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행위로 손해끼친 이건희씨 등 삼성전자에 거액배상 판결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승소, 재벌 위법관행에 쐐기

 

뇌물공여, 부실기업인수, 계열사 주식 저가매각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건희씨등 전·현직 이사들에게 거액의 배상판결이 나와 재벌의 위법적인 경영관행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27일, 수원지법 제7민사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이건희 회장에 대해 75억원 전액 손해배상 지급을, 부실기업인 이천전기를 인수하기로 결의한 이윤우씨 등 8명의 이사들에게 276억원을 연대 배상할 것을, 삼성종합화학 유가증권 저가매각 결의를 한 김광호씨 등 이사 5명의 이사들에게 626억6천만원을 연대 배상할 것을 선고하는 등 총 977억여원을 손해 배상할 것을 선고했다. 이들이 손해배상하는 금액은 그들이 손해를 입힌 삼성전자에 모두 귀속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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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청구내용과 판결내용 요약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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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는 지난 98년 10월 참여연대가 22명의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을 원고로 제기한 삼성전자 주주대표 소송에 따른 것으로 재판부는 이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계열사인 중앙일보와의 부당내부거래행위와 삼성물산 및 삼성중공업과의 부당내부거래행위에 대해서 재판부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집행되었거나 이사들이 업무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식총수의 0.01% 이상을 확보한 주주들이 이사의 위법행위로 회사에 끼친 손해액을 회사에 배상할 것을 회사대신 청구하는 소송이다. 참여연대는 소 제기를 하기전 회사가 직접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했으나 삼성전자 측이 이를 거부해 소액주주들을 모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승소는 97년 제일은행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한 소송에 이어 두 번째이며 비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서는 최초이다.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승소의 의미

    이번 판결은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출자총액제한의 사실상 폐기, 재벌소속 금융기관의 계열사 주식 의결권 허용 등 각종 재벌규제 조치를 완화하여 재벌 개혁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의 부당한 내부거래 및 선단식 경영행태에 대해 사법부가 엄정한 책임 추궁을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의미를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영진 개개인에게 경영책임 부과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저버린 재벌총수와 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와 같은 행정 처분을 넘어서 사법부가 경영진들의 개인적인 손해배상책임을 물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제일은행 이사들의 경우 1심에서 4백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이번 판결에서는 배상액 규모가 1천억에 달해 1인당 배상액이 100억원이 넘어 이사들의 무책임한 경영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기능 실질화하는 획기적 계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천전기에 대한 출자 및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저가 매각과정에서 이사회가 회사의 이익을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고 회사에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사전에 자료를 배포를 하지 아니하고 1시간도 안돼 졸속으로 결의한 것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재벌기업의 이사회 운영에 대해 경종을 울린 판결로서 이사회 기능을 활성화하고 실질화하는 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 저가매각으로 특정인에게 부당이득 제공관행에 제동 또한 재판부는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저가 매각과 관련하여 순자산가치가 아니라 상속세법상의 주식가치 평가방법에 따라 매도가격을 결정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재용 등에게 저가 발행한 경우 등 삼성그룹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서 상속세법상의 평가방법을 자주 사용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로 이후에 재벌기업의 유가증권 거래에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뇌물공여 등 정경유착관행에 쐐기 한편,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에 대해 사법부가 결과적으로 회사에게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할지라도 뇌물공여와 같은 형법상의 범죄행위를 기업활동의 수단으로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정경유착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벌총수에게 이사회 출석여부를 판단기준으로 적용한 것은 납득 안돼

    그러나 재판부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당시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천전기 부당출자나 삼성종합화학 주식 저가매각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 부분에 대해 "재벌총수 및 보좌역할을 하는 구조조정본부가 전권을 행사하는 황제적 경영행태가 일반화된 재벌 경영현실을 외면한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이사에 취임한 후 98, 99년에는 단 한차례도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아 이사회 참석여부를 기준으로 책임을 묻는다면 이들에게 어떠한 책임추궁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이사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재벌총수 및 구조조정본부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항소를 통해 이건희 및 이학수의 손해배상책임을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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