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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9.10.25
  • 1049

개인회생 채무자들을 위한 변론, 혹은 변명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 캠페인⑥

 

 

권호현 변호사 |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2017년 12월, 개인회생 변제기간 상한을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도록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되어 개인회생 신청 채무자의 조속한 사회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전 회생절차를 신청하여 최대 60개월 동안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와, 법 시행 후 변제계획이 인가되어 최대 36개월만 빚을 갚아도 되는 채무자 간 형평성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개인회생 변제 기간의 단축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개정법 시행 전 변제계획을 인가받은 채무자들에게도 변제기간 단축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및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는 이러한 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있는 3만 명의 채무자의 조속한 사회 복귀를 위해 꼭 필요한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의 내용을 알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생 법안 입법에 국회가 시급히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해 관련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 캠페인 릴레이 기고

① 왜 채무자들이 채무자회생법 '부칙'을 개정하자고 하나? (백주선 변호사)

② 투잡, 쓰리잡도 아닌 포잡, 파이브잡 해야 벗어나나요 (채무 당사자의 이야기Ⅰ)

③ 머리를 깎아서라도 그들의 호소가 전달된다면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

④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가 남기고 간 건 빚 뿐…. (채무 당사자의 이야기Ⅱ)

⑤ 국회는 '연체'된 책임을 이행하라 (홍석만 주빌리은행 사무국장)

 지금부터 저는 개인회생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몰린 채무자들을 변호하고자 합니다. 먼저 표를 봐주십시오. 금융사들로부터 3개월 이상 상환이 지체된 채권을 사들여 대신 돈을 받아내는 '매입추심업체' 상위 20개사의 합계 및 1위 업체인 '한빛대부'의 채권 보유 현황입니다.

 

<2019년 8월 기준 상위 20개 추심회사 및 추심업계 1위 한빛대부의 채권 보유 현황>

(제윤경 의원실 제공, 단위 : 억/원)

2019년 8월 기준 상위 20개 추심회사 및 추심업계 1위 한빛대부의 채권 보유 현황(제윤경 의원실 제공, 단위 : 억/원)

 

매입추심업체 상위 20곳은 원리금이 총 25조 9,114억 원인 채권들을 겨우(?) 2조 5,679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평균 90.1%라는 초특가 할인을 받아 산 채권을 갖고 빚 독촉을 하지요.

 

표에 등장하는 ㈜한빛자산관리대부(이하 "한빛대부")는 매입추심업체 중 부동의 1위 업체입니다. 보유 부실채권총액은 원리금 기준 11조 1,326억 원으로 상위 20개 업체 보유액 중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한빛대부가 대법원 2019. 3. 19.자 2018마6364 결정이 말하는 '한계에 몰린 개인회생 채무자보다 더 보호받아야 할 채권자'입니다(2019. 4. 17. 보도자료 참조).

 

즉, 대법원은 '한빛대부가 90.1% 할인받아 산 부실채권을 통해 얻을 이익에 대한 신뢰'가 '개인회생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회생 가능한 채무자들을 조속히 적극적인 생산 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공익상의 요구'보다 가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갚아도 갚아도 줄어들지 않는 원금의 함정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상위 20개 매입추심업체의 보유 채권 중 채무자 1인당 평균 원금액은 594만 원인데, 평균 이자액은 514만 원으로 거의 원금에 맞먹네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갚는 돈은 채권자가 채권추심을 위해 쓴 비용→연체이자→이자→원금 순서로 충당되기 때문입니다.

 

통상 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거절되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신용등급이 매우 낮기에 법정 최고 이자율인 24%로 대출을 받곤 합니다. 부모님 병원비가 필요해서 2년 간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1,000만 원을 24% 이율에 빌린 A씨를 생각해봅시다.

