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월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금융위원회의 영업정지 결정이 나올 때마다 국민들에게 큰 고통과 불신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이 16개,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이 4개 등 총 20개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다. 전체 저축은행 98개 중 5분의 1이 넘는 저축은행이 문을 닫은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해를 넘겨가면서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들은 자신의 자본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맡긴 돈을 굴리는 곳이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도산했을 때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쉽게 망하지 않도록 각종 규제를 받는다.

 

금융기관은 마음대로 망하게 둘 수 없으므로 평소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 망할 우려가 있는데도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부실은 계속 커지고 국민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왜 그럴까?

 

저축은행 경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이미 부실이 크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행동할까? 위기에 처하면, 마지막 남은 돈을 다 끌어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이렇게 망하나 저렇게 망하나 마찬가지인데, 그냥 죽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실 금융기관 경영자는 부실이 들통나기 전에 남아있는 고객의 돈을 꺼내서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운좋게 대박이 나면 정상화되는 것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차피 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누구라도 그런 유혹을 받지 않겠는가? 따라서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특히 국민들의 돈을 맡을 수 있는 금융기관들은 평소에 자산건전성 관리를 잘해야 하고, 위험한 사업에 돈을 빌려줄 수 없게 해야 하며, 대주주도 건전하게 금융업을 할 사람으로만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금융자유화와 규제완화의 물결을 타고,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서 저축은행들이 위험 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에 돈을 빌려 줄 수 있도록 했고, 저축은행들은 이에 편승해 위험성을 떠져보지도 않고 부실대출을 일삼았다.

 

정부는 2008년 저축은행 부동산 PF대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심각한 부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저축은행이 부실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신속히 경영개선명령,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저축은행 부실 PF대출을 약 6조원어치나 자산관리공사가 사후정산 조건으로 사 주도록 하고, 후순위채권을 1조원 이상 발행해 보완자본을 확충하게 하는 전혀 엉뚱한 일을 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부실을 감추고 시간을 벌어주는 행위에 불과하다. 더구나 후순위채권 발행은 고객들에게 부실을 전가하는 범죄행위다. 이렇게 해서 번 시간 동안 정말 운이 좋아서 저축은행들이 기사회생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실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지금까지 20개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부담하게 된 예금보호기금 손실만 22조원이다.

 

정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지난해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후에도 자산관리공사를 동원해 부동산 부실 PF채권을 무려 1조9000억원어치나 사 주었다. 어떻게 해서든 부실을 다음 정부로 넘겨보려는 술책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봉책을 버리고 저축은행 부실을 일거에 정리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아이슬란드는 금융위기를 불러온 총리와 관료들을 법정에 세웠다. 우리도 정책 잘못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글 / 이헌욱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이 글은 2012년 5월 27일 경향신문에 실렸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5272131025&code=9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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