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2003-10-24   710

<경제프리즘> 토지공개념은 정말 위헌인가?

토지공개념은 헌법 정신에 충실한 정책

주택은 의.식.주의 하나로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이 꼭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생활수단의 하나이다. 텔레비전과 같이 필요에 따라 시장에서 구입을 선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품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주택의 기초가 되는 토지는 기업의 생산수단의 하나지만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상품거래에 의하여 공급·배분되는 것 이상의 효율적이고 균형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 헌법은 이러한 주택과 토지의 공공재적인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우선 토지의 균형 있는 이용, 개발 그리고 보전을 위해 헌법 122조는 법률이 토지에 대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거권에 대해서도 역시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 35조는 이렇게 주거권이 포함된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책무를 규정한다.

또한 헌법에서 지나친 개발과 투기에 대한 제한 규정도 찾을 수 있다. 헌법 제119조는 부동산투기와 같은 불균형적이고 불안정한 경제현상을 안정시키고 적정한 소득분배, 경제의 민주화 등을 위하여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경제의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렇게 몇 가지 조항만 보더라도 토지와 주택의 공급과 배분정책이라는 점에서 토지공개념이나 주택공개념이 우리 헌법의 이념과 원리에 충실한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불합치 판정의 실체

그러나 정부의 토지와 주택정책은 이러한 헌법정신에 충실하게 전개되어 온 것이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투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이번처럼 공개념적인 정책을 추진하다가 집값이 안정되고 경기가 어려우면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시장원리에 충실한 정책을 선택해 왔다.

특히 국민의 정부는 IMF 사태로 어려워진 경기를 부양한다며 시장원리를 강조했다. 공개념에 입각한 분양가규제, 소형아파트공급의무비율제, 무주택자우선분양권제도, 분양권전매금지제도 등을 차례로 폐지한 것이다. 그러한 정책들이 지금의 걷잡을 수 없는 암담한 부동산투기 현상을 초래한 면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정책들이 부동산투기를 부추겼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토지와 주택에 대한 이념과 정책이 오락가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가 뒤늦게나마 토지와 주택관련 정책방향을 공개념에 입각한 정책으로 전환하고 토지·주택정책의 이념적 목표를 ‘토지공개념’ 및 ‘주택공개념’으로 천명한 점은 환영할 일이다. 불과 1, 2년 사이에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위한 분양아파트의 양도소득세 면제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정책이 혼재되어 시행, 혼란을 부추겼다. 양도소득세 한가지 항목만 보더라도 수도권의 투기거래 억제 지역에서는 실거래가로 중과세하고, 대전 등 신도시 지역에서는 면제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정책적 목표가 없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정부 정책의 혼란은 토지공개념 정책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기득권세력에 의해 더욱 부채질됐다. 토지공개념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은 것처럼 호도하며 토지공개념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토지초과이득세법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이유는 행정가들이 법을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으로 만들어, 그 입법수단이 과도하다는 점에서 내린 결정일 뿐, 이를 토지공개념 일반에 대한 위헌판결로 볼 수는 없다.

토초세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개별토지의 지가조사를 감정평가사와 같은 전문가가 아니라 하급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해 이득이 아닌 토지 원본에 과세할 우려가 있다는 점, 장기간에 걸쳐 지가가 양등 혹은 하락될 수 있음에도, 지가가 양등한 경우에만 과세해 토지원본이 잠식될 우려가 있다는 점, 양도소득세 부과 과정에서 토지초과이득세를 공제하지 않아 이중과세가 된다는 점 등,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으로 법률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제동이었다. 토지 투기 억제를 위해 미실현 이득을 과세대상으로 한 입법 목적은 위헌이라고 결정된 바 없으며, 앞에서 주장했듯 오히려 헌법의 이념을 살린 것이다.

택지소유상한제에 대한 위헌 결정도 일부의 주장과는 그 본질이 다르다. 균등한 택지소유를 유도함으로써 주거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택지소유를 금지한 입법목적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결정된 바는 없다. 오히려 획일적인 법 적용으로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 위헌 결정의 본질이다. 즉 소유상한이 200평으로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었다는 점, 소유목적이나 택지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획일적인 상한을 정하고, 개인 주거용 토지와 투기목적의 토지 등을 철저하게 구별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처럼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가 법률내용을 획일적이고 일률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입법목적에 맞게 다양화해 그 정도를 과도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음에도,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위헌 결정 내용과는 반대로 정책을 집행했다. 강력한 토지공개념 정책으로 집값 상승율이 연 0.5% 정도로 안정되자, 정부는 다시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토지초과이득세법이나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을 스스로 폐지한 것이 그것이다. 입법과정도 졸속이었지만 폐지과정도 결코 심사숙고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은 1999년 헌볍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앞서 정부가 1998년 먼저 폐지했다.

문제는 정책 추진의 일관성

물론 토지공개념이 위헌은 아니지만, 국민의 재산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남용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종전부터 줄곧 있어왔던 토지·주택공개념제도를 마치 새로운 것인 양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추진과정 또한 지극히 부실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주택거래허가제 등 초강수의 정책도입을 입으로만 천명하는 것은 다분히 심리적 위협을 통한 순간적인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오히려 종전에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으로 제시해 왔던 종합부동산세 도입,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등 보유세의 과세표준 현실화, 1가구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을 실제로 꾸준하게 추진하는 태도만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부동산투기욕이 억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정책에 대한 일관성과 신뢰성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아도, 결과적으로는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말 것이다.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는 기회주의적 심리가 사회 전반에 만연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해답은 하나다. 정부는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자세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참여정부가 천명한 토지공개념을 현실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남근(변호사,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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