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법 차명계좌 개설경위와 책임소재 분명히 가려야

– 여전히 소극적인 금융감독당국 태도 납득할 수 없어
– 검찰은 우리은행의 금융거래 정보 누설 혐의 여부 수사 통해 밝혀야
– 감사원은 금융당국에 대한 철저한 감사로 책임소재 규명해야 할 것

어제(12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는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주장한 본인명의 차명계좌 4개가 개설된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 위반됐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는 계좌주 본인이 밝힌 차명계좌 4개에 대한 위법행위를 확인하는 데 장장 45일이라는 시간을 들인 금융감독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사건이 알려진 초기부터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의 자체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20여일을 보냈고, 조사 결과가 미진해 현장검사를 나가면서도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차명계좌 4개로만 한정해 검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단 며칠이면 현장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무려 45일이 지나 밝히면서도 “어떤 동기로 누가 이런 행위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명의를 도용한 것인지, 합의 차명인지 등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소극적이다 못해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삼성이 연루된 사건에서 금융감독당국의 이 같은 방어적 태도는 비단 차명계좌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의 의뢰에 따라 우리은행이 삼성 직원들의 계좌를 불법 조회한 사건에서도 금융당국은 경찰의 조사 의뢰에 대해 우리은행 검사결과를 제시하며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으며, 삼성중공업ㆍ삼성상용차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어 감리를 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시민단체들의 감리신청이 제기되자 마지못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버랜드 사건을 비롯한 경영권 불법승계와 관련된 각종 사건에서도 금융감독당국의 소극적 자세는 익히 알려진 바이다. 참여연대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태도는 스스로의 관리감독 권한과 책무를 포기한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삼성 봐주기’가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자세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금감위ㆍ금감원은 ‘금융실명법 위반 사실은 있지만 누가 어떤 동기에서 했는지 알 수 없다’는 모호한 태도로 이번 사건 조사를 마감하려 해서는 안 된다. 차명계좌 개설의 일차 관리책임이 있는 담당자뿐만 아니라, 계좌 개설이 상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그 책임자는 누구인지 명백히 가려 엄중한 문책을 내려야 마땅하다.

또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우리은행 등이 고액의 금융거래를 보고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과태료 부과 등을 통해 정당한 감독권을 즉시 행사해야 할 것이다.

검찰도 우리은행 문제에 대해 즉각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이미 삼성의 의뢰에 의해 당사자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삼성 직원의 계좌 거래 내역을 조회해 준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5년 이하의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행위이다. 그런데 이번 차명계좌의 개설 및 운영과 관련해서도 차명계좌의 존재 이유가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우리은행 등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계좌를 포함 차명계좌들의 거래내역을 삼성그룹측에 통보하거나 일상적으로 보고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의 분발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며 태업이나 다름없는 자세를 보인 금감위ㆍ금감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책임 문제도 분명히 거론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지난 11월 28일 감사원에 금감위와 금감원에 대한 감사청구를 제기한 바 있으며, 금감위의 이번 조사결과 발표는 감사개시를 확정지을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 판단한다. 금융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감독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이 왜 이토록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는지 이제는 감사원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