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KIKO)로 중소기업 두 번 울리는 금융기관

 


키코손실 지원대출하면서 ‘키코소송 절대안해’ 특약조건 걸어 

원인, 책임추궁 노력않는 정부와 양심없는 금융기관의 짬짜미 


오늘(17일) 언론에 따르면, 은행들이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에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른 대출을 해주면서, 키코 상품과 관련된 일체의 민형사상 소송 포기를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는 상품 설계의 부당성과 가입 과정에서의 압력 행사 등으로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금융기관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날 가능성까지 사전에 차단하는 치밀함을 보이며 또다시 중소기업을 울리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

또한 도를 넘어서는 금융기관의 이같은 자기 실속 챙기기는 금융감독당국이 키코 사태의 원인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데서 기인한 바, 당국은 당장 시급한 중소기업 살리기 뿐 아니라 원천적인 원인규명을 통해 반드시 금융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고충과 피해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조차 키코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아 존폐의 기로에 놓인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4일 긴급지원정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키코 상품 설계의 부당성이나 가입 과정에서의 압력 행사 등 원천적인 원인규명이 선행된 이후에 그로 인한 피해자 구제가 바람직한 순서일 것이나, 피해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워낙에 위급한지라 당장 급한 조치부터 취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키코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에는 ▲신보와 기보를 통한 20억원 한도내 보증뿐 아니라 지원 프로그램에 동참한 금융기관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고의, 중과실이 없는 한 신규여신지원에 대한 취급자의 면책 규정, ▲중소기업과 성과공유 특약 허용, ▲지원된 자금의 용처를 법정담보권 다음으로 채권은행에 우선 변제하도록 제한하는 등의 금융기관에 아무런 책임이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조처를 취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자기 실속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있는 금융기관으로 인해 완전히 빛이 바래졌다. 이러한 특혜성 인센티브로도 모자라 금융기관은 키코 가입 중소기업에 대해 ‘일체의 민사상, 형사상 이의절차를 진행하지 아니 한다’는 특약사항을 포함시킬 경우 추가 지원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과 같은 재벌 대기업에게는 실명제를 위반함으로써 담당자가 법적 조처와 징계를 받으면서까지 수십, 수백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해주고, 본인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수백명의 계좌를 조회하고 그 결과를 재벌 대기업측에 통보해 주었던 금융기관이 힘없는 중소기업들에게는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키코’ 상품을 강매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다른 금융기관 대출금을 우선 갚아줄 자금을 대출해주면서도 미래에 입증될 수도 있는 자신들의 과실에 대해서까지 사전에 면죄부를 받아내려 하고 있다. 결국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금융당국의 정책마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 셈이다.


공기업이 아니라 할지라도 금융기관은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기업활동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적정한 평가에 따른 자금 배분을 통해 시장의 건강성을 담보하는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만큼 금융기관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고객의 비밀보장 약속, 믿고 맡긴 자금에 대한 최소한의 수익 보장, 국가경제의 기반이 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이고 선의를 담은 지원 등을 우리 금융기관에 바라는 것이 진정 헛된 꿈이란 말인가.

금융기관들은 중소기업을 두 번 울리는 특약 조건을 즉시 철회하고, 정부 금융당국은 물의를 빚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 적절한 징계절차에 착수하는 한편 ‘키코’ 사태의 원인과 철저한 책임 소재 규명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미국발 경제위기로 촉발돼 악화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금융정책의 신뢰를 높이는 데, 정책과 감독 기능을 통합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가 적절한지 여부 등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책 입안과 수행, 관리 감독의 분리라는 상호견제와 경쟁시스템의 재도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논평원문_키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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