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삼성전자 경영권과 국회의원

외국인 주주들의 삼성전자 주식소유 비율이 55%를 넘어서서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기업이고 가장 좋은 기업의 하나인 삼성전자가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서 적대적으로 인수된다면 이를 염려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래서 국정감사에서 삼성의 이건희 회장에게 차등의결권을 줄 수 있느냐는 주식시장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질문에서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적대적 인수 가능성을 북한의 김정일이 남한을 침략할 위험에 비유하는 등의 극단적인 발언까지 쏟아졌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이런 발언들은 우리 기업 사랑에 눈이 멀어 사이비 민족주의와 왜곡된 애국심을 발휘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주주들은 세계적으로 명성있는 좋은 기관투자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현재의 주주구성에서는 적대적 인수 가능성은 없다. 삼성전자의 상위 10대 외국인 주주들은 전부가 뮤추얼펀드들이고 적대적 인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미국에서조차도 뮤추얼펀드가 적대적 인수를 직접 시도하거나 또는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는 기업과 공모한 사례가 없다. 뮤추얼펀드회사는 정부규제와 내부통제로 인하여 적대적 인수를 할 수 없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데도 일부 언론들과 국회의원들이 마치 외국인 주주들에 의한 삼성전자의 적대적 인수가 임박한 것처럼 과장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기업의 경영권,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을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의 논리적 근거와 대응방안이 왜곡된 것이라면 이는 특정재벌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 시장경제 질서와 국가경제의 틀을 왜곡시키는 중대한 실수를 하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한 적대적 인수를 우려하는 애국심을 발휘하려면 스스로 먼저 답해야 할 질문들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같은 우리나라의 좋은 기업들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왜 우리들은 투자를 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450조원이 넘는 유동자금이 넘쳐흘러서 금리가 왜곡되고 부동산 투기가 난무하는데도 우리 국민들이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알아내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심일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투자하지 않은 우리 기업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김정일에 비유하여 적대시하는 주장은 나라를 망치는 길이다.

또 하나 우리 스스로 답해야 할 질문은 3.5% 밖에 소유하지 않은 이건희 회장의 가족들이 삼성전자의 경영권은 영원히 가져야 하는 것이냐다. 재벌총수에게 차등의결권을 주거나 계열금융회사가 고객 돈을 투자 목적이 아닌 총수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국내자본마저도 경영권 도전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경영권에 대한 도전과 부실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은 기업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시장경제의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벌그룹의 상당수가 스스로 창업을 하기보다는 기업을 인수해서 성장해 왔다. 지금 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번 재벌은 영원한 재벌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봉건경제다. 기업이 부실해져도 외국인이 경영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국익을 해치는 맹목적 민족주의이다. 한편으로 시장경제를 주창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재벌의 경영권을 보호해주기 위해서 시장경제의 근본인 경쟁을 제한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주장이야말로 반시장적이고 반애국적인 것이다.

경영권을 지켜내는 최선의 방안은 경영을 잘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기업을 우리가 지켜내는 최선의 방안은 우리가 우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우리 기업을 사랑하는 길은 외국인 투자자를 ‘악마’로 만들어 국민들을 불안감을 조장하고 특정재벌의 경영권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우리 기업을 사랑하는 길은 우리 국민들이 우리 기업에 투자하게 만들고 재벌기업들이 끊임없는 경영권 도전을 받아서 기업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있는 기업이 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장하성(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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