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현대차그룹의 계열사 내부거래 축소 발표에 관한 참여연대 입장

 

 

 


재벌의 자율적 노력과 무관하게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법·제도적 규제 추진되어야

1. 현대차그룹이 오늘(4월 17일)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광고, 물류 분야에서 올해 6천억원 규모의 물량을 축소해 이를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나 경쟁입찰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부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적인 노력은 환영하지만, 부당내부거래 문제는 재벌·대기업의 자율적 노력과 별개로 법·제도적 규제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다.

 

2. 현대차그룹의 발표 중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던 물류서비스 용역의 약 45%를 중소기업 직접 발주 및 경쟁입찰로 변경한다고 밝힌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6년 기준으로 당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에 힘입어 약 57억원 투자로 6천억원 대의 수익을 거뒀다. 소위 ‘일감 몰아주기’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 현대글로비스인 것이다. 그런 현대차그룹이 스스로 계열사 내부거래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나선 것은 경제민주화 흐름에 부합하고, 다른 재벌그룹도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재벌·대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법·제도적 규제에 대한 회피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고, 또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입법을 저해하는 계기가 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3. 현대차그룹의 발표를 무조건 환영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강화된 처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회의 법 개정 움직임을 겨냥하여 지난 15일,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는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16일, △부당내부거래 성립요건으로 현저성과 부당성 규정을 완화하고, △사업 기회를 총수 또는 총수 일가를 위해 이용하거나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회사기회를 유용한 자 뿐만 아니라 이를 지시한 자에게도 과징금과 벌금 등의 실질적 제재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부당내부거래를 대표적인 경제력 남용으로 보아 여러 차례 강력한 규제 의지를 표명하여 왔다. 임기 첫해 초반에 자신의 대표 경제민주화 공약의 이행을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 상임위 차원의 법 개정 논의조차 견제를 한 셈이다. 이에 호응하듯 여당의 내부 기류 역시 부당내부거래에 관한 법 개정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다. 

 

현대차그룹의 자발적 노력이 대통령과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와 맞물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제도적 규제 흐름을 약화시키거나 회피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 차원의 제도개혁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중단하고, 부당내부거래 규제에 관한 자신의 공약이라도 성실히 이행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