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이익과 국민경제 이익 맞바꾸다

정부 제출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 ‘정권은 유한하고 재벌은 무한하다’는 속설을 재확인한 셈

– 법 시행시기 앞당겨 내년 주총부터 재벌총수의 계열사 지배의 길 열려

– 공정거래법 개악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서둘러야

1. 재벌개혁의 포기에 다름아닌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어제(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찬성 9표 대 반대 2표로 통과되었다. 이는 현 정부와 국회가 재벌총수의 이익을 위해 국민경제의 이익을 희생시킨 것으로, 마침내 재벌개혁은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정부 담당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다수 의원들이 개정안의 부작용에 대해 내심 크게 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당론을 앞세워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을 뿐만 아니라, 법 시행일자마저 애초 안보다 앞당기는 등 재벌의 요구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는 여·야·정이 따로 없었다. ‘정권은 유한하고, 재벌은 무한하다’라는 속설을 재확인할 따름이다.

이번 법안 통과로 인해 향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경제부처, 그리고 여·야 수뇌부 모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이른바 당론의 그늘 아래 도피한 채 법안 통과에 찬성한 9명의 국회의원들 역시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2. 참여연대는 그동안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실질적 폐기(공정거래법 제10조와 관련조항 개정)와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행사 허용(공정거래법 제11조 개정)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실질적 폐기로 인해, 재벌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과 재벌총수의 황제경영이 더욱 심화될 것임은 참여연대뿐만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지적하였다. 그리고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부여로 인해, 국민의 저축자금이 재벌총수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 강화에 악용될 것이고 이로 인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며,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이 더욱 가속화되어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경쟁력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3. 이러한 문제점은 공정거래위원회도 부인하지 못했으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지적되어 상임위 차원의 공청회가 개최될 정도로,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제 정무위원회에서도 정부안의 통과에 강력히 반대하는 의원들이 충분한 심의없이 졸속으로 법안이 통과되어서는 안된다며 심도있는 토론을 요청하고, 만약 불가피하다면 정부 개정안이 불러올 문제점을 줄이기 위한 보완 조치를 법 개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 정무위원회는 오히려 법 시행시기를 애초 내년 4월 1일에서 ‘법공포 즉시’로 앞당기는 등 정부가 제출한 법안보다 더 개악된 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재벌총수가 당장 내년 3월에 열릴 계열사 주주총회에서부터 계열 금융보험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활용할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4. 참여연대는 이처럼 재벌개혁의 원칙과 수단을 완전히 포기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통탄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인한 가공자본의 다량 창출과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기업지배구조 개선 후퇴와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등의 문제 발생은 청와대와 여·야·정 수뇌부 그리고 이 법안의 통과에 찬성한 개별 국회의원(이훈평, 조재환, 박주선, 장태완, 한화갑(이상 민주당), 이성헌, 김만제, 박주천(이상 한나라당), 안대륜(자민련)의원, 총9명)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5. 한편, 이번 공정거래법 제11조의 개정과는 별개로, 동일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재벌소속 투신사와 뮤추얼펀드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에 대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증권투자신탁업법 제25조의2 개정안과 증권투자회사법 제31조 개정안을 반드시 부결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마저 통과된다면, 재벌총수의 금융기관을 통한 계열사 지배력은 신성불가침의 성역이 될 것이다.

6. 청와대와 여·야·정은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재벌총수의 황제경영을 합법화시켜 주었다. 그러나 재벌총수의 위법행위에 대해서까지 면죄부를 주는 죄악을 저지른다면, 진정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공정거래법 개악의 부작용을 그나마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위법행위로 인한 투자자의 손실을 손쉽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증권집단소송법을 조속히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여·야·정 공히 그 책무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해서, 투자자가 시장을 통해 재벌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길까지 막아서는 안될 것이다. 증권집단소송제도 도입을 반대할 변명거리가 아직도 남아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끝.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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