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칼럼(ef) 2013-11-05   600

[기고] 박근혜 대통령이 알아야 할 ‘아테네의 교훈’

[경제 민주화 워치] <16> 아테네 민주 정치와 경제 민주화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변호사

고대 아테네에서 민주 정치가 꽃피기 전의 일이다. 해외 무역을 통해 값싼 농산물이 수입되어 농민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귀족들이 토지를 겸병하면서 자영농이 몰락하여 노예화되었다. 부채 탕감과 토지 분배를 통해 자영농으로 원상 복귀하게 할 것을 외치는 민중파와 외세인 스파르타를 끌어들여 귀족 정치를 사수하려는 귀족파가 정치적으로 대립하였다.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극심한 정치적 갈등을 위해 경제 개혁은 피해갈 수 없는 사회적 과제였다.

그때 솔론이란 정치가가 등장하였다. 솔론의 개혁은 부채 탕감으로 자영농을 노예에서 해방시키되 토지 분배는 시행하지 않는 일종의 정치적 타협책이었다. 하지만 솔론의 개혁은 노예에서 해방되었으나 토지가 없어 생계가 막연한 자영농과, 정치적 기반인 노예를 잃은 귀족 양측에서 모두 공격을 받았다. 반쪽짜리 경제 민주화는 아테네 사회가 안고 있던 심각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었다.

그 뒤 피시스트라투스라는 새로운 개혁 정치가가 등장하여 토지 분배를 통해 자영농을 중산층으로 육성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중산층인 자영농은 전시에는 중보병으로 아테네의 막강한 군사력의 주춧돌이 되어 민주 정치를 수호하고, 평시에는 500인 평의회 등 직접 민주 정치에 참여하여 아테네의 민주 정치를 뒷받침하는 초석이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페리클레스 시대의 아테네 민주 정치의 전성기는 몰락하는 중산층을 보호하고 육성한 피나는 경제 민주화 개혁의 산물이었다.

우리 시대의 중산층도 아테네의 중산층처럼 균형 있는 경제와 민주 정치의 전성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 정치는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정원, 군 등 국가 기관이 버젓이 선거에 개입하여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반성은커녕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많은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 정치의 위기 뒤에는 민주 정치의 뒷받침이 되어야 할 중산층의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중산층의 지위에 있던 자영업자가 몰락하고, 직장의 안정을 누리던 근로자는 비정규직화되고, 자신의 소득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는 과중 채무자는 늘어만 가고…. 어느 때보다 경제 민주화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벌써 경제 민주화 개혁을 종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갑-을 관계로 상징되는 대기업과 자영업자 사이의 불공정 관계는 이제 그 실체를 보이기 시작하며, ‘가맹점 – 대리점 – 입점업체 – 대리 기사 – 대기업 하청업체 근로자 – 파생상품 피해자 – 소비자’ 등으로 경제 민주화의 목소리는 날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데…. 이제 그만하자는 목소리는 서민과 중산층이 처한 생존과 생활의 위기를 너무도 도외시한 주장이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를 하기는 한 건가. 가맹점법과 일감 몰아주기법 등 몇 가지 경제 민주화법이 통과되었다 해서 경제 민주화가 완성된 것인가. 통과된 법은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경제 민주화로 피로하다는 것인가.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경제 양극화로 생존의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독과점 시장의 소비자, 갑-을 관계의 대리점주, 가맹점주 등의 삶과 생활에 천착하여 경제 민주화를 바라보지 않고, 개혁에 앞장섰다는 이미지만 보여주려 하고 있다.

시작도 채 안 했는데 그만 접자는 개혁은 반쪽짜리 개혁도 안 된다. 우리는 솔론의 개혁도, 피시스트라투스의 개혁도 시작하지 못했다. 물론 민주 정치의 전성기는 요원해 보인다. 결국 한국의 경제 민주화도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또 다른 강력한 경제 민주화의 개혁 세력이 등장해야만 가능한 것인가. 그래도 나는 박근혜 정부가 어중간한 경제 민주화에 그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 본 기고글은 필자가 <프레시안>의 ‘경제민주화워치’ 칼럼에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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