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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정책&제도
  • 2007.05.08
  • 2274
  • 첨부 1

집권도 하기 전에 재벌과 결탁 하려는 것인가



지난 5월 7일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울파이낸스포럼 초청 강연에서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 허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고 주장하였다. 은행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소유가 이미 폭넓게 허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은 은행까지 산업자본의 손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도 다른 자리에서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원칙의 재고를 주장한 바 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수립해야 할 제1당의 두 유력 대선후보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도 않고, 국내 경제운용 경험에도 부합하지 않는 허황된 주장을 펼치는 현실에 큰 우려를 표시하며, 두 대선 후보와 한나라당은 오직 재벌의 이해관계에만 부합하는 금산분리 완화 주장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우리나라 은행법은 국내외를 차별하지 않고 모든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은행법이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심지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에 대해서도 그 문호를 활짝 개방한 반면, 국내의 산업자본에만 차별적으로 은행소유를 규제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소위 “역차별” 주장은 우리나라의 제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재벌의 금융진출을 용이하게 하려는 왜곡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우리는 이런 주장이 현대그룹의 주거래 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의 매각과 삼성그룹의 주거래 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한다. 섣불리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인정할 경우 이들 두 은행은 거의 확실하게 국내 유수 재벌의 계열사로 편입될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 또는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지목하는 또 다른 규제인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는 재벌이 금융기관을 이용해서 다른 산업자본에 대해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을 그 취지로 한다. 이 제도는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려던 삼성이 계열 금융기관인 삼성생명을 동원해서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반대를 촉발한 결과로 입법화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법은 현재에도 삼성생명을 이용한 삼성전자의 지배권 유지와 삼성카드를 통한 삼성에버랜드의 지배권 유지를 규제하는 역할을 힘겹게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산법 제24조를 폐지하자는 것은 재벌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그대로 용인하고 더 나아가 삼성자동차의 사례에서 보듯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금산분리 원칙의 폐지에 대한 주장이 사실은 재벌의 경제장악력을 유지ㆍ확장시키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민족주의적 색채로 변장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다. 외환은행을 외국 투기자본인 론스타에 넘기느니 차라리 민족자본인 재벌에게 넘기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 그것이다.

우리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긴 참여정부의 결정은 크게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이미 여러 차례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 이유는 론스타가 외국자본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론스타가 은행법상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였기 때문이었다. 참여정부가 현재의 은행법을 제대로 적용하기만 했던들 외환은행은 절대로 론스타같은 외국의 단기 투기자본에 매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는 인류가 오랜 경제활동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제도화한 국제적 규범이다. 이런 경험은 우리나라에도 예외가 아니고 특히 재벌체제라는 특성 때문에 오히려 더욱 그런 사례가 더 자주 발생하거나 더 큰 규모로 발생했었다. 삼성이 삼성생명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하거나 지배력 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대우가 대우증권을 이용해 다 꺼져가는 재벌체제를 불법적으로 연장하려고 했던 사례를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10년만의 재집권을 꿈꾸고 있는 한나라당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정상적인 금융질서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포기한 채, 집권도 하기 전에 재벌과 결탁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점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런 정책으로는 절대로 뜻있는 국민들의 신망을 얻지 못할 것임을 엄중하게 충고한다. 끝.

시민경제위원회

성명_070508.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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