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필관련 상법개정 토론회 후기] 포이즌필, ‘귀신법안’의 출몰

“포이즌 필” 논란 점입가경” (한국경제TV)

“정부, ‘포이즌 필’ 제도 입법 예고” (MBC 뉴스)

“정부 ‘포이즌 필’ 도입 착수…적대적 M&A 막는다” (SBS 뉴스)

“포이즌필’ 도입…찬반 논란” (YTN 뉴스)

“재계 “포이즌필 도입 환영” (MBN 뉴스)

“재계, 포이즌필 도입에 `환영’ 목소리” (연합뉴스)

“정부 ‘포이즌 필’ 도입 공식화” (한겨레)

“적대적 M&A 방패 ‘포이즌 필’ 내년 도입” (동아일보 기사)

“포이즌 필’ 도입해 적대적 M&A 막는다” (서울신문 기사)

“적대적 M&A서 경영권 방어 ‘포이즌 필’ 이르면 2011년 도입” (중알일보)

“투기적 외국자본 위협에 방어막” 환영” (한국일보)

“포이즌 필’ 공식 도입된다.” (문화일보)

지난 월요일(11/9)부터 방송, 신문사 혹은 인터넷매체 등 주요 언론사의 ‘포이즌필’기사의 제목만 발췌해 봤다. 기업의 소액주주, 기업의 영리활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경제주요 뉴스를 거의 매일같이 챙겨보는 준 경제고수들을 빼고선 시청자 혹은 독자의 입장에서 관심 있게 살펴보기 쉽지 않은 제목이었을 게다.

우선 포이즌필이란 단어부터 생소하다. 포이즌필이 뭘까?
네이버는 포이즌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로,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에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

