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논리 그대로 수용한 검찰의 시대착오적 두산 수사

‘국익’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내린 불구속 처분 납득할 수 없어

비자금 사용처 밝히지 못했고,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책임 묻지 않아

참여연대는 검찰의 수긍할 수 없는 판단에 대하여 항고할 것



검찰은 오늘(10일) 두산그룹 총수일가의 비리 수사에 대하여 총수일가 4명 등 모두 14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한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번 수사가 ▲ 국익이라는 추상적인 이유로 총수일가 모두를 불구속 처리한 점과 ▲ 비자금의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고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묻지 않은 것 ▲ 고려산업개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법원의 판단과 상치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에 대해 매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의 이번 판단이 향후 중대한 경제범죄 처리에서 나쁜 선례로 작용할 여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관점에서 참여연대는 항고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검찰은 두산 총수 4형제가 총 326억을 횡령하는 과정은 비교적 상세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처는 이자대납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대주주 일가의 생활비 등’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러나 2,800억원대의 분식회계가 드러났고 300억원대의 회사돈 횡령이 확인되었는데, 총수일가가 이 돈을 모두 개인적인 생활비로 흥청망청 탕진했다고 하면, 과연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대한국민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비자금 사건의 이면에는 언제나 불법 정치자금 또는 뇌물 제공 등의 검은 경경유착 문제가 숨어 있음은 삼척동자도 짐작하는 바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는 비자금의 조성 과정만 확인했지 그 사용처는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반쪽짜리 수사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참여연대가 고발한 신협 출자, 신주인수권 매입, 주가조작 등의 배임혐의 사안에 대해 검찰이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것은, 주식회사 이사의 충실의무를 전혀 고려치 않는 시대착오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검찰은 회사와 그 주주의 입장에서 개별적인 경제행위를 판단하지 못하고, 이를 그룹 내지 총수일가의 이익과 혼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 두산신협이 적정한 위험관리 없이 자산의 대부분(80%)을 계열사 주식 매입에 충당한 부분, ▲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여 손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 배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엄연히 별개인 개별 회사의 이익과 재벌 그룹 전체의 이익을 동일시하는 재벌총수의 입장을 검찰이 그대로 수용한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고려산업개발과 두산건설 합병 당시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하여, 고려산업개발의 주가가 낮게 책정되어 두산건설 측이 합병비율 산정에서 이익을 얻었다는 최근 법원의 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법원의 결정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납득할 수 없는 검찰의 판단에 대해 곧바로 항고할 것이다.

또한 참여연대는 검찰 수사 내용의 문제점 외에 총수일가에 대한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린 검찰 수뇌부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강정구 교수에 대해서는 ‘마녀사냥식’으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강변하던 검찰이 2800억원대의 분식회계와 300억원대의 회사의 재산을 횡령한 범죄자에 대해 ‘국익 훼손 우려’를 이유로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도대체 대한민국 검찰의 구속 기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3명의 IOC 위원(김운용, 박용성, 이건희)들은 모두 실정법을 위반하였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로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사실 이들 모두는 IOC위원으로서 갖추어야할 도덕성과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지 오래이다.

만약 이들에 대한 구속으로 국익이 훼손된다면, 그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실정법을 위반한 박용성 회장, 이건희 회장 본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검찰이 ‘국익’ 운운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결정을 합리화하려는 것은 법 앞의 평등 원칙을 훼손한 검찰의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특히 수사 검사들이 제시한 구속 기소 주장을 물리친 검찰 지도부중의 한사람인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우, 이미 인천지검장 시절 대상 임창욱 회장에 대한 미온적인 수사를 지휘한 전력이 있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여론에 떠밀린 검찰이 뒤늦은 수사를 통해 임창욱 회장을 구속 기소했지만, 이미 검찰의 권위와 신뢰는 땅에 떨어지지 않았는가. 두산 사건 역시 과거 대상그룹의 전철을 되풀이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천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에게 재벌총수 등 거악과 맞설 것을 당부했으며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참고인 중지를 결정한 수사라인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천장관은 이번에는 “불구속 수사원칙은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되며 두산그룹사건 관련자 불구속 기소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라며 두산 총수 일가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결정한 검찰수뇌부의 결정을 옹호하고 나섰다. 천장관의 이러한 발언이 취임초기의 언명과 모순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취임초기의 발언이 정치적 수사가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재벌의 구태의연한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100가지 제도개혁보다 단 한번의 엄정한 사법적 판단이 더 효과가 있는 법이다. 미국이 분식회계를 한 월드컴과 아델피아의 최고경영자에게 각각 징역 25년과 1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 만큼, 법원은 검찰의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검찰의 수사를 통해서 두산의 비자금 조성 규모와 경위가 밝혀진 만큼 금감원과 국세청 등은 즉각 특별감리와 세무조사에 착수하여 엄정하게 조치하여야 할 것이다.

두산사태를 통하여 재벌구조의 문제점이 증명되었다. 가족간 분쟁이 기업의 위기로 변질되는 후진적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박용성 전 회장 등은 그룹 회장직에서 사퇴했다고 하나 불구속 상태에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또한 비상경영위원회의 전문경영인들이 총수일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소신 있게 경영할 수 있을지 여부도 의심이 든다. 특히 현재의 비상경영체제가 총수일가 4세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도기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의혹들을 불식하지 못한다면 두산그룹은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할 것이다.

두산그룹은 차제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에 형사 기소된 총수일가는 IOC 위원등 모든 공직과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며, 각 계열사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총수일가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독립된 사외이사 선임 등 이사회 구성을 혁신하고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끝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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