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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정책&제도
  • 2008.08.28
  • 1308
삼성 공판 방청기 <항소심 제1차 공판>
 - 잘못된 1심 판결 되돌릴 수 있는 2심이 되길


2008.8.25 참여연대 이상민

거의 세 시간에 걸친 검사의 항소이유 설명이 끝나고 잠깐 휴회하는 중에 같이 방청하던 사람에게 물었다.

“검사 항소이유 발표가 세 시간이나 걸렸네요. 하긴 1심 판결이 거의 모든 부분에서 무죄판결이 나왔으니... 검사 입장에서는 지적할 곳이 많을 수 밖에 없겠지만요.”
“그런데 이제 삼성 측 변호사가 항소이유를 말할텐데, 10분이면 끝나지 않겠어요? 삼성에버랜드 무죄, 삼성SDS 면소를 더 이상 말 할 필요도 없겠고...그렇다고 조세포탈 5년 집행유예를 더 줄여달라기도 민망할 텐데요.”

지난 8월 25일 삼성특검의 항소심 제1차 공판이 열렸다. 원심(1심)에서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하고 이를 이재용 씨에게 헐값에 넘긴 배임혐의에 무죄판결을 내렸다. 또한, 비슷한 방식의 배임행위를 저지른 삼성SDS 사건은 이건희 전 회장의 배임액수가 50억이 넘지 않는다고 계산하여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 측도 인정하는 차명계좌 조성에 따른 세금 포탈과 증권거래법 위반에는 겨우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내렸다.
원래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비자금 조성, 뇌물제공은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고 극히 제한된 기소내용들까지 거의 무죄가 나왔으니 변호사 측은 사실상 항소할 필요도 없는 2심 재판이다.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이 주주배정인지 또는 제3자 배정인지 여부이다.
삼성에버랜드는 96년도에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전환사채를 헐값에 주주배정 형식으로 발행했는데, 당시 삼성 그룹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제일제당을 제외한 97% 주주가 실권을 하고 이를 모두 이재용 씨에게 몰아주었다. 실제가격은 10만원에 이르는 주식을 7,7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것은 정상적인 거래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형식적으로나마 기존주주에게 먼저 인수할 것를 권유했기 때문에 이재용이라는 제3자 배정이 아니라 주주배정 방식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주주배정이기 때문에 저가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은 것은 기존 주주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상거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환사채를 발행한 목적자체가 기존주주가 모두 실권할 것을 전제로 이재용 씨가 헐값으로 전환사채를 인수하기 위해 발행했다는 것이 검사 측 논리이다. 실제로 이재용 씨가 인수한 전환사채는 직후에 100% 삼성에버랜드 주식으로 전환되었고 이재용 씨는 바로 삼성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되었다. 회사의 주인을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 발행이 이건희 회장 등 구조본의 지시가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의 기존주주라는 것이 모두 삼성의 계열사 법인이나 삼성 임직원(그것도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불과한)이니 이들이 실권할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검사의 논리에 원심판사는 최소한 형식적으로라도 기존 주주에게 인수할지 여부를 물었기 때문에 기존주주배정이 아니라 제3자 배정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검사가 찾지 못한다면 이는 주주배정으로 봐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존 주주에게 보냈다는 청약서 자체가 나중에 위조된 혐의가 있고, 우편으로 보냈다는 기록이 없어서 모든 주주에게 인편으로 청약서를 보냈다고 위증한 것이라고 말하는 검사보고 더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니 검사도 할말이 없었다.

검사는 오늘 항고이유를 말하면서 흥미로운 논리를 내놓았다. 발행한 전환사채의 97%가 실제로 제3자 배정 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주주배정이 아니라 제3자 배정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가 주주배정이 아니라 제3자 배정이라는 증거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삼성 측이 제3자 배정이 아니라 주주 배정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무리 주주배정 방식의 형식을 취했다 하더라도 이미 97%의 기존주주가 실권의사를 밝혔으면 이미 주주배정 방식의 전환사채 발행은 무효가 되고 이후에는 새로운 발행절차를 걸쳐야 한다는 것이 법리적으로, 실질적으로 더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핵심쟁점은 당시 삼성SDS 주식의 실제 가격이 얼마냐는 것이다. 삼성SDS 사건은 99년도에 삼성SDS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에 발행하고 이를 이재용 씨가 인수하게끔한 사건이다. 문제는 이재용 씨가 얻은 이득액이 50억원이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의해서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비해 만약 이재용 씨의 이득액이 50억원이 넘지 않으면 단순 배임사건이 되어서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게 된다.

1심판결은 당시 장외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었던 가격은 물론 행정법원이 산출한 주식가격도 모두 무시하고 새로운 계산방법으로 50억원에 약간 못미치는 배임액수를 계산했다. 그리고 50억원 안되는 배임액을 근거로 공소시효 만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삼성 측은 과거에 행정법원의 판결에 승복하고 증여세를 추징당한 적도있다. 수만건이 넘는 장외시장의 거래가격, 참여연대 산출가격, 행정법원의 산출가격 등 어떤 것이 적용된다 해도 배임액은 50억원은 훌쩍 뛰어넘게 된다. 그래서 이번 항소심에서 당시 삼성SDS 주식의 장외시장 가격을 산정 방법이 쟁점이 되는 것이다.

 삼성 측 변호인은 원심에서 상증세법상 가격 추정 방식을 적용한 것이 옳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상증세법 방법이 신뢰성이 있어서 당시 일반적으로 많이 쓰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시 상증세법으로 주식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동일한 배임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주식가격은 왜 상증세법 방식으로 계산하지 않았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삼성 측 변호인은 머뭇거렸다. 상증세법 방식은 자산이 많으면 주식가격이 높게 계산이 된다. 그래서 자산이 많은 삼성에버랜드 장외주식을 상증세법으로 계산하게 되면 이재용 씨의 배임이득액수가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자산이 많은 삼성에버랜드는 상증세법으로 평가하지 않고 자산이 적은 삼성SDS는 상증법으로 주식가격을 평가하는 삼성 측의 논리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이다.

세 번째 핵심 쟁점은 98년 이전 차명계좌로 인한 세금 회피를 조세포탈죄로 볼수있는지 여부이다. 원심재판은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규정이 생긴 98년도 이전의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세금 회피는 조세포탈이 아니라 단순 누락으로 보았다. 그러나 검사 측의 주장은 양도차익은 보유시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양도할 때 생기는 것이기에 98년 이전에 차명계좌로 보유한 사실과 98년 이후에 양도차익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은 다행히도 삼성 특검이 공소사실을 유지하고 유죄를 증명하기 위해서 비교적 많은 준비를 했다고 느껴졌다. 1심재판 내내 삼성 측의 변호사보다 압도적인 증거와 논리를 가지고도 변론 실력에서 뒤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해소될 정도는 아니었긴 했지만...

앞으로 심리 과정에서 2심재판부가 얼마나 법과, 상식, 원칙을 가지고 재판을 이끌어나가는지 계속 지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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