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대책 되풀이해서는 불법 사금융 못 막는다

관리감독 금감원으로 일원화·검경 수사 일상화 필요

 

정부가 지난 5월 31일 ‘불법 사금융 척결 추진성과와 향후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정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이 전체적으로 이미 실패했던 과거 대책의 반복에 불과하며, 대부업자에 의한 채무자 약탈과 인권 유린의 악순환을 막을 수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불법 사금융을 근원에서 차단하기 위해서는 대부업법의 관리감독의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하고, 일상적이고 실효성 있는 감시와 단속이 가능한 제도와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 나아가 불법 사금융의 온상이 되고 있는 폭리에 가까운 이자율의 상한선을 연리 25%로 대폭 낮출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불법 사금융 척결 태스크포스’는 불법 사금융 일제 단속기간(4월 18일∼5월31일)에 이뤄진 신고접수 및 처리 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계획도 발표했다. 40여 일 동안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 건수가 2011년 한 해 동안의 2만5,000여건보다 더 많은 약 2만9,400건이나 되었다. 정부로서는 그 만큼 대대적인 홍보와 높은 단속 의지를 강조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역으로 ‘민생에 힘쓰고 있다’는 국정 홍보 필요에 맞춰 이뤄지는 일제 단속과 종합대책이 불법 사금융의 기승을 막는 데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재탕·삼탕 대책, 실효성 없다는 것 입증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물론 이명박 정부 취임 직후 2008년에 피해신고센터 운영, 경찰청 특별단속, 관리감독 강화, 서민금융 이용편의제공, 법률 상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불법 사금융 단속 종합대책이 실시됐다. 2009년 4월에도 불법 사금융 종합대책이 국무회의에서 논의되어 실시됐다. 피해자 신고센터 운영은 이명박 정부 내내 거의 상시적으로 운영됐으며, 종합대책의 단골 메뉴 역시 위에서 언급된 대책들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에서 확인되듯이 불법 사금융이 줄어들기는커녕 가중되는 서민의 경제난과 맞물려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인 것이다. 정부는 이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불법 사금융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대부업 관리감독체계를 바꿔야 한다. 현행 대부업법은 관리감독의 주체를 금융감독원과 광역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시켜 놓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이원화된 관리감독 기능이 금융감독원과 지자체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알리바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전담 공무원도 배치하지 않거나, 배치한 경우라도 수 천 개에 이르는 대부업체를 1∼2명의 공무원이 맡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미등록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지자체 중 서울시를 보면, 박원순 시장 출범 이후 민생침해 근절 민관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불법 대부업자와 사채업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1차 단속 결과를 보면 등록된 약 5,000 개의 대부업체 중 20곳 방문, 4개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이 거의 전부이다. 그나마 불법 사금융 척결 의지를 대외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지자체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지자체의 수준은 안 봐도 알 수 있다. 대부업, 다단계 등에 대한 단속과 감독 업무는 일선 구청에 위임되어 있는데 일선 담당 공무원은 대부분 1∼2명이 다른 민생 업무를 같이 다루고 있다. 또한 담당 공무원의 상당수가 여성이라서 험악한 대부업자들에 대한 현장 감독과 단속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지자체·금감원 관리감독 수준 형편 없어

 

또 다른 관리감독 주체인 금융감독원 역시 평시에는 매출액 70억 원 이상의 대형 대부업체만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 수많은 중소형 대부업체와 미등록 대부업체는 사실상 일상적인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정부가 매번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유관기관 합동의 대책을 내놓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부업법상 관리감독의 주체가 분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의 평소 수사 및 처벌 의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불법 고리사채업자들이 횡행하고 있고, 등록된 사채업자보다 무등록 불법 사채업자의 횡포가 더 큰 사회적 문제인데 경찰은 평상시 팔짱끼고 있다가 매년 정부 차원의 일제 단속기간에만 잠시 수사에 참여하는 태도를 반복해왔다. 불법 사채업자, 불법 다단계 등 민생침해 사범에 대해 일상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담인력과 수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매년 이맘때쯤 한번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공안 수사에는 늘 의욕적인 경찰과 검찰이 민생침해사범에 대한 수사에는 소극적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할 것이다.

 

감독권 금감원 일원화·전담 공무원 수사관 배치 필요

 

참여연대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여 관리감독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관리감독과 함께 수사와 처벌이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1)대부업 등록 및 감독권을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하고 일정규모 이하의 대부업체에 대하여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기관위임사무로 위임하되, 2)지역에 산재한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및 불법대부행위에 대한 단속을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경찰청에 전담 공무원과 수사관을 배치하도록 하며, 3)금융감독원 및 경찰청이 전담 공무원과 수사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훈련연수, 행정지침, 수사지침 작성 등을 통하여 전문성을 지원하고, 4)정기적으로 그 감독·단속·수사 활동의 성과를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폭리를 보장하고 있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의 규정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행 이자제한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자율 최고 한도는 연리 30%이지만, 사금융 시장에 적용되는 대부업법에서는 특혜금리를 인정해 최고 한도를 연리 39%로 두고 있다. 이 같은 폭리 보장은 이미 제1금융권에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과 신용이 악화된 저소득층의 채무 상환능력을 더욱 떨어뜨려 결국 그들을 폭력, 폭언, 협박 등의 불법적인 채권추심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제도권 금융시장과의 경쟁이 현저히 제한되는 사금융 시장에서의 폭리는 곧 저소득·저신용 서민에게는 금리 약탈을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이번 종합발표에서 불법 사금융 피해자에게 바꿔드림론, 햇살론 등의 서민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체 피해건수 대비 서민금융지원을 받은 건수는 5월 30일 기준으로 0.5%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사인 간의 거래, 대부업, 제 2금융권 등 모든 금전대차에 관한 최고 이자율을 25%로 제한하는 법 개정을 요구한다. 폭리를 허용하는 법과 제도 자체를 그대로 두고 관리감독이나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