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부당내부거래 규제 공약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 비판

 


부당내부거래 규제에 관한 총·대선 공약 잊었는가?

핵심 쟁점 아닌 ‘30% 룰’ 빌미, 정부여당의 자기 공약 ‘사보타지’ 납득 안 돼

 

 

1.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경제민주화 제도개혁 논의에 잇따라 제동을 거는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 규제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부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정부여당이 지난 총·대선 과정에서 이미 입장을 밝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방안’이 새삼스레 쟁점화되는 것에 의구심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은 ‘30% 룰’과 같은 새로운 쟁점을 통해 기왕의 공약조차 무효화하려는 행태를 버리고,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바라도 충실히 이행하기 바란다.

 

2. 지난 4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시민단체와 공정위, 재계 대표자들 사이에서 공방이 오간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지난 총·대선 공약에서 여야와 대통령이 이미 입장을 밝힌 것들이다.(첨부 ‘정부여당의 부당내부거래 규제 공약’ 참조)

 

3. 먼저 현행 공정거래법상 제5장이 규율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부분을 제3장 경제력 집중의 억제 부분으로 이관하는 방안이다. 공정거래법 제5장에서 규율하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성립하려면 이른바 ‘현저성’과 ‘경쟁제한성’ 요건을 공정위가 입증하여야 한다. 반면 불공정거래행위를 제3장 경제력 집중 억제 부분에서 규율하게 되면 해당 지원행위가 경제력 집중을 유지·심화시키는 것만 입증되면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율할 수 있게 된다.

현행 불공정거래행위의 엄격한 성립요건을 의식하여 정부여당도 적어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를 금지하는 규정만큼은 공정거래법 ‘제5장이 아닌 제3장’에 추가 신설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한 제5장 부당내부거래 금지 부분에서도 현저성 요건을 완화 내지 폐기할 것을 공약한 바 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 역시 제5장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을 제3장 경제력 집중 억제 부분에서 규율한다는 것을 총선 공약 및 당론 개정안 형태로 제출한 상태다. 따라서 최소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금지 규정을 공정거래법 제3장에 추가 신설하는 것은 여야 사이에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4. 일감몰아주기를 한 지원기업뿐만 아니라 수혜기업 내지 수혜 총수일가도 제재해야 한다는 것도 정부여당의 움직일 수 없는 공약 사항이다. 지난 2월 21일 발표된 인수위 국정과제 보고서에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금지와 관련해 ‘이익을 본 총수일가에도 직접 과징금을 부과하여 부당이득을 환수’한다고 하였고, 부당내부거래 일반에 대해서도 ‘수혜자에게도 부당지원을 받지 않을 의무를 신설하고 위반시 제재’한다고 하였다. 박 대통령 역시 지난해 11월 16 발표한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회사기회를 유용한 자(예 : 이사)뿐만 아니라 이를 지시한 자(예 : 총수)도 포함하여 총수일가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과징금, 벌금) 부과’를 약속하였다. 민주통합당은 ‘일감몰아주기의 수혜 총수일가에 대한 과세 강화 및 처벌 규정 명문화’를 공약하였다. 따라서 일감몰아주기 수혜기업 내지 총수일가에 대한 과징금 등의 제재를 도입하는 것은 정부여당이 공약을 지키기만 한다면, 여야 사이에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5. 대기업 총수 지분이 30% 이상인 기업에 대한 부당내부거래의 경우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이른바 ‘30% 룰’도 크게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은 아니다. 공정거래법도 의결권 있는 주식을 30% 이상 보유하는 경우를 일반적인 ‘지배’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어, ‘30% 룰’ 자체가 전혀 새로운 법적 개념이나 장치는 아니다. 더구나 부당내부거래의 특성상 총수가 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자동적으로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법리상 무리가 있다면,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하되 이를 부인할 수 있는 항변권을 총수에게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6. 그러나 현재 정부여당의 태도는 ‘30% 룰’과 같은 부수적인 문제를 가지고 자기들 공약을 스스로 ‘사보타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자신이 이런 태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 상임위 차원의 경제민주화 법안 논의 진척에 대해 “너무 무리한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하였고,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오찬 간담회에서는 “대기업이라고 벌주는 식의 때리기나 옥죄기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이런 발언은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는 비판도 비켜가기 어렵지만, 대선후보 시절의 선거 공약과 인수위 국정과제 보고서에서의 약속조차 ‘무리한 것’, ‘대기업 때리기나 옥죄기’로 평가하는 뉘앙스로도 비친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정부 부처와 여당에 ‘정부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

 

7. 부당내부거래 규제는 정부여당의 선거 전략이었던 경제민주화 공약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다. 참여연대는 정부여당이 자기들 공약에 대한 ‘사보타지’를 풀고, 공약이라도 충실히 이행하려는 태도로 전환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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