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금융위 금융권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추진에 대한 입장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실절적 개선과 제도적 장치 필요해

‘채권자의 채권회수율 개선’에 방점 둔 정책 한계 뚜렷

채무자의 권리 보장 및 재기지원 위한 종합적인 방안 마련 필요

적극적 채무조정 및 개인회생·파산제도 관련 통합도산법 개정해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최근(10/8)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T/F」 1차 회의를 개최하여 ▲채권자-채무자간 자율적 채무조정 활성화, ▲연체 이후 채무부담의 과도한 증가 제한, ▲채권추심 시장의 시장규율 강화 방안 등 세부 검토과제를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2020년 1분기 중 「금융권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및 소비자신용법 제정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http://bit.ly/2ICmmos). 금융위가 채권추심이 채무자를 괴롭히는 과정이 아니라 채무조정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채무조정서비스업’ 도입, ‘소멸시효 완성관행 확산’ 유도 등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추심 수준에 대한 기준 마련, 금융회사가 채무자 보호와 여신 건전성 간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가계신용 관리체계 마련 지원, 체계적 소비자신용 규율체계 마련(대출 전단계 포괄적 규율) 등 기본전략을 잘 설정해 놓고도 세부 검토과제에서는 이를 거의 반영하지 않아,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은 큰 문제다.

 

게다가 상환능력을 상실한 채무자의 과도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채무조정 방안, 불법적인 추심 근절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등 곳곳에 채권자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 또한 드러냈다. 더욱이 금융위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는 하지만,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TF가 금융기관을 대변할 인사로 다수 구성되어, 이번 방안이 말로만 남지 않고 실제 채무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금융위가 정확한 문제인식과 기본전략에도 불구하고 채권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를 세부 검토과제에 반영시키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향후 「소비자신용법(案)」 마련 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권리 보장 및 재기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채무자의 조속한 사회생활 복귀를 위해 통합도산법상 개인회생·개인파산 절차를 채무자 우호적으로 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금융위가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한 바와 같이 금융권에는 채무자의 재기지원보다는 자동적 기한이익 상실, 소멸시효 연장, 추심의 외부화(위탁추심 및 매입추심), 과잉추심 등 과도한 추심압박을 통한 회수 극대화 추구 관행이 지배적이었다. 연체채권 관련 건전성관리만 강조하고 소비자보호 책임은 소홀히 한 채, 채무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방식의 채권회수 관행이 형성되어 채무자의 개별사정을 감안하지 않는 일률적 회수방식이 지속되어 왔던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의 보수적 채권관리 관행은 채무자 재기지원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채권회수율 개선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평가한 금융위는 ▲연체채무자가 요청하는 경우 채무자에게 채무조정 협상에 응할 절차적 의무를 부과하고, 채무자를 지원하여 채무조정 협상에 참여하는 ‘채무조정서비스업’을 도입하고, ▲기한의 이익 상실 이후 연체부담이 끝없이 증가하도록 하는 (연체)이자 부과방식을 일부 제한하고 ‘소멸시효 완성관행 확산’을 유도하고, ▲원채권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를 위한 관리책임 지속·강화, 추심기관에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확립, 채권추심·매각 가이드라인 중 추심총량 제한 등의 법제화 등을 세부 검토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채권자에게 채무조정에 대한 ‘절차적’ 의무만을 부과하고 있는 점,  ▲기한의 이익 상실 이후 이자 부과방식의 ‘일부’ 제한만으로는 연체 이후 채무부담의 과도한 증가 제한이 어려운 점, ▲채권추심 시장의 규율 강화를 위한 ‘처벌 규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 ▲연 20%이하로 최고금리 인하, 상환능력을 엄격히 심사해서 대출을 하되 이를 소홀히 한 금융회사를 제재하도록 하는 등 ‘과다 대출 방지 방안’이 누락된 점,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추심 금지 및 소멸시효 기간 연장 횟수 제한 등 ‘채무자 권리 보장 방안’이 상당수 누락된 점 등에서 정책방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반의 정책 기조가 제도 남용 방지라는 말을 앞세워, 앞서 지적한 현재 채권추심의 문제점을 해결할 의지를 분명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게다가 최고금리 인하는 시행령 개정으로도 가능하고, 채무자대리인제도 확대나 불공정한 채권추심형태의 엄격화 등은 현행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함으써 도입 또는 개선할 수 있음에도, 제정법을 통해 해결하겠다며 이번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지 않은 실행방법에서도 금융위의 제도 개선 의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 정책이 채권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채무자가 과도한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 조속히 경제활동으로 복귀하는 길은 요원할 것이다.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에는 채권자 우위의 채무조정 관행에 기대어 과도한 부채를 공급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에게 제대로 된 채무조정을 외면해 온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자리잡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다고 하지만, 가계부채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고용불안정·저임금·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가계 상환능력의 악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중채무자, 한계가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과도한 빚에 얽매여 있는 채무자를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는 사실 역시 변함없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그리고 경제상황에 부침이 없이 가계의 상환능력을 높이고, 부채를 줄여나가는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채무자와 채권자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정책 기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보다 채권자 중심에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실질적 재기 지원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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