수는 있지만, 이런 경우라면 그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이런 경우에 국공채를 신규로 매입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결국 외화표시자산을 원화표시자산으로 운용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뉴딜정책’과 같은 정권 차원의 사업에 한국투자공사를 동원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게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연기금의 한국투자공사 위탁은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첫째 이미 시장에는 연기금의 간접투자기구(vehicle)가 충분히 존재하며, 둘째 한국투자공사는 외부 위탁을 위주로 하는데, 국민연금이 공사에 위탁시키고 다시 공사가 이를 재위탁하면, 국민연금의 경우 수수료를 이중으로 부담하게 됨으로써 연금가입자들에게 불리하다.

셋째 민간자산운용사에 대해 국민연금이 누리게 되는 유리한 지위(예컨대 수수료 협상, 혹은 운용사로부터의 교육프로그램)를 한국투자공사로부터는 누리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이 한국투자공사에 위탁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투명성이 저하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투자공사에 위탁될 국민연금의 자산내역과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이로써 연기금의 투자수익률이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투자공사는 애초의 설립취지대로 외환보유액의 해외운용만을 허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니면 최소한 지난 12월 수정안의 제한 규정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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