조금 쉽게 풀어 쓰자면 이런 상황은 A라는 기업이 B라는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여 지배력을 행사(경영권 등) 차지하려 할 때 생긴다. 이럴 때 B기업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B기업의 기존주주(들)은 일부러 자사의 기업주식을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발행․매입하여 자사(B기업)의 자산 가치를 떨어트린다. 이렇게 되면 A라는 회사가 소유한 B회사의 기업가치도 동반 하락하므로 A사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한다. A사의 경영권 침해를 막고자 하는 B사의 이런 방어수단을 포이즌필 혹은 독약증권이라고 한다. 법무부에서 제시한 상법개정시안에는 ‘신주인수선택권’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여전히 쉽진 않다. 사실 내용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기업과 주주간의 입장차이 등 수많은 이해관계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필자는 위의 내용처럼 재미없고 다소 어려운 포이즌필(적대적 M&A 방어수단)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 공청회에 다녀왔다. 정부는 최소한 작년 10월까지는 “경영권 보호 장치 도입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백용호 당시 공정거래위원장)며 포이즌필 도입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회적으로 포이즌필 도입찬성 시사발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부의 분명한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지루한 공청회 참석은 필자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날 열린 공청회는 ‘적대적 M&A 방어수단의 도입의 필요성’이란 제1주제로 권종호 건국대학교 법과대학교수가 발표하고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과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어 열린 제2주제발표는 ‘방어수단으로서 신주인수권선택권 제도’란 제목으로 이현철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발제했으며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송옥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가 토론했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권종호 건국대학교 법과대학교수는 포이즌필 제도 도입으로 인한 역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포이즌필을 도입한다고 해서 그 역기능이 악화될 근거는 없다며 포이즌필 도입에 찬성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한 적대적 M&A에 대한 성공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향후에도 적대적 M&A가 없을 것이라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다는 논리로 포이즌필 도입에 찬성했다. 포이즌필 도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주장에 대한 명쾌한 논리적 반박을 기대(?)한 상황 치고는 비교적 김빠지는 강행의지 표현에 불과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첫 번째 지정토론자로 나선 경제개혁연구소의 김우찬 소장은 “이번에 법무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신주인수선택권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포이즌필에 해당하는 데 이를 통해 경영권이 인수된 경우는 전무하다”면서 “적대적 공개매수 위협은 거의 무시할 정도로 미약하다”고 전했다. 특히, 김 소장은 “현금자산비율이 늘어난 대기업에 국한시켜 분석한 결과, 실무투자의 불확실성이 가장 중요하나 현금자산비율 증대요인인 것으로 나타났고, 주주권한 강화 또는 경영권 위협은 전혀 설명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소장은 우리나라에는 저비용고효율의 경영권보호장치가 이미 퍼져있고, 이 같은 경영권보호장치를 도입한 기업들의 가치는 30%이상 파괴됐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포이즌필 도입을 반대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황인학 산업본부장은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며 포이즌필 도입에 적극 찬성했다. 황 본부장은 포이즌필은 중소중견기업에 더 필요한 제도로 국제 표준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하며 강화된 견제장치도 함께 마련되기 때문에 남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두 번째 주제발표에는 포이즌필 도입의 핵심적인 내용인 신주인수선택권의 내용과 취지를 설명하고 이에 대한 찬반 토론이 있었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신주인수선택권에 대한 상법 개정시안을 제시하며 조만간 포이즌필 도입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 혹은 입법을 예고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4월 경제개혁연대, 경실련과 함께 당시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인 김효석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경영권 경쟁이나 부실기업의 인수합병은, 경영진을 견제하고 기업경영을 개선하며 원활한 구조조정에 기여하는 시장경제의 중요한 수단으로 이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순기능을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추진 중인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은 반시장적일 수밖에 없으며,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배치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10월 10일 국정감사 모니터링 과정에서도 참여연대는 “우리나라의 경영권 방어시스템이 외국에 비해 결코 취약하지 않은 상황에서 포이즌필 제도 도입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한 입장으로 결국 시장경제에 순기능까지 악화시키는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을지 우려”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주지하듯이, 신주인수선택권에 대한 상법개정안이 곧 입법예고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가 그간 수차례에 걸쳐 대기업 지배구조의 악화, 시장의 건전성 훼손 우려 등으로 반대했음에도 정부는 귀를 막은 채 강행할 태세이다. 이 날 열린 공청회장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공청회장에 포이즌필에 반대하는 경제학자와 시민단체 대표를 초청하긴 했지만 입장을 듣는 모양새만 취할 뿐 토론장에서 문제점들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설득하기 보다는 오히려 포이즌필을 도입하면 안 되는 이유를 증명해보라는 태도다. 상법개정안 설명회 혹은 지지모임과도 같은 분위기를 드러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자신이 지지하는 패널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방청객석에서 토론을 지켜본 경제학자들끼리 ‘주주의 이익과 법인의 이익을 같다고 봐야 하느냐’의 문제 등으로 논쟁을 벌이기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법무부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운영해온 경영권방어법제개선위원회의 최종시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경영권방어법제개선위원회의 노골적인 강행의지 표명은 법무부에 비하면 그래도 양반이다. 법무부는 지난 10월 26일 상법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홈페이지에 공고하면서 입법예고된 정부의 상법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2009년 11월 4일(수)까지 완료해 달라고 공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날 법무부에서 입법예고된 법안은 없었다. 필자가 법무부 담당 법무관과의 통화에서 시안이라도 달라고 요구했으나 확정된 안이 아니라며 시안제공을 거부했다. “법안도 없는 데 어떻게 의견서를 제출하냐”고 항의하자 담당 법무관은 “어떤 안도 공개할 수 없으나 의견서 제출기한은 13일까지 기한을 연기해준겠다고 말했다.(참여연대는 지난 금요일(13일) 포이즌필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송부하였습니다. 관련된 내용은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공청회장에서 공개된 상법개정시안을 보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할 수 있었으나 입법예고도 안 돼 존재하지도 않는 정부안에 대한 의견서를 내 놓는 촌극도 벌여야 했다.

행정절차법 제 41조(행정상 입법예고) 1항은 ‘법령등을 제정·개정 또는 폐지(이하 “입법”이라 한다)하고자 할 때에는 당해 입법안을 마련한 행정청은 이를 예고하여야 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또한, 제43조(예고기간)는 ‘입법예고기간은 예고할 때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도대체 준비도 안된 법률안이 입법예고 되고, 그 기간도 명기된 20일보다 훨씬 적게 예고한 ‘귀신법안 출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조만간 어쩌면 ‘포이즌필 전면 도입’이라는 각 언론매체의 타이틀을 또 한번 접할 날이 곧 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정부와 경영권방어법제개선위원회의 속도전에 따라가기 바쁜 지난 한주였다.

시민경제위원회 간사 민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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