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8.15 경축사중 재벌개혁 부분에 대한 논평 발표

광복절 대통령 축사중 재벌개혁 부분 논평

1. 8월 15일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는 재벌개혁과 관련하여 크게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제 시장이 더 이상 재벌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한 부분은 우리가 왜 재벌개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해 주고 있다.

흔히 재벌체제는 공평성에는 많은 문제가 있으나 경제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필요악적인 존재로 변호되어 왔다. 그러나 시장이 재벌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재벌체제로는 우리나라 경제가 선진국 경제로 도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벌개혁은 민주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과 국민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한다.

2.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진전은 작년 초 재벌총수들과 합의했던 이른바 5대 원칙에 추가하여 새로운 재벌개혁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해소, 순환출자 및 부당내부거래 금지, 불법·편법상속에 대한 제재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공중분해식 재벌해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의 새로운 재벌개혁 과제들은 재벌체제를 개혁하자는 것이지 개별기업을 공중분해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는 법적·경제적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그룹과 국민경제 전체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 온 재벌총수의 소유지배력을 규제하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재벌총수는 기업을 구성하는 수많은 이해관계자 중의 한 명일뿐이다. 기업과 총수가 동일시되어서는 안된다. 최근 삼성자동차, 대우그룹의 사례에서 보듯이, 재벌총수의 독단경영·무책임경영은 해당 기업과 국민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온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총수지배체제의 개혁이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부분이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것이 한계이기는 하지만, 새롭게 제시된 재벌개혁 과제들은 건전한 소유지배구조의 건설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3. 이제 실천이 문제다. 먼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주식소유에 대한 상한(예컨대 4%)을 도입하고, 공정거래법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명령할 수 있는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또한 투신수익자와 보험계약자에게는 부실금융기관의 경영진에 대해 직접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를 부여하여야 한다.

재벌총수의 그룹 지배력의 원천이 되는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막기 위해서는 총액출자제한 제도를 부활하고,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량계열사가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부당내부거래를 사실상 지시한 재벌총수와 경영진에 대해 형사벌을 부과하여야 한다.

4. 조세정의는 경제정의의 출발점이다. 특히 상속재산에 대해서 정당하고 공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 부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불법·편법상속을 통해 부와 경영권이 대물림되는 상황에서는 경제정의는 물론 국제경쟁력 강화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편법상속을 막고 정당한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하며, 상속·증여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함께 엄정한 민형사상 제재가 부과되어야 한다.

5.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는 환영하지만 이러한 약속이 실천될 수 있는 즉각적인 후속조치들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재벌개혁과 관련한 무수한 의지표명이 있었으나, 여전히 재벌개혁이 지지부진한 현실은 말 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국민경제를 볼모로 저항과 협박을 일삼고 있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처리문제는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다.

6. 대통령은 재벌을 개혁하고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경제질서를 만들겠다고 공언하였다.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개혁 지지세력의 적극적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을 개혁정책의 피동적 수혜자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국민이 개혁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확립하여야 한다. 이것은 특히 재벌들의 저항을 극복하고 재벌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혀둔다.

경제민주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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