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론스타와 탐욕의 끝

유령처럼 론스타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2월 4조원이 넘는 돈을 챙겨 한국을 탈출한 것처럼 보이는 론스타가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그 흉측한 몰골을 하고.

론스타가 돌아온 이유는 모두 과거와 연관된 것이다. 외환은행 매각이익에 대한 과세와 관련한 국세청과의 분쟁,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한 손해배상금을 외환은행에 떠넘기는 문제 모두 과거의 연장선에 있는 것들이다. 결국 론스타는 우리를 떠났던 것이 아니라 잠깐 사라졌을 뿐이다. 그리고 사라졌던 론스타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우리와 론스타 간에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척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론스타가 이런 문제에서 손을 떼고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탐욕에 눈이 먼 론스타는 그럴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탐욕이 론스타에 이익이 될지 파멸의 단초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120524_론스타시민소환운동기자회견

 

 

지난 석 달의 공백기간은 우리와 론스타 간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극명하게 부각시키고, 그 해결 방향이 어렴풋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기간이었다. 특히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론스타 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주지하듯이 론스타는 2003년 말 외환은행이 자신의 자회사였던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등 여러 불법행위를 저질러서 작년 10월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점은 론스타와 외환카드의 다른 주주들 간에 사적 소송이 진행중이었다는 사실이다. 외환카드의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은 외환은행한테 보유 주식을 매각한 것이 무효이며, 론스타는 이런 불법행위에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8년 싱가포르의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작년 12월에 승소했다. 그래서 론스타로부터 막대한 배상금을 받았다.

 

그런데 필자가 이 소송을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올림푸스캐피탈은 이 소송에서 이 계약이 무효이고 또 취소되어야 한다는 점을 우리나라 민법상의 다양한 조문을 총동원하여 주장했다. 물론 론스타 역시 민법의 논리와 계약서의 면책 조항을 이용해 방어했다. 그런데 결과는 사실상 올림푸스캐피탈의 압승이었다. 국제중재법원은 주식매매계약이 민법 제104조를 위배하여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면책조항을 들먹이는 론스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에 민법 제750조의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이 국제중재법원의 판결은 우리에게 매우 중대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동안 론스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남아 있던 마지막 고리가 외환은행이 주식을 론스타한테 넘긴 계약의 무효와 관련된 것이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당시 산업자본이었다는 점에 동의하는 사람들 중에도 애초에 주식을 넘긴 계약이 원천 무효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제중재법원은 무효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다. 물론 은행법과 상법 그리고 민법의 조항을 이용해 다퉈야 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그러나 적어도 과거보다 훨씬 그 길이 넓어지고 환해진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길을 갈 것이다. 그보다 훨씬 좁고 험한 길도 걸어 왔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은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보도된 지 만 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참여연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불법 지배하면서 부당하게 탈취한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주주대표소송을 전개하기로 했다. (외환은행 주주대표소송 참여에 관한 자세한 내용 : https://www.peoplepower21.org/906935). 이미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론스타가 흘린 탐욕의 끝을 잡고.

                                                                                                             

글 /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이 글은 한겨레신문 2012년 5월 29일 시론으로 실린 글입니다.

인터넷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34933.html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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