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2008-02-19   1144

[내일신문 칼럼] 삼성비자금 전모 밝혀야 한다

삼성이 정말 비자금을 만들고 ‘떡값’을 돌렸을까. 안기부 X파일이 나왔고 내부자의 증언이 있으니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떡값’과는 비교도 안 되는 불법대선자금도 두 차례나 밝혀졌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그랬을까. 이 물음도 대답이 어렵지 않다. 알려진 몇 가지만 살펴보자.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재용씨는 세 여동생과 함께 1996년에 삼성에버랜드 신주 125만 주를 주당 7700원에 인수해 64%를 소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로 인해 제일모직과 삼성카드 등이 손해를 입었고 이 회장의 자녀와 중앙일보사가 그만큼의 이익을 챙겼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사용된 방법이 전환사채의 발행과 기존 주주의 인수 포기인데, 비슷한 방법이 서울통신기술에도 사용됐다.

이 회장 일가와 삼성의 이상한 주식거래

서울통신기술은 삼성전자에서 분사된 회사로 매출의 대부분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와의 거래다. 서울통신기술로 하여금 헐값에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하고 이를 이 회장의 자녀가 인수해서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후 서울통신기술은 매출액이 9년만에 7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고속성장을 했으며, 재용씨가 15억 원을 들여 인수한 주식은 순자산액만 450억원에 달한다. 제일기획과 삼성엔지니어링에서도 전환사채가 사용됐다. 하지만 두 회사는 삼성에버랜드나 서울통신기술과는 달리 곧 상장됐으며, 재용씨는 인수했던 두 회사의 주식을 팔아서 545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1999년에도 삼성SDS가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하게 하고 이를 이 회장의 자녀가 인수했다. 이 회장의 자녀와 계열사 사이의 부적절한 주식 거래는 그 후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재용씨가 팔고 계열사가 샀다. 2000년부터 재용씨는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의 최대주주로서 14개 인터넷기업을 이끌었는데, 얼마못가 이들이 부실화되자 재용씨 지분을 제일기획과 삼성SDS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모두 사들였다.
이상한 주식 거래는 삼성그룹의 전현직 임원과도 있었다. 1999년 삼성생명 주식 645만 주(34.5%)의 소유주가 전·현직 임원에서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로 바뀌었다. 삼성에버랜드의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이 때 지불된 가격이 주당 9000원이다. 삼성이 스스로 주당 70만원이라고 공언한 주식을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는 주당 9000원에 매수한 것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와 삼성생명의 차명주식은 이 회장 부자의 재산 증식이나 증여 이상의 의미가 있다. 두 건의 주식 거래로 재용씨는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으며,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됐다. 다시 삼성생명은 삼성물산과 삼성화재의 대주주이고, 세 회사는 삼성전자의 대주주다. 재용씨가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찰 금감원 무엇이 두려운가

이러한 주식거래에는 모두 탈세와 배임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국세청과 검찰은 조사를 소홀히 했다. 국세청은 삼성SDS의 전환사채에만 증여세를 부과했고, 검찰은 삼성에버랜드의 이사만을 배임죄로 기소했다.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면서 금산법을 위반했을 때는 금융감독원이 적발하고도 처벌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차명계좌가 드러나고 비자금이 의심되는데도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보고만 있다. 삼성이 전직 검사를 고용하고 떡값을 돌렸다면 이는 삼성의 이익보다는 이 회장 일가를 위해서일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해서도 과연 그냥 덮고 넘어갈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200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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