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공정위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검찰고발기준 비판

차라리 검찰고발 ‘면제’ 기준이라고 해야

공정위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검찰고발 기준은 법률개정안 취지 정면으로 거슬러

 

공정거래위원회가 8월 20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 기준을 발표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부소장 김성진 변호사)는 공정위의 이번 발표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차원에서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취지를 완전히 망각한 것임을 지적한다. 공정위 내놓은 안은 이름은 ‘검찰고발’ 기준이지만 그 내용을 놓고 보면 차라리 ‘검찰고발 면제’ 기준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법안 심의 과정에서 핵심 논점은 부당성 요건이 불필요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부당성은 해당 지원행위가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경쟁제한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그동안 공정위가 부당지원행위라고 판단하여 제재한 많은 사건들에 대해 법원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엄격한 부당성 입증을 요구함에 따라 사실상 이들 행위에 대한 규제가 무력화되어 왔다. 작년에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당초에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부당성의 입증이 필요한 공정거래법 제5장이 아니라 대기업 규제가 주목적인 제3장에 신설하고자 했던 핵심 이유도 부당성 입증이 불필요하도록 하는 것이었다(https://www.peoplepower21.org/Economy/1037603 참조). 

 

그러나 정부여당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규제를 공정거래법 제3장이 아니라 제5장에 신설한다고 해서 부당성 요건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법 제5장 제23조의2에 이 조항을 신설하였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장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5장에 새로운 장을 신설하다시피 한 것으로 경쟁제한성 입증이 사실상 필요가 없어졌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공정위가 발표한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검찰고발 기준은 위반행위의 내용(부당성)과 위반행위의 정도(현저성)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위반행위의 내용에서는 ‘부당성의 정도’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공정위가 밝힌 기준과 관련 ‘부당성’에 경쟁제한성이 포함되는지 담당자에 확인한 결과 “경쟁제한성까지 포함한다”는 답변을 확인하였다. 공정거래법 제5장에 두더라도 부당성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당시 정부여당의 주장과는 달리 공정위가 부당성 요건을 적용한 기준을 만든 것이다. 이는 정부여당이 스스로 밝혔던 입법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크게 개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과연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부당성 요건의 적용 문제와 별개로 공정위가 제시한 세부 기준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검찰고발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공정위가 표방한 것처럼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에 대한 검찰고발 기준을 강화한 것이 전혀 아니다. 세부평가기준의 만점이 3.0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검찰고발 기준인 2.5점은 매우 높은 기준이다. 결국 2.5점 이상의 사익편취행위에 대해서만 검찰고발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사익편취행위에 대해 검찰고발을 면제하겠다는 뜻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위반행위 정도’가 ‘하’인 경우, 즉 ‘위반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 ‘특수관계인의 거래상대방 회사에 대한 지분보유 비율이 50% 미만인 경우’에는 위반행위 정도의 점수가 0.5점에 불과해, 위반행위 내용이 ‘상’에 이르러 위반행위 내용의 점수가 1.5점이 나오더라도 결국 총점이 2.0점 밖에 되지 않아 검찰고발 기준에 미달하게 된다.  

 

위반행위 정도가 ‘중’인 경우에도 거의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위반액이 50억원 이상 200억원 미만인 경우’, ‘특수관계인의 거래상대방 회사에 대한 지분보유 비율이 50% 이상 80% 미만인 경우’에는 위반행위 정도의 점수가 1.0점이므로, 위반행위 내용이 ‘상’에 이르러야만 합계 2.5점이 나와 검찰고발을 할 수 있고, 그 이외의 경우에는 검찰고발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위반액이 50억원 이상 200억원 미만인 경우’, ‘특수관계인의 거래상대방 회사에 대한 지분보유 비율이 50% 이상 80% 미만인 경우’에 대해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검찰고발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부당성의 정도에 대한 판단은 공정위의 재량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결국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에 대한 검찰고발은 ‘위반액이 200억원 이상인 경우’, ‘특수관계인의 거래상대방 회사에 대한 지분보유 비율이 80%인 경우’에 한해 매우 예외적으로 이뤄진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검찰고발을 면제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검찰고발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는 일감몰아주기 가운데서도 사회정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경제범죄로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를 엄벌하겠다는 사회적 합의의 반영이다. 공정거래법에도 일감몰아주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원칙으로 하고 경미한 경우에 한하여 고발을 면제하는 식으로 기준이 재정립되어야 마땅하다. 참여연대는 국회가 국정감사 과정에서 입법취지를 훼손한 공정위 기준에 대해 철저히 따지고 시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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