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재진행형인 외환은행 문제

현재진행형인 외환은행 문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지금부터 약 1년전인 작년 1월 27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굳은 얼굴로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은행법의 금지규정에도 불구하고 산업자본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배와 탈출을 공식적으로 승인해 준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2주일 후인 2월 9일 하나금융지주는 대출금 명목으로 선지급했던 돈을 제외한 잔금 2조240억원을 지급하고 외환은행 인수를 형식적으로 마무리 했다.  인수에 반발하던 외환은행 노조는 딱 일주일만에 장미꽃을 바치며 투항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행복한 금융인”으로서 금융계의 전면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모든 것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방망이를 두드린 지 1년이 넘었지만 외환은행 문제는 전혀 끝나지 않고 있다.  

 

우선 떠난 것처럼 보였던 론스타가 다시 돌아 왔다.  꽃피던 봄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때문에 외환카드 과거 주주들에게 물어준 돈을 외환은행도 나누어서 내야 한다고 싸움을 걸어 오더니, 급기야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을 떠나는데 우리 정부가 론스타의 발목을 잡아서 슬펐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법률적 허세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4일 진보정의당의 박원석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이전부터 매각한 이후까지 전체 기간동안 은행을 인수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금지된 산업자본이었음을 밝혔다.  다시 말해 당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이고 그 동안에 행사했던 주주로서의 권리 역시 모두 권한없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애써 무시해 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현재 다수의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된 상태이다.  검찰이 덮어주어도 소용없다.  시민단체는 이미 항고했고 어쩌면 새로운 사실들에 근거하여 다시 고발할 지도 모른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주로서의 권리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받으려는 소송들도 난무하고 있다.  개별 판사들은 2월 정기 법관인사를 통해 이 뜨거운 감자로부터 도피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리고 누군가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은행법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하나금융지주의 앞날도 장담하기 어렵다.  호기롭게 외환은행 주식과 하나금융지주 주식의 병합이라는 카드를 빼들었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법률적 쟁점은 만만한 것들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 카드는 그동안 잠잠하던 외환은행 노조로 하여금 더 이상 “장미꽃을 든 시녀”로 남을 수 없도록 몰아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앞날을 결정적으로 어둡게 하는 것은 대주주 적격성의 문제다.  하나은행은 은행법 제35조의2 제8항을 위반하며 하나고를 무상지원했다.  그리고 하나은행의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는 은행법 제35조의4 제3의5호를 위반하여 하나은행으로 하여금 하나고를 무상지원하게 한 의심을 사고 있다.  이런 위반 혐의가 모두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고 지원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각각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은행법 제66조 제1항 제2호 및 제4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런 행위는 은행법이 가장 싫어하고 그에 따라 가장 중대하게 처벌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위반의 내용이 대주주가 은행 자산을 멋대로 좌지우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당사자의 처벌로 끝나지 않는다.  이 혐의가 사실로 인정될 경우 하나금융지주는 금융관련 법령을 어겨서 처벌을 받은 것이 되므로 은행법 시행령 제5조 제1호 마목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어 은행 대주주로서의 적격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 경우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나은행 주식까지 매각해야 한다.  흐음.  은행법의 관련 조문을 몇 번을 다시 읽어도 결론은 똑같다.

 

지난 1월 31일 공교롭게도 금융위는 오로지 이런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만을 위한 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 것인가.  조만간 하나금융지주는 “정권의 특수관계인” 신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 때에도 꼬리가 금융질서를 흔들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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