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9년전, 삼성생명 주주 31명이 사라진 까닭

이병철-이건희-이재용, 세금 없는 대물림의 실체                  김종철 (jcstar21)  기자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법률 개정이 추진 중인 공익재단이 삼성그룹의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에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진방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장(인하대 교수)는 3일 ‘삼성공화국을 넘어 민주공화국으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삼성부조리-소유지배구조의 문제점과 지배력 승계의 불법성’이라는 발제를 통해,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세법개정안을 보면 공익재단의 동일기업 주식 취득한도를 현재 5%에서 20%로 완화하게 된다”면서 “이럴 경우 증여세 등을 내지않고, 재단을 통해 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시 보는 삼성 지배구조의 세 가지 특징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김진방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삼성 지배구조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이건희 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분이 다른 재벌에 비해 유난히 적다. 실제로 이씨일가의 그룹 지분은 4.1%로, 현대차그룹 정몽구회장 일가의 6.2%, LG그룹 구본무 회장 일가 7.9%보다 적다.

   
 두번째는 이같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해 계열사들끼리의 교차 또는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계열사들끼리 서로 복잡하게 출자를 하면서, 어느 회사가 누구의 소유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한다.

▲ 김진방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김종철

김 교수는 “이같은 출자구조 때문에 공적인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가 무력화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총수 중심의 비서실(현 전략기획실)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번째 특징은 금융회사를 통한 그룹지배라는 것이다. 이 정점에 삼성생명이라는 회사가 있다. 삼성생명을 지배하면, 전자를 비롯해 물산과 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에버랜드이며,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다. 따라서 적은 총수 지분을 가지고 60개가 넘는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98년 12월 3일, 전 삼성임원 35명 일제히 생명 주식 팔아

 
문제는 삼성생명을 둘러싼 이씨일가의 탈세 등 불법 논란이다. 이병철 선대회장에서 이건희 회장, 이재용 전무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주식들이 편법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김진방 교수의 분석을 보면, 지난 98년 12월 2일을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주주들은 이건희 회장(187만주, 10.0%)을 비롯해 에버랜드 등 계열사와 40명이 넘는 주주들이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12월 3일 삼성생명 주주 명단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 날짜로 소병해씨 등 삼성생명 주주 31명이 일제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내다 판다. 한꺼번에 30명이 넘는 주주들이 주주명부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들이 내다 판 주식 수는 거의 650만주에 달한다.

이들 주식은 누가 가져갔을까. 삼성 이건희 회장이 300만주(16.05%), 그리고 에버랜드가 350만주를 사들인다. 당시 삼성생명은 주당 9000원씩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회장의 생명주식은 487만주로 증가한다.

하지만 지난 99년 삼성은 삼성자동차 부실 책임논란에 휩싸이자, 이건희 회장의 생명주식 400만주를 내놓으면서 주당 70만원씩 계산해 2조 8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김진방 교수는 “이들 31명 모두는 삼성의 전직 사장 등 임원 인사들”이라며 “이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않기 위해 차명으로 관리해왔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차명주식(?) 324만주는 어디로?

이들 이외 현재 삼성생명주주는 전현직 삼성임원 10여명이 아직 남아있다. 이수빈 삼성생명회장(74만8800주)을 비롯해,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28만800주),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9만3600주) 등이 모두 324만주(16.2%)를 가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이들 역시 자신들의 명의만 빌려준 차명주식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이들 주식의 처리가 어떻게 되느냐다. 이에 따라 삼성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전무에게 그대로 넘기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 엄청난 규모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증여세만 1조 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하나는 9년 전처럼 에버랜드에 넘기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되면서, 현행 공정거래법이나 금융지주회사법과 충돌하게 된다.

김 교수는 “나머지 삼성임원들이 가지고 있는 생명주식 처리에 따라서 삼성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증여세 뿐 아니라, 현행 공정거래법이나 금융지주회사법 등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익재단이 해법? 세금 내지 않고 게열사 지배할 수 있어
 
그렇다면 삼성은 이재용 전무로의 승계 해법을 어떻게 찾고 있을까. 그 단서는 작년 이종기씨의 삼성생명 주식 처리과정에서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매형인 이종기씨는 작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명주식 94만주를 삼성생명 공익재단에 기부했다. 김 교수는 “예전에 다른 임원들이 했던 방식이 아닌 공익재단을 통해 차명 주식을 실명화한 경우”라고 해석했다.

현재 남아있는 삼성생명의 차명주식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실명화하고, 공익재단을 통해 생명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국회 재경위에 있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재벌에 속해 있는 공익재단들이 가진 계열회사 지분을 합쳐 5%까지만 세금없이 증여받을 수 있는 것을 20%까지 완화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현재 차명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삼성생명주식 16.2% 가운데 10.64%를 세금없이 공익재단에 넘길 수 있게 된다.

김 교수는 “정부안대로 법이 바뀌면, 삼성생명 지분 20% 이상을 가진 삼성문화재단 같은 공익법인이 금융지주회사법이나 금산법 등의 규제를 받지 않고, 그룹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 비자금과 관련해 특검법까지 통과시킨 국회가 이같은 논란의 소지가 큰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킬지 관심거리다.
 
 
2007.12.03 17:2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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