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은폐 위해 채무자의 문서를 위조한 삼성캐피탈에 금감원이 내린 조치는 고작 ‘경영유의’

끝을 알 수 없는 금융감독당국의 ‘삼성 봐주기’

카드대란 과정에서의 불법적 대환대출에 대해 엄정 조사 및 처벌해야



2003년 이래의 이른바 카드대란 과정에서 삼성캐피탈이 자신의 부실을 은폐하기 위해 개인채무자의 동의 없이 관련서류를 위조하여 수천 건의 연체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대환하였다는 사실이 어제(25일) 김현미 의원의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졌다. 고객(채무자)의 동의 없이 도장, 신분증, 통장사본을 위조하여 부실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변경한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요건인 고객 신용정보 보호를 무시한 채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삼성캐피탈과 이러한 불법행위를 적발하고도 사실상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은 금융감독원을 규탄한다.

삼성캐피탈(2004.2 삼성카드로 합병)의 채권관리사들은 2003년 5월경부터 12월까지 채무자의 동의 없이 신분증 등을 위조하여 연체채권을 대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이들 채권관리사들이 독립사업자의 지위에서 계약을 통해 채권추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나, 삼성캐피탈의 종용 내지 묵인 없이 이러한 불법적 업무형태를 장기간 유지하였으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대환이율을 정하는 것도 대단히 자의적이었다. 원래 채권과 지연이자를 새로운 원본으로 하고 유예기간이 1년이면 1%, 2년이면 2%, 3년이면 3%씩 상향조정된 새로운 금리를 적용하였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가 저지른 행태인지 의심스럽다.

더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금융감독원이 삼성캐피탈에 내린 조치이다. 금융기관이 자신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고객의 신용정보를 조작, 도용하는 파렴치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금융감독당국이 눈을 감는 것은 감독당국으로서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특히 비슷한 유형의 다른 금융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금감원은 문책,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2003.12.8~12.16일간 조사를 실시하여 수천 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하고도 삼성캐피탈에 대해서는 ‘경영유의’라는 가장 경미한 조치만을 내린 것이다. ‘경영유의사항’이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결과 경영상 취약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영진의 주의 또는 경영상 조치가 필요한 사항”(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 제3조(정의) 9호)을 말한다.

채무자의 동의 없이 문서를 위조하여 대환대출함으로써 자신의 부실을 은폐하려고 한 불법행위가 과연 경영상의 취약성을 보완하도록 주의환기시키는 정도에 그칠 사소한 행위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최소한 지적사항(“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결과 나타난 위법ㆍ부당한 업무처리내용 또는 업무처리방법의 개선 등이 필요한 사항을 말하며, 이는 문책ㆍ조치의뢰ㆍ주의ㆍ변상ㆍ개선사항으로 구분한다”; 동 규정 동조 10호)으로 처리하였어야 할 것이며, 보다 일반적으로는 삼성캐피탈 및 그 경영진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었어야 할 것이다. 결국 금감원은 삼성캐피탈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삼성 봐주기’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2003년 이래의 카드대란 과정에서 신용카드사 또는 할부금융사 등의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연체채권을 불법적으로 대환하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번에 삼성캐피탈의 구체적인 사례가 드러난 만큼, 감독당국은 전체 여신전문금융기관의 대환대출 과정에 대해 일제조사를 거쳐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벌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삼성캐피탈은 고객의 돈을 그룹의 지배ㆍ승계구조 유지에 악용함으로써 금산법 24조 위반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 (다수의 신용불량자를 포함한) 고객의 신용정보를 도용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금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요건인 준법경영(compliance)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이 드러났다. 삼성은 금융계열사, 나아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즉각 보여주지 않는다면 국민적 지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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