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한상의의 사외이사제 전면 재검토 건의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재계는 사외이사제도의 실질화로 시장신뢰 회복하는 것이 우선



1. 대한상공회의소가 오늘 재경부 등에 제출한 사외이사 제도 건의안은 우리 기업의 경영 현실을 올바로 반영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사외이사 제도의 의무화를 임의 규정으로 바꾸자는 것은 결국 사외이사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과연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시장에서 신뢰받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런 안이 나온 것인지 그 전제에 대한 언급이 없어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2. 참여연대는 그동안 법 제도 개혁으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IMF 이전보다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보지만,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참여연대가 지난 1월 국내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전체 응답자의 92.4%가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는 대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을 만큼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며, 94.7%가 이사회 구성멤버가 아닌 사람, 예컨대 그룹총수나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개별기업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함으로써, 이사회에 대한 불신을 크게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그대로 시장에 반영되어 응답자의 82.5%가 개별기업의 이사회가 독자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 시장에서 그 기업의 가치는 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3. 나아가 대한상의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시 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규제를 폐지하자고 하였는데,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은 상법상 상근감사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내용으로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로 본질적인 내용인 경영감시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주주의 의결권제한은 대주주의 소유경영으로 인한 폐해가 일반적인 우리나라 기업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현재도 사외이사의 수가 대형상장법인의 경우 전체 이사의 1/2로까지 확대되긴 했어도 그 독립성을 여전히 신뢰받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그나마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대주주로부터의 영향력을 아예 없앤다면, 사외이사를 대주주의 영향력 하에 두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4. 사외이사 제도를 둠으로써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나, 오히려 효율성과 견줄 수 없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기업가치의 제고를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25일 현대중공업과 현대증권, 현대전자간의 빚 보증 악습에 쐐기를 박은 현대중공업의 승소 판결은 사실상 당시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사외이사들의 독립적인 역할이 그동안 관행화되었던 기업의 부당지원행위를 근절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지 않은가.

5. 대한상의는 사외이사제도가 경영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라고 한 측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배구조의 선진화가 경영성과나 경제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우리 기업의 대외적 신인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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