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금감위원장의 삼성생명ㆍ교보생명 상장 허용 입장에 대한 성명 발표

삼성생명의 상장 허용은 LG의 데이콤 인수 허용에 이은 특혜조치에 다름아니다

1. 6월 30일 삼성생명의 상장을 전제로, 삼성자동차 부채 해결을 위해 이건희회장의 삼성생명 소유지분 20%를 출연하겠다는 삼성측의 발표 직후,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올해안으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장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일 상장이 현실화된다면 이건희 회장등 삼성의 특수관계인들은 삼성자동차 출연분 이상의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빅딜정책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 정부는 이미 반도체 빅딜의 대가로 LG그룹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데이콤 인수를 허용한 바 있다. 그 결과 LG그룹은 데이콤은 물론 하나로통신의 경영권마저 확보할 수 있게됨으로써, 유·무선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제조업에 이르는 수직, 수평계열화된 종합통신사업자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마련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빅딜정책추진과정에서 최고의 골칫거리였던 삼성자동차 문제를 처리하면서 삼성생명의 상장을 허용함으로써 삼성그룹의 최대 숙원사업을 해결해주려 하고 있다. 게다가 교보생명의 상장마저 허용하게 된다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대우그룹은 엄청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3. 결과적으로 재벌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추진된 정부의 빅딜정책이, 오히려 재벌들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해 주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는 일차적으로 구조조정의 실제 내용보다 가시적 변화에 치중한 한건주의, 성과에 대한 조급성,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밀실협상방식으로 진행된 정책추진과정의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어제 산업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삼성자동차 문제의 해결로 빅딜정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자동차 처리방안으로 제시된 삼성생명 지분을 통한 채무변제여부나 법정관리 여부는 전적으로 채권단과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며, 이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은 고사하고 채권단간의 공식협의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삼성생명 지분 출연을 통한 삼성자동차 처리방안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이 역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태도에 다름아니다.

4. 무엇보다 빅딜정책의 왜곡을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부가 재벌개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일관된 원칙을 상실하였다는 점이다. 정부는 6대재벌 이하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적용하면서도 5대재벌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여 재무구조개선약정의 이행과 빅딜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불이행할 경우, 단계별로 신규여신중단, 기존여신회수, 법정관리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수차 공언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정부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였고, 빅딜정책의 경우도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음에도 이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오히려 5대재벌이 빅딜정책을 역이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한마디로 구조조정을 위한 5대재벌간 빅딜이, 정부의 체면을 살려주는 대가로 재벌에게 이권을 챙겨주는 정부와 재벌간의 빅딜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5. 현 정부는 재벌개혁 정책의 핵심인 지배구조의 개선에 대한 일관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부실경영에 대한 경영진, 특히 총수의 책임을 전혀 묻고 있지 않다. 이는 결국 재벌개혁정책을 추진해나갈 핵심세력의 부재로 인한 실천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빅딜정책이라는 이름하에 부실경영의 책임이 국민에게 전가되고 재벌총수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되며, 삼성자동차 같은 부실기업처리에 있어서는 예외없이 대주주 및 경영진의 손실부담 및 경영권 박탈이라는 원칙이 관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6. 우리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빅딜정책을 포함한 재벌정책 전반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원칙을 확고히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삼성자동차 손실부담은 삼성생명이 아닌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계열사 보유주식이나 부동산 매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분명히 한다.

경제민주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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