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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20.02.25
  • 407

頭社不一體…총수와 회사는 한 몸이 아니어야

회사가 총수의 소유물이 아닌데, ‘경제활력’ 주문 옳은가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다음에서 이상한 점을 몇 개나 찾을 수 있을까?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재계 인사들과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내수진작 차원에서 점심을 외부 식당에서 이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저녁 회식도 활성화했으면 하는데, 주 52시간에 저촉될지의 우려를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9일 청와대는 경제계의 모든 건의를 ‘전폭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질병관리본부가 ‘많은 사람이 모인 곳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와중에 관련 대응 논의를 위해 만난 이들이 회식 활성화를 도모한 것이다. 간담회 이후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하룻밤에 7차례 ‘번개 회식’을 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날 ‘회장님’과 술잔을 기울인 직원들이 코로나19를 과연 ‘1’도 걱정하지 않았을지 궁금이다.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는 우려되는 일이지만, 기업이 회식을 더 한다고 해서 매출이 원상회복될지 의문이다.

 

다음으로 이상한 것은 청와대가 대놓고 저녁 회식이 근무가 아니라고 못 박아준 점이다. 이는 사실 ‘회식이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 및 친목 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용자가 참석을 강제하더라도 노무 제공으로 보기 어렵다’는 고용노동부 지침과도 일치한다. 이는 청와대에 앞서 고용노동부 지침이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半)강제성이 있으며 ‘조직’의 결속과 친목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이 근무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직원들이 과연 회장과의 회식을 ‘근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 의문이다.

 

가장 이상한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제활력 해법’을 주문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범죄의 공동정범으로 1심에서 89억 원의 뇌물공여 및 횡령 혐의로 5년 형을 선고받았고,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엄연한 피의자 신분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경제회복 대책’을 주문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고용창출과 투자를 약속하고, 다시 청와대는 기업 요구를 대폭 수용한다는 화답으로, ‘이상한’ 거래가 이뤄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동일인’, 즉 실질적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주식 소유 기준이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설사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에 재수감 되더라도 삼성은 경영을 멈추지도, 망하지도 않는다. 상법상 주식회사인 삼성 계열사의 경영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라는 시스템으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즉,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엄연히 별개의 존재다. 단, 이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정상적일 때, 즉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린다는 가정 하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삼성의 이사회는 정상적인가? 대답은 ‘아니오’다.

 

그동안 삼성의 이사회는 그야말로 온전히 총수의 이익만을 위한 경영 결정을 내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의 이사회는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 발행해 총수일가에 이익을, 회사에 손해를 끼쳤음이 판결로 입증됐다. 에버랜드의 경우 형사에서는 이사의 배임죄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민사소송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에 130억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헐값 발행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쥐어진 이익은 고스란히 승계자금으로 쓰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제일모직에 비해 월등히 높았음에도 1:0.35라는 두 회사 합병비율에 찬성한 것 또한 이사들이다.

 

즉 회사는 손해를 보고, 총수는 이익을 보는 과정에서 이사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손실이 다른 주주, 노동자 그리고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전가됨은 물론이다.

 

이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총수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면, 이는 기업이 아니라 두목이 ‘까라면 까는’ 조폭일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 또한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투자요청 ‘러브콜’을 보낸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간담회도 결국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핑계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투자를 약속받고, 재판 중인 이 부회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안타깝지만 회사를 마치 총수의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기업지배구조 하에서는 이러한 이상한 간담회는 계속될 것이다. 총수와 회사가 한 몸이 아니라는 단순한 명제, ‘두사부일체(頭社不一體)’는 언제쯤 한국기업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 

 

>>> 중기이코노미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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