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코로나19 대기업지원, 철저한 검증과 고용유지 전제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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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5월 20일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기금 운용방안에는 “위기극복과고용을위한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간산업안정기금”) 설치를 규정한 「한국산업은행법」(이하, “산은법”)과 그 시행령에 부재했거나 미흡했던 고용유지 기준과 협력업체와의 상생 노력, 도덕적해이 방지를 위한 기준 등이 일부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위기‘에 대한 자금 지원이라는 원칙과 이를 검증할 기준이 모호하고, 간접고용노동자를 포함한 고용유지 조건 역시 “고용안정”이라는 기금 지원 목적의 실효성을 담보하기에 미흡하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자금지원 전 국가의 재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지원대상 기업의 경영난이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어려움인지 확인하고, 현 경제위기 이후에 해당 기업이 지속가능한지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그리고 총고용유지,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도덕적해이 방지 등 기업 지원의 전제조건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구속력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나아가 자금지원에 따라 기업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이를 공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법률을 재정비해야 한다.  

 

40조 원 기간산업기금, 무조건 지원 말고 철저한 심사 선행돼야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의 부담으로 자금지원 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감소 등  경영상 어려움을 심사하는 1차적 단계로 주채권은행의 의견수렴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은 해당 기업에 유동성이 제공될 시 가장 직접적인 이익을 보게되는 당사자이므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산업은행과 기간산업안정기금운용심의회(이하 “심의회”)는 주채권은행의 의견수렴 시 그 근거가 되는 자료들을 충실히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필요시 자금지원의 적절성 여부 판단에 있어 노동자, 공급사슬의 이해관계자, 학계 등 다양한 사회주체들로부터도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 또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자금지원은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큰 중요한 의사결정인만큼, 자금지원 여부 결정과 관련된 심사 근거 및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해당 결정이 국민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항임을 입증하고 사회적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 40조 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으로 설치되는 기간산업안정기금에는 한국은행과 정부의 차입금도 포함되며,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조성되는 채권을 보증한다. 따라서 국민의 혈세가 기업과 주채권은행, 최대주주의 사익에 투입되지 않도록 무조건적 지원은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자금지원은 기업 내부의 자체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어려움에 따른 것임이 명백해야 하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기업인지 여부가 자금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첫번째 원칙이 되어야 한다.

 

구속력 있는 고용유지 요구 등 전제돼야

 

기간산업안정기금에 의한 자금지원을 신청한 기업의 고용유지에 대해서도 이를 담보할 수 있는 구속력있는 조건을 요구해야 한다. 정부의 기금 운용방안은 자금지원을 받는 기업으로 하여금 지원 개시일부터 6개월간 근로자수를 최소 90% 이상 유지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수출감소, 내수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단지 몇 개월 만에 끝나리라는 보장이 없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설치의 주요 목적이 고용안정임을 감안한다면, 자금지원에 따른 고용유지 조건은 6개월이 아니라 적어도 자금이 투입되어 회수될 때까지는 보장되어야 한다. 사내 협력업체 고용유지,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한 손실전가 및 일방적인 계약해지·단가인하 금지 등 상생협력 노력사항을 공개하도록 한 것은 긍정적이나 이를 기업의 자율에 맡겨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자금지원 대상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에서 필수유지업무를 수행하는 사내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노동자를 해고해 노동쟁의가 발생했다. 기업이 경영난을 호소하면서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음에도, 총수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에서 이러한 몰지각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금은 사내하청노동자 고용유지 및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에 대해서도 구속력있는 이행 조건을 제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사내협력 고용, 협력업체와 상생조건도 지원 조건으로 의무화해야

 

한편 정부는 불가피하게 고용총량을 90%보다 낮게 설정해야 할 경우 관계부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조정하도록 했지만, 정작 그 당사자인 노동자의 입장이나 의견이 개진될 기회가 전혀 없어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기업 지원의 전제 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기업과 금융관료, 정부만 존재할 뿐, 그 의사결정에 따라 생계에 직접적 영향력을 받는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반영될 가능성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고용유지·상생협력 조건의 이행에 구속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제위기에 따른 수당 지원에 단체협약이 전제되는 유럽의 사례를 참고해, 기업이 자금지원 심사 단계부터 간접고용을 포함한 노동자, 협력업체와 합의하게 하고, 이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고루 반영된 서약을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부득이 고용유지에서 제외된 노동자들 역시 사회적 배제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당 기업 및 정부가 일시적인 안전망 및 안정적 전직 지원 방안 등을 제공해야 한다.  

 

자금지원을 받는 기업의 자구노력 및 도덕적해이 방지 방안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번 기금운용 방안은 기업이 기금 자금지원에 앞서 불필요한 자산매각 등을 통해 경영개선에 노력할 것을 지원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자금지원 기간 중  주주이익배당·자사주매입 금지, 계열사 지원금지, 고액 임직원 연봉동결 등도 지원 조건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들은 사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이전에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사항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에 의한 지원된 자금의 사용은 반드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 고용유지 등 기금 목적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정부는 자금지원을 받은 기업으로 하여금 자사주매입이나 주주이익배당 뿐만 아니라 자금지원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 금융자산 매입 등 비생산적 이윤 축적에 활용되는 것도 금지하면서 고용과 생산 유지에 최대한 활용되도록 요구하고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자금지원을 받는 기업이 지원조건을 미이행할 경우 즉각 시정을 요구하고 가산금리 부과 및 지원자금 감축·회수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이행 점검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자금지원을 받은 기업의 지원 조건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상시적인 감시·감독 방안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자금지원 후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이익공유 등 적극 요구 필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지원되는 자금 중 단 10%만 주식연계증권 취득형태로 지원하도록 한 이익공유 방침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는 기업 경영회복의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총 지원액의 20% 범위 내에서 출자형태로 지원하도록 한 산은법 규정보다도 더 후퇴한 방안이다. 지난 수개월 간 특수고용노동자와 같은 경제적 약자, 중소상공인, 전국민에 대해서는 재정건전성 등을 구실로 지원에 인색했던 반면,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대·중견기업은 국민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수조원의 금액을 지원받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그에 따른 이익의 대부분은 기업에게 돌리고, 정부가 자금지원의 몫으로 가져갈 혜택은 최소치로 국한되어 있다. 막대한 혈세가 기업에 제공되는 만큼, 정부는 오히려 경영 정상화에 따른 이익 공유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공급사슬의 최상위에서 이윤을 축적하고 경제 권력을 누려온 대기업을 지원함에 있어 공짜가 허용돼선 결코 안 된다.

 

최근 독일정부는 루프트한자항공에 90억유로를 지원하는 방안을 협상하면서, 회사 지분25%+1주 확보와 이사회·감사회 의석 등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국회는 개정 산은법에서 자금지원으로 확보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스스로 포기했고, 주식을 처분함에 있어서도 해당기업의 주주나 지분권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특혜를 제공했다. 이는 재계와 보수언론의 반발을 염려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다음 주에 심의회가 구성되면, 당장 6월에  자금지원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철저한 사전검증과 지원조건 이행에 대한 구속력 확보, 지원조건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오는 6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제21대 국회 역시 대주주의 사익보호가 아닌 고용안정과 경제의 지속가능성 유지가 코로나19 극복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유념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지원으로 보유하게 된 주식에 대한 의결권행사 금지와 같은 기업 특혜 근거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산은법 개정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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