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칼럼(ef) 2013-08-06   644

[기고] 박근혜 ‘경제 민주화’는 앙꼬 없는 찐빵?

[경제 민주화 워치] <3> 박근혜 집권 반년, 경제 민주화의 오늘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경제 민주화(노동, 복지 포함)는 개혁이다. 필자가 경제 민주화 정책(공약)에 본격 관여한 2011년 7월부터 일관되게 중시하고 있는 것은 집권 세력의 경제 민주화 실천 의지 유무와 함께, 제도적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절대 다수 국민의 잠재적인 힘이었다.

기원전 594년 솔론(Solon) 이래 수많은 개혁이 있어왔다. 역사 속 개혁을 들여다보면 초기에는 주창자 및 세력, 그리고 함께하는 절대다수 민초를 중심으로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얼마 가지 않아 무너져버리고 만다. 돈과 권력을 손에 쥔 반대 세력의 교묘한 논리 개발과 전파, 이간계(離間計) 등으로 인한 민초 제 세력 간의 분열 및 와해, 입법권자들에 대한 치밀하고도 강력한 로비 및 저항, 심지어는 개혁 핵심 인사들에 대한 폭력·투옥·시해 등으로 개혁의 싹을 뭉개버린다. 민초들과 시민들은 두려워 몸을 사리고 숨을 죽이지만, 시민들은 또 다른 개혁을 꿈꾸었고 역사는 발전해 왔다. 개혁 시도가 역사의 퇴보를 보여주기도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점진적 개혁’을 선호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애당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제시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는 내용적으로 매우 미흡했으나, 결과적으로 국민 다수가 선택했다는 점에서 개혁론자 상당수는 일단 민주적 절차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의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이런저런 훈수와 비판을 하기도 하였으나, 집권 반년 차의 경제 민주화를 살펴보면 그 약속 중 겨우 일부만 지켜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개혁 진영의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4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새누리당의 ‘경제 민주화 A/S법안’ 공언과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셀프 종료’ 선언은 일말의 기대마져 빼앗아버린다.

시중에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가 다음과 같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속 빈 강정’, ‘앙꼬 없는 찐빵’, ‘빛 좋은 개살구’, ‘국민 기만극 혹은 사기극’ 등으로, 어느 것이 적절한 표현인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다소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지면 관계상 대표적인 부분을 몇 개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우선 구조 개혁이 필수인 경제 민주화의 많은 개혁 과제는 논외로 하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5대 분야 35개 실천 과제’에 한정해서, 그것도 필자가 알고 있는 부분만을 적시해 본다. ①대규모 기업 집단에 대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도입과 ②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집단소송제도 도입, ③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④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 ⑤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부당 내부 거래 통제 강화 및 부당 이익 환수, ⑥소액 주주 등 비지배 주주들의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제도 구축 및 다중 대표 소송 단계적 도입 ⑦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모든 금융 회사로 확대하는 것 등이다(더 상세한 것은 경제개혁리포트 2013-01호와 경제개혁연대의 논평 등을 참조하라).

①과 ②, ⑦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거나 논의되다 말았다. ③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공약은 하도급법의 많은 조항 중 총 4개 항목(MB 정부 도입 1개항 포함)만 도입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공정거래법 전반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3배 이내 손해액을 산정할 때 법원은 7가지 조건을 검토한 이후 판결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소 제기의 불가함은 둘째 치고 소송 절차에 돌입한 경우라도, 특히 돈의 위력이 막강한 사회구조 등을 감안하면 빈껍데기가 될 공산이 크다.

④의 전속 고발권 폐지는 공정위가 가지고 있는 고발권을 피해 당사자에게 돌려줌으로써 경제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비교적 직접적인 장치이다. 그런데 이 권한을 감사원장, 중소기업청장, 조달청장으로 분산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전속 고발권 폐지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정부 부처가 피해 당사자는 아니지 않은가? 또한 공정거래법의 리니언시(leniency) 제도(담합 자진 신고자 감면 제도) 적용에 있어서는 이들 부처의 고발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여전히 최종 권한을 쥐고 있다. 그리고 개정된 하도급법에는 고발 요청자로서 조달청장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연간 100조 원 규모를 상회하는 조달 시장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약자들의 피해가 제대로 억제될지 의문스럽다.

⑤는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억제하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영역 확장에 따른 경제력 집중 억제와 경쟁질서 저해 요인을 제거하는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경제력 집중 억제 부분에 법문을 신설하는 것 등으로 통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인수위원회 국정 과제 54페이지에는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행위 규제를 위해 공정거래법 제3장에 규정 신설’이 명시되어 있으나 무산되었다. 또한 특수 관계인의 범위를 총수 자신과 그 친족으로 한정함으로써 이들이 직접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계열사 거래를 통한 사익 편취는 통제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⑥은 재벌 대기업의 지배 구조 개혁안으로서 여기에는 집중 및 전자투표제, 다중 대표 소송 제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다중 대표 소송 제도 내용의 핵심은 50% 이상 소유 및 종속 관계가 있는 모-자회사 관계에서만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배 주주 등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사익을 추구해왔으며, 지배 주주 혹은 대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더라도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것 등으로 고려하면 법무부 안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적용 범위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상반기 국회에서 경제 민주화 법 도입으로 법석을 떨고, 뭔가 한 것 같은데 결과는 크지 않고, 뒤끝이(?) 개운치 않다. 숨을 돌려, 다시 한 번 시민의 잠재적인 힘이 작용해야 할 것 같다. 그러려면, 각종 경제 민주화 법안과 제도 정착이 각각의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하여 조목조목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아울러 경제 민주화가 기업 투자를 저해하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된다거나, 경제 민주화가 경제 성장과 상치된다거나, 이것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한다는 등의 재계와 정치권의 우민화(愚民化) 작업에 대해서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반박 논리들을 준비해야 한다.   

 

※ 본 기고글은 필자가 <프레시안>의 ‘경제민주화워치’ 칼럼에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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