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삼성 준법감시위, 이재용 파기환송심 양형 반영 안돼

 

오늘(12/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이 열렸다. 지난 11월 재판부·특검·이 부회장 측은 각각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했고, 오늘 이들은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의 실효성·유지 가능성 등을 평가한 의견을 진술했으나, 정작 준법위는 총수일가의 불법행위를 견제하고 규제할 권한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준법위의 그늘에 가려 애초에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던 이유를 잊어서는 안된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지난 8월 대법원이 2018년 2심에서 36억 원 밖에 인정되지 않았던 단순뇌물공여액 및 횡령액을 각각 70억 원, 86.3억 원으로 인정하고 영재센터 관련 제3자뇌물공여를 유죄취지로 인정한 결과이다. 결국 애초에 준법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려는 시도부터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었으며, 준법위는 실제로 명분도, 법적 근거도 없는 조직이다. 오늘 전문심리위원들의 진술 여부와 상관없이 준법위는 국정농단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되며, 만일 재판부가 이를 무시하고 이 부회장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경우, 이는 또하나의 사법농단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관계사들은 이 사건 발생 이전부터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조직을 이미 갖고 있었다”며 “준법감시조직이 강화된 측면은 있지만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정의하고 선제적 예방활동을 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지 않았나 평가한다”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삼성 합병 관련 형사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 등 관련해서는 조사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고발된 임원들에 대한 조치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것을 보면 관계사 내부 조직에 의한 준법감시는 아직 최고경영진에 대해서는 일정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확인했다”고 발언(https://bit.ly/3gqP6QQ)했다. 홍순탁 회계사는 “현재까지 준법위와 조직은 모니터링 체계를 전혀 수립하지 않았다”며 삼성 불법합병 사건에 대해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고 검찰에 기소됐는데 최고경영자의 리스크는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와 확인, 인사조치와 검토, 대책수립이 최고경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어 준법위의 권고에 강제력이 없다며  “지속가능한 제도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현재 시점에서 준법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https://bit.ly/37FP8Ai)”이라고 평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삼성그룹 내 당연하게 존재하던 준법감시 조직이 총수의 뇌물 범죄와 불법합병 및 그에 종속된 이사회의 거수기 행태를 전혀 걸러내지 못했는데, 작량감경을 위해 허겁지겁 개설된 외부조직인 준법위의 향후 역할은 거대한 물음표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이 선임한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철저히 삼성 총수일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발언을 진행했다. “준법지원인들을 면담해보니 대체로 판사, 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을 선임했고 각자 자신들이 받은 역할이 강화됐다는 것에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며 “또 면담해보니 최고영영진이 영업활동이 아닌 준법감시 관련 사항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과거 판·검사로 일한 경력과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는 것이 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높은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도대체 준법위의 실효성과 어떠한 연관이 있단 말인가. 또한 김 전 대구고검장은 “위원회는 준법감시활동과 관련해 법령이 정하는 이사회나 감사를 넘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조직”이라고 평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사적기구인 준법위가 상법상 회사의 경영결정기구인 이사회와 감사를 뛰어넘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어떠한 논리도 정당성도 없어 오히려 삼성 측이 선임한 전문심리위원의 기본적인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위 설치의 근거로 들고나온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이 ‘개인’이 아닌 ‘기업’에 대한 양형기준이고, 범행 당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되며, 사후적 도입에도 적용된다는 규정은 없다. 최근 삼성생명의 암 보험금 미지급 및 삼성SDS 부당 지원과 관련해 준법위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고, 일부 계열사에만 설치되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부과 및 고발 결정을 받은 삼성중공업의 하도급 갑질에 대해서는 아예 다루지 않는 등 사실상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단언컨대 준법위는 어떠한 법적 권한이나 책임도 없는 허울좋은 외부 기구에 불과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점을 명심하여 수십 억 원에 달하는 뇌물로 국정을 농단한 이 부회장에 대해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준법위의 그늘에 가려 이재용 국정농단 범죄 작량감경 절대 불가
삼성 불법합병, 삼바 증거인멸 등 주요사건 관련 준법위 역할못해
준법위 핑계로 면죄부시 또하나의 사법농단으로 역사에 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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