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규제 면탈 위한 포석인 듯

에버랜드 보유 삼성생명주식에 대해 원가법 적용해 지주회사 규제 피하려는 듯

‘남의 돈’을 이용한 이재용씨의 그룹지배권 승계구도 완성을 위한 포석

이건희 회장의 삼성에버랜드 등기이사 사임은 ‘삼성전자 경영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는 삼성그룹 측 해명과는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지배권 세습에 최대 장애물인 삼성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규정 적용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그룹 측은 “20% 이상의 지분관계가 없는 회사라고 하더라도 그룹총수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을 경우 지분법 평가대상이 되므로, 삼성전자 등 6개 상장사와 3개 비상장사가 모두 지분법 평가대상이 돼 재무제표 작성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들어 이건희 회장의 이사사임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1년 5월에 삼성생명의 이사를 사임했고, 이번에 삼성에버랜드 이사까지 사임함으로써 앞으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을 지분법이 아니라 원가법에 따라 회계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8개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지분이 20% 미만이면서 지분법을 적용한 경우는 삼성생명 주식 19.34% (제일은행에 신탁한 6.00% 포함)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케이스뿐이었다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을 어떤 방법으로 회계처리할 것인가는 단순히 회계기준 변경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주식을 원가법에 따라 평가할 경우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서 금융지주회사법 및 공정거래법상의 각종 규제를 받는 위험에서 사실상 영원히 벗어나게 된다.

왜냐하면 원가법으로 평가하는 경우 삼성에버랜드 장부상 삼성생명 주식의 가치는 2004.12.31의 가격으로 계속 계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삼성에버랜드가 대규모의 손실을 내지 않는 한, 삼성에버랜드의 자산은 계속 증가할 것이므로 삼성에버랜드의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자회사 주식가액의 비율은 50% 이하로 유지되어 (금융)지주회사 문제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

지난 2004년 4월 참여연대는 2003.12.31 현재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식가액이 삼성에버랜드의 자산총액의 50%를 초과함으로써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법 및 공정거래법상의 (금융)지주회사가 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이후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주식을 금융기관에 신탁하는 등 (금융)지주회사 규정을 피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작년 말 삼성에버랜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자금을 차입하여 자산총액을 늘리는 궁여지책(50%는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을 자산총액으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자산총액을 늘리는 것은 분모를 커지게 하는 효과를 가져와 비율을 낮출 수 있다)을 통해 또다시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되는 것을 회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채를 통한 인위적인 자산 늘리기는 삼성에버랜드의 재무상황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삼성생명의 영업실적이나 삼성생명이 7.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영업실적이 개선될 경우 계속해서 주식가액이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삼성측은 이건희 회장의 등기이사 사퇴를 통해 이들 피투자회사의 영업성과가 삼성에버랜드에 반영되지 않는 원가법을 적용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제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에 (금융)지주회사 규정이 적용되는 것을 그토록 막으려 하는가. 그것은 삼성그룹이 치밀하게 짜놓은 이재용 상무로의 경영권 세습 시나리오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될 경우,「이재용 ->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 -> 삼성에버랜드」의 순환출자로 짜여진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구도(자세한 내용은 별첨자료 1 참고)에 큰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예컨대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정(법 제8조의2 제1항 제4호) 및 금융지주회사법상 인가조건(법 제4조 제1항 및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금융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거나 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생명이라는 금융회사를 끼고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와해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비상장 가족기업인 삼성에버랜드를 핵심 고리로 하여 이재용 상무에게 그룹전체 지배권의 승계를 이루려했던 이건희 회장의 구도가 흐트러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재용씨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얻기 위해 그룹의 주요 계열사나 그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몫을 사적으로 편취하였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삼성그룹을 상대로 상법상의 주주대표소송이나 형법상 배임혐의 및 상속 증여세법상 조세포탈에 따른 탈세제보 등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또한 2004년, 2005년 들어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이나 삼성카드의 금산법 위반 사건처럼 삼성그룹을 둘러싼 금융관련법 위반 논란이 계속해서 야기되고 있는 것도 이재용씨로의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는 이재용씨(삼성전자 0.55%, 삼성물산 및 삼성생명은 사실상 0)로서는 계열 금융회사의 도움없이 그룹전체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권 확보는 불가능하다.

지난 연말 삼성그룹이 실현가능성이 사실상 전혀 없는 삼성전자의 M&A 위협을 과장해가면서까지 공정거래법상의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규정(법 제11조)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참여연대는 삼성에버랜드가 이건희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을 계기로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방법을 원가법으로 변경할지 여부를 주목할 것이다. 만약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규정의 적용을 면탈하기 위해 원가법을 적용할 경우 이에 대해 금감원의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PEe2005042600.hwpPEe200504260a.hwp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