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모니터] 재벌개혁 정책의 포기를 최종 확인하다

공정거래법 개악안 통과시킨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 방청조차 거부당하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인가? 참여연대가 지난 8월부터 반대해왔던 공정거래법의 개악안이 마침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 10일에 있었던 공정거래법 개정 공청회에서도 법제10조(출자총액제한제도)와 법제11조(금융보험회사 의결권 제한)의 개악에 대해 찬반논란이 많았고 여러 의원들이 정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터라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금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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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에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전체회의)를 방청할 수 없다는 소식은 국회로 가는 지하철역에서 통보 받았다. 소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악안 처리가 합의되지 않은 채 전체회의로 법안이 넘어갔기 때문에, 전체회의 방청을 할 수 없다는 정무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황당했다. 법안처리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회의 방청이 불가능하다니…

그러면 대체 국회법에 국회 상임위원회 공개조항은 왜 만들어 두었나? 처리방안이 확정된 법안에 대해서만 모니터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관계로 방청불가방침에 대한 논쟁은 뒤로 미루고, 회의장에 직접 들어가는 대신 국회 김성호 의원실의 모니터 화면을 통해 생방송 중계되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를 모니터하였다.

법 시행시기를 오히려 앞당긴 심사소위 결과 보고

오후 4시30분, 제226회 국회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가 시작되었다. 정무위원회 위원장(박주천 의원, 한나라당)을 비롯하여 11명의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였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박주천(위원장), 이훈평, 장태완, 한화갑, 조재환, 박주선(이상 민주당), 이성헌, 김만제, 김부겸, 서상섭(이상 한나라당), 안대륜(자민련) 의원.

먼저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이훈평 의원이 심사소위원회(이훈평, 이성헌, 서상섭, 박주선, 조재환 의원)의 논의결과를 보고하였다. 이훈평 의원은 정부제출 법안의 문구를 다듬고, 내년 3월에 열릴 주주총회를 감안하여 법 시행시기만을 고친(정부가 제시한 내년 4월 1일이 아니라 '법공포즉시'로) 법안을 전체회의에 제출한다고 보고하였다. 또 서상섭 의원과 이성헌 의원이 정부 법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위한 수정안을 제안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훈평 의원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심사소위에서 서상섭 의원이 제기한 소수의견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서는 첫째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제외와 예외인정범위의 축소, 둘째 적용제외 등을 없애는 대신 출자총액한도를 현행 자산대비 25%에서 자산대비 40%로 확대, 셋째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 기업집단 기준인 자산규모 5조원은 그 근거가 모호한 만큼 다시 조사한 후 설정하자는 것 등이었다. 또 재벌소속 금융보험사 의결권 허용과 관련해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에 허용하고 만약 허용을 하더라도 30%까지 의결권을 보장할 것이 아니라 15%까지만 의결권을 허용하자는 의견이었다.

또 이성헌 의원의 소수의견은, 재벌소속 금융보험사 의결권 허용과 관련하여 만약 재벌그룹의 지배주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악용하는 것을 배제하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것이었다.

'역사에 기록하기 위해 표결처리하자!'

이러한 보고에 이어, 박주천 위원장이 이의가 없으면 심사소위에서 일부 글자와 시행시기만을 수정한 정부안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이에 서상섭 의원이 소위원회에서 소수의견을 제시한 바 있고, 공청회에서도 찬반논란이 분분하고 전문가 여론조사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이 제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것은 졸속적인 법안처리라며 반대했다. 그리고 이번 법안의 처리를 연기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만큼 법안처리를 연기하고 더 토론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어서 반대토론에 나선 김부겸 의원도 서상섭 의원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설명한 후, 재벌개혁과 1인 지배구조개선을 저버리는 정부법안은 '5+3 재벌개혁 원칙'을 포기한 것으로 그 책임은 정부와 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번 법안통과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역사에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해 반드시 표결 처리하여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박주천 위원장은 정무위에서는 표결 처리한 전례가 없는 만큼 두 사람의 의견 등은 소수의견으로 기록하고 그냥 통과하자고 제안하였으나 다시 입장을 바꾸어 표결을 선언하고 찬반 표시를 요청하였다. 이에 서상섭, 김부겸 두 의원은 반대, 나머지 9명(박주천, 이훈평, 조재환, 한화갑, 박주선, 장태완, 이성헌, 김만제, 안대륜)의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다. 그리고 위원장은 총 11명의 의원 중 9명 찬성, 2명 반대로 심사소위에서 넘어온 안대로 정부법안이 가결되었다고 선언하였다.

이로써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되었고, 본회의에서의 최종 통과과정만 남았다.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재논의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실상 통과된 것이다.

당장 재벌들이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한 국회 정무위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참여연대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입법예고가 되면 입법 예고된 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정부에 전달하고, 그리고 국회에는 정부의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청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김상조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한성대 교수)를 비롯하여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면담하였다. 의원들이 만나주지 않으면,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만나 우리의 의견서를 전달하고 설명하고 또 설명하였다.

이러한 우리의 공익로비활동 속에서, 일부 정무위 소속 의원과 그 보좌진들이 정부 법안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5일 있었던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정부법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청하여 공청회를 갖자고 하는 등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대충 넘기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하였을 때에만 해도 우리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부보다도 더 개악된 안을 통과시켰다.

당장 내년 3월에 있는 주총 때부터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을 주총 투표시 이용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정부법안에서는 그래도 내년 4월 1일부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벌들이 내년 3월 주총에서는 이 법의 이득을 보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정무위원회는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재벌들이 이 법의 이득을 단 한 번이라도 더 보게끔 법 시행시기를 당겨준 것이다.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한 책임은 단지 정부와 청와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 법안 통과에 찬성한 국회의원 개개인에게도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회의원들에게 더 있다고 본다.

이남기 공정위원장이 법안을 통과시켜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서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법 처리 과정 모니터를 끝냈다. 가슴아픈 모니터링이었다.

하지만 김부겸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이번 법안통과에 찬성한 9명의 의원이름은 영원히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다.

 

박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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