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한푼 안내고 2조7천억원을 벌어들인 이재용 남매

삼성 변칙세습의 역사(2) – 1996년에 일어난 일

▷이재용씨는 1996년 3월 22일, 제일기획의 사모전환사채(CB)를 주당1만원에, 18억원어치를 구입합니다. 그후 1998년 3월 3일, 제일기획은 상장되었고 그 직전 이재용씨는 사모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제일기획의 주가가 1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던 시점에 이를 모두 내다 팔아 13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깁니다.

▷1996년 12월 중앙개발(현 에버랜드)는 99억5천4백만원어치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였고, 이 가운데 97%를 이재용씨가 주당 7,700원에 구입하였고 이를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하여 중앙개발 주식의 31.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됩니다. 그후 증자가 있어 이재용씨의 개인지분율은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이재용씨와 그의 여동생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은 에버랜드 주식의 55%를 소유하여 최대주주가 됩니다.

▷중앙개발(현 에버랜드)의 사모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이재용씨 남매는 2조7천4백20억원의 이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 지배구조의 결정적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세금은 단한푼도 내지 않았으며 정부는 뒤늦게 96년 12월말에 관련세법을 개정하게 됩니다.

95년부터 96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과 같이, 비상장주식을 헐값에 산뒤 이를 상장시켜 주가를 띄운 후 파는 방법은 삼성의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계열사중 상장을 바로 앞둔 회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회사가 공장에서 과자찍어 내듯이 원하는대로 나오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삼성은 전환사채(CB)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변경하게 됩니다.

전환사채라 함은 일정기간이 지난 뒤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채권을 말합니다. 즉, 처음에는 사채(社債)로 발행되어 이를 인수한 사람은 일정액의 이자를 받는 채권자로 행세하다가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주식으로 전환하여 주주로 행세할 수 있도록 하는 사채를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전환사채는 공모가 아닌 사모로 발행할 수 있는 잇점이 있습니다. 공모는 일반인들을 청약자로 하지만 사모는 전환사채 인수자를 발행회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을 제외시킨채 총수아들에게만 유리한 조건으로 전환사채를 전량 인수케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사업전망이 밝거나 그룹차원에서 의도적으로 키울 비상장회사의 경우에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하여 총수 아들에게 인수케 한 뒤, 적당한 시점 예를 들면 상장 직전 또는 경영권 장악의 결정적 시기에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상장직전에 있는 비상장주식을 구입하여 상장 후 비싸게 내다 파는 방법이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아마츄어적인 방법이라면, 전환사채를 이용한 방법은 좀 더 세련된 방법인 것입니다.

96년 3월 22일, 이재용씨는 제일기획이 발행한 사모전환사채 18억원어치를 주당 1만원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인수하였습니다. 그 후, 제일기획은 98년 3월 3일에 상장되었고, 이재용씨는 상장직전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주식 29만9천3백75주(지분율 20.79%)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상장 후, 제일기획의 주식은 연속 13일을 상한가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달성하였고, 이재용씨는 보유주식을 전부 내다팔아 13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습니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세금을 한푼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96년 12월에는 중앙개발(현 에버랜드)이 99억5천4백만원 어치의 사모전환사채를 주당 전환가액 7,700원을 조건으로 발행하였는데, 이재용씨는 이중 97%를 인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하여 이재용씨는 31.9%의 지분율(627,390주)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었고, 그의 누이동생 3인은 각각 209,129주씩을 보유하여 10.6% 지분의 2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즉, 이재용씨와 그의 동생들이 보유한 중앙개발 지분율은 약64%가 된 것입니다. 그 후, 증자로 이재용씨의 현재 지분율은 25.1%로 감소되었지만, 이건희 회장과 그의 자녀가 보유한 지분율 합계는 여전히 5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개발의 전환사채 발행은 제일기획의 경우와 그 의도가 다릅니다. 제일기획은 상장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였지만, 중앙개발의 전환사채발행은 삼성그룹의 지배구도의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상장회사를 통하여 계열사를 지배하려면 골치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전과 달리 소액주주를 비롯하여 주변에서 감시하는 눈이 많기 때문입니다. 총수가 마음대로 주무르기에는 역시 비상장회사가 좋습니다. 그래서, 비상장회사인 중앙개발(현 에버랜드)을 통하여 이재용씨가 삼성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재편하기로 하고, 이재용씨를 최대주주로 만들기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입니다.

전환사채 발행 당시 중앙개발의 자본금은 98억원에 자산은 8천387억원에 불과합니다(현재는 자본금이 125억원이고 자산은 1조5천억원임). 그러나, 중앙개발은 용인의 에버랜드와 여러 개의 골프장을 보유한 국내최대의 부동산 회사입니다. 그리고, 중앙개발이 보유한 부동산은 20 – 30년전에 취득한 것으로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자산은 5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중앙개발의 순자산은 4조3천억원(자산 5조원 – 부채 7천억원)이 되고, 이재용씨와 그의 동생들이 소유한 중앙개발 지분의 실제가치는 2조7천5백2십억원이 됩니다. 결국, 이재용씨 남매는 100억원으로 2조7천5백2십억원의 재산을 마련하여, 2조7천4백2십억원의 이득을 취하게 됩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존 대주주인 중앙일보(48.2%)와 제일모직(14.1%)이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하는 협조(?)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중앙일보는 1조3,216억원의 손실을 보게 되고, 중앙일보의 주주는 주당 508,000원을 이재용씨 남매에게 바친 셈이 됩니다. 그리고, 제일모직은 3,866억원의 손실을 보게 되어 주주는 주당 23,800원을 이재용씨 남매에게 바쳤습니다.

한편, 이재용씨등이 취한 부당이득에 대하여 세금을 거둘 수 있었다면 1조968억원이 국고에 추가로 들어오게 되고, 이는 4인가족 한 가정당 10만원씩 돌아가는 액수입니다.

이와 같은 어마어마한 행위에 대하여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습니다. 전환사채를 통한 변칙증여에 대하여 과세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96년 12월말에 정부는 부랴부랴 ‘특수관계자로부터 전환사채를 취득한 경우로서 당해 전환사채의 취득가액과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교부받을 주가의 차액’에 대하여 과세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었지만, 역시 버스 떠난 뒤에 손흔드는 격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조항 자체에 헛점이 있어 97년에 이루어진 삼성전자의 전환사채 발행에도 아무런 힘도 못쓰는 종이호랑이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뛰는 재벌, 기는 정부’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입니다.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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