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2003-05-06   1417

[논평] 서영제 서울지검장의 직무유기

엄정한 법집행을 미룰 경우 경제 불안정 요인은 더욱 악화될 것

– 재벌관련 수사를 경제사정과 연관시켜야 한다는 발언관련 논평-

1. 서영제 서울지검장이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SK그룹의 분식회계에 대한 수사가 국익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겠으며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경제사정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서 지검장의 이같은 발언은 불법행위를 처벌하는 검찰의 수사권을 포기하는 것으로서 직무유기인 동시에, 검찰과 재경부 등 경제부처의 역할을 혼동하는 것임을 지난 3월 14일에 이어 다시 한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2. 서 지검장은 지난 3월 서울지검장 취임 때 발표했던 취임사 및 언론인터뷰에서도 재벌비리관련 수사가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 당시 재벌비리수사를 유보할 것이라고 발언한 적은 없다고 스스로 해명했다.

그랬던 서 지검장이 또다시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가 아주 안좋은 상태에서 대기업관련 수사를 잘못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런 수사는 주변상황을 봐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나는 지금도 그 수사(SK그룹에 대한 수사)가 국익을 위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겠어요”라고 발언하였다.

서 지검장의 이같은 발언은 경제사정을 감안하여 재벌을 비롯한 기업의 대형비리사건을 덮어두고 갈 수도 있다는 취지로, “재벌수사 유보”라는 말은 한 적은 없다는 당시의 해명을 무색케하는 것이다.

3. 참여연대는 경제비리가 밝혀진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까지 검찰이 판단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감독기관과 수사기관이 엄정한 법적용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의 불안정 요인을 지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옴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유사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검찰의 몫일 것이다.

그 비리실체가 드러난 후의 대책은 감독기구와 수사기관의 몫이 아니라, 재경부나 한국은행 등의 경제부처와 금융기관의 몫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인 검찰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고 남의 영역에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전형적인 직무유기이자 스스로의 독립성을 포기하는 행위이다.

4. 한편 서 지검장은 외국언론 보도내용을 인용하면서 SK수사로 인해 외국자본이 180억달러 빠졌나갔다며 정말 한국경제가 휘청거렸으며 따라서 국익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한국은행 통계자료 등에 따르면, SK사태에 따른 충격이 완전히 표면화된 2003년 3월말(1,238억 2,400만달러)과 4월말(1,236억 1,900만달러)의 외환보유고도 2002년 12월말(1,214억 1,300만달러)보다는 오히려 증가한 상태이다. 지난 3, 4월 외환보유고가 소액 감소하기는 하였지만, 4월말 현재 외환보유고는 2월말(1,238억 2,400만달러)에 비해서 단지 3억 6,900만달러 줄어들었을 뿐이다.

또 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투자자 거래현황(거래소 주식, 협회등록 주식, 채권의 합계액 기준)을 보더라도 3월의 경우 외국인들은 3,599억원(약3억달러)을 순매도했고, 1월부터 3월까지 다 합쳐도 순매도액은 7,550억원(약6억 3천만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이 이러할진대,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15%에 달하는 180억달러의 외국자본이 유출된 것처럼 과장·오도하는 것은 기본적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가경제위기를 운운하며 재벌관련 비리사건의 속도조절을 주장한 것으로서 서 지검장의 자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5. 참여연대는 다시 한번 자신의 역할을 경제부처의 역할과 혼돈하고 있는 서영제 서울지검장의 재벌비리사건에 대한 속도조절 주장을 비판하며, 검찰이 한화그룹의 분식회계 및 삼성그룹의 SDS 배임죄 사건 등 재벌관련 사건에 대해 즉각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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