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

현대는 지배구조개선 조치 단행하고 현대중공업 계열분리 앞당겨야

현대가 13일 발표한 자구계획안은 현대건설의 단기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현대그룹 위기의 구조적인 원인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결여되어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현대는 먼저 지난 5월 31일 국민 앞에 약속한 3부자 경영일선 퇴진 약속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정씨 형제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한, 아무리 유능한 전문경영인이라 할지라도 독립경영을 하기 어려우며, 계열사간 부당 지원 등 구조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현대그룹은 부실경영인 퇴진 문제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한다는 입장이나 이는 곧 퇴진 불가를 공식 확인시키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이익치 회장, 김윤규 사장, 김재수 위원장 등 부실에 책임이 있는 전문경영인들은 공식 절차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대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경영책임자로 임명하고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들을 선임하는 등 총수일가 지배체제에서 벗어나 독립적 전문경영인체제로 가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현대중공업 계열분리가 예정보다 더 늦춰진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는 시급히 계열분리를 단행함으로써 최근 밝혀진 현대중공업의 불법지급보증 사례와 같이 우량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동원하여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한 계열사의 경영위기가 타 계열사로 전이되는 위험을 차단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대투신 문제의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현대투신의 부실규모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부실 해소를 위한 실현가능한 대책을 밝혀야 할 것이다. 현대투신의 부실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시장에 주는 충격은 현대건설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대투신 문제는 부실 규모의 투명한 공개를 전제로 정부의 책임 하에 공개적인 방식으로 해결이 모색되어야 한다.

정부가 현대의 자구계획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환영한 것에 대해서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근본적인 재벌개혁의 관점에서 현대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누누히 강조해왔으나, 결국 유동성 해결 방안에만 주안점을 두어 정주영 명예회장의 자동차 주식 매각 이외에는 어떠한 요구사항도 관철시키지 못하였고, 지배구조개선 문제는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현대의 오만한 태도에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경제민주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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