 

A씨는 매월 원금과 이자를 합한 52만 8,710원을 24개월 동안 갚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급전이 필요해서 대부업체를 찾아간 A씨가 그만큼의 추가 소득을 올리거나 지출을 줄이기는 쉽지는 않겠죠. 첫 두 달은 52만 8,710원을 냈지만 세 번째 달은 20만 원밖에 내지 못했고, 남은 32만 8,710원은 연체되었습니다. 네 번째 달에는 30만 원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대부업체는 이 30만 원을 다음과 같이 처리합니다. ①세 번째 달의 연체금에 대한 연체이자 약 6,570원, ②네 번째 달의 이자 17만 9,880원을 갚고, 나머지 11만 3,600원으로 ③세 번째 달에 연체한 328,710원의 일부를 갚습니다. 아직 네 번째 달의 원금은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만약 A씨가 다섯 번째 달에 20만 원을 냈다면, ①세 번째와 네 번째 달 원금에 대한 연체이자 약 11,300원, ②다섯 번째 달 이자 172,900원을 갚은 뒤에야 ③여전히 연체된 세 번째 달의 원금 21만 5,210원 중 극히 일부를 갚게 될 것입니다. 1,000만 원을 빌려서 매월 2, 30만 원을 꾸준히 갚아도 채무 원금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습니다. 몇 달 연체 뒤 목돈이 들어와 한 번에 1, 2백만 원을 갚아도 그 돈은 앞서 본 것처럼 연체이자, 이자를 갚는 것에 먼저 충당되기에 원금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처럼 A씨는 아무리 빚을 갚아도 빚이 줄어들지 않는 함정에 빠진 채무자들의 대부분은 이미 빌린 돈의 원금에 상당하는 금전을 갚았음에도 비용 및 이자의 선(先)충당 법리에 의해 원금이 줄어들지 않는 고통 속에 살게 됩니다.

 

(저자 주 : 사실 웬만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는 두세 달 연체만 해도 기한의 이익 상실 통보를 하고 남은 원금과 이자 전부를 한 번에 갚으라고 독촉하기 시작합니다. 위 예시는 24%라는 고율의 이자로 급전을 빌린 채무자가 아무리 돈을 갚아도 원금이 쉬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든 것입니다.)

 

변제기간 5년 중 2, 3년 차에 탈락(폐지)하는 채무자가 60.3%에 달해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개인회생 절차에서 중도 탈락하는 채무자들의 60.3%가 2년, 혹은 3년 차에 포기하는 것으로 확인(2019. 4. 10. 이슈리포트 참조)됩니다. 서울회생법원도 2018. 1. 8.자 보도자료에서 같은 취지에서 개정법률 시행 전의 경과 사건에 대하여도 변제기간 3년 단축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한 바 있습니다.

 

요즘처럼 취업도, 자영업도 힘든 시기에 개인회생 채무자가 5년 동안 일정 금액 이상의 수입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요? 오직 최저생계비로만 생활하는 기간 동안 채무자 및 가족에게 그 어떤 사고나 건강상 문제 등 목돈이 갑자기 필요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물론 5년의 변제기간 동안 성실히 절차를 이행하여 개인회생 절차를 졸업한 초인적인 채무자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5년의 변제 기간이 과도하게 길다는 반성적 고려와 전 세계적 공감이 있었고, 그로 인하여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고통에서 구제받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차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초인적인 의지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법과 제도는 보통 사람들이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되었어야 합니다. 아니, 애초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부업체나 사채업자를 찾아가지 않도록 국가나 사회의 경제∙복지 안전망이 마련되어 있었어야 합니다.

 

국회가 책임져야 합니다.

 

2017. 12. 12. 개인회생 변제기간 상한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도록 채무자회생법(정성호 의원안 일부)이 개정됐으나, 그 과정에서 실제 제도를 운영하는 법원의 세심함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2017. 11. 20.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논의 당시, 이문한 전문위원은 위 개정안이 '채무자들의 신속한 사회 복귀와 생산 활동 복귀 촉진을 위한 것으로 회생제도의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고 진술하였고, 법원행정처 김창보 차장은 '5년의 변제 기간은 너무 길어서 5년 동안 (채무자에게) 계속 족쇄를 채우는 면이 있다'고 진술하는 등 개정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발언하였습니다.

