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의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의 변경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완화 방침에 대한 성명 발표

대규모기업집단지정제도와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1.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의 변경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완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지난 5월 재계의 규제완화 요구가 쏟아진 후 계속 논란이 되어온 두 제도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조만간 확정될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기본적으로 재벌규제정책의 근간인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와 재벌개혁정책의 핵심인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함을 주장하며, 원칙과 일관성 없이 개혁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2.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규모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총액 3조원 이상으로 정하겠다고 함으로써 재벌의 로비와 타 정부부처의 압박 하에서도 현행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의 골격을 유지하려고 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산규모 3조원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26개의 대규모기업집단이 그 범위에 포함되어 현행 자산순위 30대 대규모기업집단 지정과 큰 차이가 없으므로 제도 자체를 변경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이후 자산기준을 10조원 등으로 상향조정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하는 것이므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는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증권투자신탁업법 등 기업·금융관련 법률에서 준용되고 있는 재벌개혁 정책의 큰 틀이다. 30대기업집단에 적용되는 규제로는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간 상호출자금지, 신규채무보증금지, 출자총액제한,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 등이 있고, 증권투자신탁업법 등에서도 30대기업집단에 대해 신탁재산을 통한 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여타 규제와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근간이 되는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를 뒤흔들어 놓는다면, 다른 개혁정책들도 쉽게 훼손될 것이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특히 사외이사 선임비율 등 기업지배구조개선 관련 조치들이 모두 자산규모 2조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재벌개혁의 모법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에 3조원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도입되면 정책의 일관성이 흐트러질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개혁후퇴의 빌미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

3. 한편,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장은 출자총액이 순자산의 25%가 넘더라도 이를 인정하는 대신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 초과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의결권만 제한하는 것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킬 당시 2년의 유예기간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과분을 해소하지 않은 재벌의 오만한 행태를 사후적으로 승인, 면책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25%의 소유 규제에다 그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규제를 결합하는 것은 규제체계를 복잡하게 함으로써 규제비용을 증가시키고 그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규제는 단순하게 설계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애초의 방침대로 내년 3월말까지 25%기준을 충족시키도록 하고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처분 명령을 내려야 한다.

만약 그 초과분 해소가 주식시장에 충격을 준다는 재계의 주장을 십분 수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종업원지주신탁제도(ESOP)의 조기 실현 및 자사주 보유에 대한 제한완화 등의 조치를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4.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와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하며, 나아가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에 의해 30대재벌에만 적용되고 있는 상호출자금지 등의 제도는 30대재벌 외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여야 한다.

하반기 들어 정부가 내놓는 재벌·금융 관련 정책들 대부분이 경제정책의 큰 방향과 일관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지난 5월 이후 재계가 정부에 요구해온 것들을 수용하기 위해 급조된 대책들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재계의 요구에 굴복하여 스스로 내걸었던 개혁정책마저 내던지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지 말고,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와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를 굳건히 지킬 것을 재차 촉구하는 바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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