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일감몰아주기 규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논평

일감몰아주기 공정거래법 개정안 실효성 없다

기존 정부 입장·정무위 논의 방향과 전혀 달라…규제 회피 ‘구멍 숭숭’

 

1. 오늘(7/2) 국회 본회의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 개정안의 내용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제5장 제23조의 2항에 신설하고, 지원을 받은 수혜기업도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소위 통행세관행에 대한 규제 조항을 제23조 제1항에 신설하고, 부당지원의 현저성요건을 상당성요건으로 완화한 것 등이다.

개정안은 그 동안 대통령 인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물론 국회 정무위원회의 여야 논의 흐름과도 동떨어진 것으로, 한 마디로 규제 강화의 실질을 기대할 수 없는 안이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부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핵심 공약이자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제도 개혁안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정부여당을 규탄하고, 야당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민주당에도 절망감을 느낀다. 이번 개정안이 본회를 통과하더라도 실효적인 규제 강화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2. 개정안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인수위 국정과제와 공정위 업무보고를 통해서 거듭 확인된 정부의 입장은 신설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조항을 경쟁제한성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 공정거래법 제3장에 신설하는 것이었다. 야당 당론도 정부 입장과 같았다. 따라서 신설 조항이 갑자기 제5장에 편입된 것부터가 재벌의 대국회 로비의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새누리당은 관련 조항을 제23조의 제2항을 신설하여 경쟁제한성 요건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였다는 입장이지만, 대법원이 공정거래법 제5장의 규제에 대해서는 경쟁제한성 요건 적용을 확고하게 판례로 확립하고 있는 사법 현실에 비춰 과연 새누리당의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공정거래법 제3장에 신설하는 것과 동일한 규제 효과를 예상하였다면 기존의 입장과 달리 굳이 제5장에 관련 조항을 신설할 분명한 이유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3. 개정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규제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규제 범위의 제한과, 규제를 빠져나갈 수 있는 각종 구멍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금지의 대상이 되는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동일인 및 그 친족에 한한다고 규정하여, 특수관계인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계열사를 통한 거래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이 조항의 문제점은 상속증여세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조항과 공정거래법 제231항의 규제 대상이 되는 특수관계인의 범위와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상속증여세법이나 공정거래법 제231항의 특수관계인은 그 범위가 자연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수관계인이 간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법인)를 통한 사익편취행위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무위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수관계인 범위의 제한이 최종 개정안에 반영되었다.

개정안은 총수일가(특수관계인)가 직접지분을 보유한 경우에도 대통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로 규제 범위를 제한하여,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지분 보유 비율 미만이면 규제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마련해 놓고 있다.

23조제1항 제7호 나목에 신설한 통행세관행 규제조항 역시 애초 정무위 소위 논의 방향과 달리 제23조 제2항이 아닌 제1항에 신설되어 경쟁제한성 요건이 적용되게 되었다. 대법원의 엄격한 경쟁제한성 요건 요구로 인해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조항이 다시 경쟁제한성 요건의 적용을 받는 장에 편입된 것이다.

개정안은 또한 제23조제2항제4호를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유형으로 넣고도, 2항에서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로 함으로써, 제재 대상 기업의 항변에 따르는 무거운 입증 책임을 공정위에 부과하여 실질적인 규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였다.

 

5.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으로 표현되는 재벌의 편법·탈법 증여·상속 수단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입장도 당연히 그간의 규제안이 규제 회피 방법을 찾아 낸 재벌에 의해 무력화된 현실을 고려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만큼은 포괄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기대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는 단호히 막겠다고 호언장담해 왔다. 그런데 막상 본회의 통과를 앞둔 최종안은 재벌에게 이렇게 하면 걸리지 않고 일감몰아주기를 할 수 있다는 안내서와 같다. 특히 올해 정무위 논의 방향과 전혀 다른 결과가 많이 나온 것은 재벌의 대 정치권 로비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정부여당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규탄하며, 감시와 견제 기능을 기대했던 민주당의 역할에 대한 회의감도 밝힌다. 국회는 본회의 통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논의가 마무리됐다고 착각하지 말고,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개혁안을 재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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