 

우리 채무자회생법은 미국 파산법(제13장)을 그 모델로 하고 있는데, 미국은 1978년부터 개인회생 변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규정하고, 3년 이상의 변제 기간을 정한 채무조정제도를 사실상의 노예제도로 여겨왔습니다. 일본(민사재생법 제229조) 또한 1999년 제정 이래 개인재생(회생) 변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정해 운용 중입니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법 개정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채택했지만, 법 시행 전 신청 또는 인가된 사건에 대한 경과조치를 두어 개정 취지에 맞게 이미 3년 이상 채무를 변제해 온 회생채무자들을 구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2017. 12. 12. 개정 채무자회생법 부칙 제2조 제1항은 변제기간 상한의 3년 단축을 2018. 6. 13. 이후 신청 개인회생 사건에만 적용하도록 규정했거든요.

 

법 도입 취지에 부합하며, 그간 5년의 변제 기간이 너무 길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한 법 개정이라면 기존 개인회생 변제기간의 적용을 받는 채무자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고민했어야 합니다. 또한, 개정법 시행 전날 개인회생을 신청하여 5년간 최저생활비로 생활하여야 하는 이와, 그 하루 뒤인 시행일에 신청하여 3년 만에 회생절차를 졸업할 사람 사이의 불합리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했어야 합니다.

 

서울회생법원한테 속았어요? – 칭찬 받아 마땅한 사법행정에 찬물 끼얹은 대법원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개정법 부칙에 위와 같이 오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8. 1. 8.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에 관한 개정법률 시행 이전의 경과사건 처리를 위한 업무지침(서울회생법원 업무지침 제1호)'을 제정, 발표해 이미 36개월 이상 개인회생 절차에 따라 변제금을 납부해 온 채무자들을 조기 졸업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이는 60개월의 변제 기간을 부여받은 지 얼마 안 된 채무자들에게 '36개월로 동일한 변제기간을 부여할 것이니 기존 회생절차를 폐지(포기)하지 말라'는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법 개정 취지에 따른 서울회생법원의 사법행정은 매우 칭찬할만한 것이었습니다. 2005년 변제기간 상한이 8년에서 5년으로 단축될 당시의 대법원은 선제적으로 개인회생사건 처리지침을 개정하여 구법에 의해 변제기간이 8년이었던 개인회생 채무자들의 변제기간 상한을 5년으로 일괄 조정한 바 있기에, 서울회생법원의 위와 같은 조치는 매우 합리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9. 3. 19. 2018마6364 결정으로 자신의 과거를 뒤집는 동시에 서울회생법원의 적극 사법행정에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앞서 본 것처럼 90.1% 할인을 받아 부실채권을 거저 얻은 것과 다를바 없을 뿐 아니라 이미 원금 이상의 추심을 한 것으로 보이는 한빛대부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대법원이 위 결정을 한 이상 법 개정에서 소외된 약 3만 명의 채무자들을 구제할 유일한 방법은 위 부칙의 개정뿐입니다.

 

36개월 이상 최선을 다해 채무를 변제해 온 채무자들, 서울회생법원을 믿고 2018. 6. 13. 이후 재신청하는 선택지를 포기하였다가 뒤통수를 맞은 채무자들, 오직 신청일이 하루 차이 난다는 이유로 2년을 더 최저생계비로 생활해야 하는 채무자들. 이들을 속히 우리 사회의 건강한 경제인력으로 편입시킴으로써 발생하는 경제 활력이라는 국가적 이익, 거기에 더한 채무자와 그 가족의 행복과 고작 9.9%의 가격에 채권을 사서 이미 매입가 이상의 채권을 추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매입추심업체의 이익 중 어느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 저의 변론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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