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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정책&제도
  • 2014.04.21
  • 4147
  • 첨부 1

자살 사망보험금 지급, 보험회사 불리하면 약관 안 지켜도 되나?

금융감독당국, 생보사 건전성 걱정하느라 소비자보호 외면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 필요성 다시 확인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보험가입자의 자살에 대해 약관에서 지급하기로 규정한 재해사망보험금 대신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거의 모든 생명보험사들의 미지급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이 수천억 원에 달하며 이 같은 관행이 지속될 경우 그 액수는 조 단위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이미 “보험금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과거 표준약관은 표기상의 오류일 뿐이라는 엉뚱한 논리를 대면서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 대신 보상금액이 절반밖에 안 되는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보험 계약자들을 보호하고 공정한 금융질서를 확립할 책무가 있는 금융감독당국 역시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재해사망금 지급에 관한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놓지 않으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일부 고객들에 대해서만 쉬쉬하면서 고객 요구액의 60∼70% 수준에서  보상금 지급액을 조정해왔다.

 

보험 설계 및 법률 전문가들을 대거 확보하고 있는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보험금의 지급과 관련된 약관 조항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자신들이 만든 약관조차 지키지 않는 보험사들의 행태는 자살률 급증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00년 13.6명에서 2011년 33.5명으로 급격히 늘어나 OECD 회원국 평균 12.9명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보험사들은 2010년 4월,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주기로 한 표준약관을 개정해 현재는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을 고친 상태다. 문제는 보험사들은 2010년 이전 보험계약자들의 자살 사고에 대해서도 은근슬쩍 약관을 무시한 채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왔다는 점이다. 고객들의 계약 위반 여부는 세심하게 따지는 보험사들이 정작 자신들에게 불리한 계약조항은 실수였다고 우기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더 한심한 것은 금융감독당국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자살 보험금이 대거 풀리면 아주 좋지 않은 ‘로또’가 될 우려가 크다. 이를 악용하면 보험사 건전성이 나빠지고 자살로 보험금을 받는 풍조가 팽배할 수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는 약관에 따른 지급 의무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걱정하거나 여타 사회적 측면의 중요성을 주관적으로 판단해서 임의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이 자살 풍조를 부추긴다면 처음부터 상품 설계와 판매를 금지할 것이지, 이미 보험상품을 판매한 상황에서 약관을 위배하면서까지 보험금의 지급 의무를 해태하는 것을 눈감아 주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팽개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차라리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소비자 편이 아니라 금융회사 편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게 솔직하지 않겠는가?  금융감독당국은 하루빨리 이 문제를 보험회사들이 당초 약관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여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금융질서를 확립하는 감독기구 본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는 다시 한 번 ‘올바른 목표와 적절한 감독수단을 가진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얼마나 절실한지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수많은 금융피해사건을 경험하며 재발방지 차원에서 논의돼 왔던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 논의가 금융감독당국의 조직적 로비와 반대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부소장 김성진 변호사)는 금융감독당국과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설립될 수 있도록 감독기구 개편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관련 법률을 하루빨리 손질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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