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개하라 론스타 자료, 응답하라 참여정부

 

 

최근 론스타는 미국 워싱턴 DC 소재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한국정부를 정식으로 제소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 주식 매각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잘못해서 자신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매각이익에 세금을 부과한 것도 잘못이고, 탈출을 못하게 발목을 잡은 것도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어서 세금을 수조원이나 또 가져가야겠다는 것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이 있다. 도둑놈이 거꾸로 몽둥이를 들고 덤빈다는 뜻이다. 론스타 사태를 이 보다 더 정확하게 요약하는 말은 없다. 론스타는 도둑이다. 우리나라 은행법상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 문제가 되는 비금융계열사들은 쏙 빼고 서류를 허위로 만들어서 감독당국을 기망해 불법적으로 외환은행을 탈취했기 때문이다.

 

강남 스타타워 가지고 있던 것 빼고, 미국에서 식당체인 가지고 있던 것 빼고, 인가 서류 제출하기 전부터 나중에 투자자 바꿔치기 용도로 사용될 유령회사를 버뮤다에 만들던 사람들이다. 23개 회사를 동일인으로 신고하면서 대차대조표랍시고 달랑 3개 회사 자료만 냈다. 하나는 가짜고 나머지 두 개는 회계사 확인도 없고 인가용 제출서류와 평가시점도 다르고 숫자도 다르다. 그들은 이렇게 외환은행을 빼앗아 갔다. 그리고 버젓이 주주로 행세하면서 배당금 꼬박꼬박 챙기고, 필요하면 특별배당 쥐어짜고, 시세차익 얹어서 주식도 팔아치웠다. 중간에 대주주 적격성 자료는 모두 허위로 제출했다. 일본 골프장은 철저하게 숨겼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도둑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도둑이란 말인가.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론스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피아들, 그리고 론스타 앞에서 꼼짝 못하던 초라한 정권들이다. 금융개혁안에는 고개를 꼿꼿이 들며 대드는 모피아들이 론스타 앞에서 얼마나 주구(走狗) 노릇을 했던가. “산업자본 요건에는 해당했지만 산업자본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난해 12월 26일에 버젓이 거짓말 보고서를 국회에서 발표하던 금감원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된 참여정부의 공직자들은 왜 단 한 마디의 말도 없는가. 당시 매각실무를 추진했던 변양호 국장, 추경호 과장, 김석동 국장 등은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핵심적인 시점은 2003년 7월이다. 그 때 있었던 비밀 대책회의에는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했다. 그 사람은 지금 기획재정부 차관보인 주형환이다. 주 차관보는 그 당시 왜 이 회의에 참석했고, 또 청와대 내에서 어떤 보고라인을 통해 이 사실을 누구누구에게 보고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것은 공인으로서의 마땅한 의무일 뿐만 아니라 수조원의 국민 세금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먹잇감으로 삼은 것은 정확히 지금부터 10년 전인 2002년 겨울이다. 그리고 1년 동안 작업해서 참여정부 때인 2003년 드디어 소원을 성취했다. 국민들은 그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진실은 숨겨져 있다. 대검 수사기록에 숨겨져 있고, 방송되지 못한 MBC ‘PD수첩’의 취재자료에 숨겨져 있다. 불완전하게 공개된 정보공개 청구소송의 청구내역에 숨겨져 있다. 론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하면서 언급한 금융감독기구와 오갔던 서신에 숨겨져 있다. 무엇보다도 당시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다. 이 자료는 공개돼야 하고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은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

 

공개하라 론스타 자료. 응답하라 참여정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이글은 경향신문 2012년 11월 23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1231402501&code=99030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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